열정과 냉정 사이 - 김여울 체육부 차장
2025년 05월 09일(금) 00:00
광주FC의 이정효 감독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 ‘열정’일 것이다.

그의 축구 열정은 누구나 인정한다. 열정에 저녁을 거르는 날도 많았다. 밥을 먹으면 노곤해지는 터라 그 시간에 운동하고 샤워를 하면서 전술 연구를 한다. 훈련장에 드론을 띄워 훈련 영상, 경기 영상을 분석해 승리 확률을 높인다. 영상 편집도 직접 한다.

그라운드에서도 열정적이다. 경기장에선 광주FC 벤치 뒤 자리가 가장 인기가 많다. 팬들은 이 감독이 쉴 새 없이 소리를 지르면서 경기를 지휘하는 모습에 열광한다. 선수들도 감독의 열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믿고 따른다. 감독의 열정과 선수들의 투지가 만나면서 광주FC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고 있다. 덕분에 이 감독은 ‘슈퍼스타’가 됐다.

하지만 넘치는 열정이 가끔씩 논란을 낳기도 한다. 사우디 알힐랄과의 ACLE 8강전에서 앞서 그는 ‘개 바르거나 개 발리거나’라는 경기 전망을 내놓았다. 이 감독은 공격 축구를 강조한다. 골을 넣어야 이기고 골을 넣는 게 팬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한 ‘최강’ 상대와의 승부에서도 ‘광주축구’를 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다. 모 아니면 도가 될 수밖에 없는 ‘정면 승부’를 예고한 것이었지만 상대에겐 도발이었다.

지난 5일 어린이날 김천상무전 승리를 지휘하고도 그는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전반전이 끝난 뒤 그라운드로 달려간 이 감독은 선제골을 넣었던 오후성을 거칠게 밀쳤고, 이 장면이 생중계됐다. 경기 후 이 감독은 “공간이 있는데 편하게 받으려고 해 화가 났다. 급했다. 피드백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논란의 장면을 설명했다. 팀을 위한 행동이었다고 말한 그는 책임도 이야기하기는 했다. 오후성도 SNS에 긴 글을 올려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다.

선수단 내 헤프닝이었지만 이날 경기장에는 어린이날을 맞아 6238명이 입장했다. 지도자에게는 열정 만큼이나 필요한 게 냉정이다. 냉정하게 조직을 이끌면서 조직을 위한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냉정이 더해질 때 열정이 더 빛날 수 있다.

/김여울 체육부 차장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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