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액티비티 즐기고 꽃길 걸으며 봄 느끼다
[굿모닝예향-따뜻한 봄날, 당일치기 섬여행]
고흥 우도 색색 찬란한 레인보우교 걷고
물때 맞춰 노둣길 달리고 조개 캐기 체험도
출렁다리·짚트랙 아찔한 즐거움 느끼고
숲길 트레킹하며 가우도 백배 즐기기
진달래·찔레·유채·구절초 등 봄꽃 만발
해안선따라 꽃멍·바다멍하며 걸어볼까
2025년 04월 28일(월) 19:00
하화도 ‘꽃섬길’을 걷다 만날 수 있는 유채꽃과 남해바다의 풍경. <여수시 제공>
봄날의 따뜻한 바람과 푸른 바다, 생각만으로도 힐링되는 여행길이다. 이번 남도투어는 당일치기 섬 여행이다. 섬에서의 하룻밤도 낭만적이지만 배를 타지 않고도 섬마을의 자연을 느낄 수 있다면 언제든지 부담없이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조용한 섬마을 고흥 우도, 해안 데크길과 액티비티한 짚트랙을 즐길 수 있는 강진 가우도로 떠난다. 배를 타고 싶다면 봄꽃 가득한 ‘꽃섬’ 여수 하화도를 추천한다.

강진 가우도는 청자타워(25m)에서 활강하는 짚트랙 체험이 가능하고 해안가를 따라 산책로도 편안하다. <강진군 제공>
◇조용한 섬마을 감성 고흥 우도= 바닷물이 빠진 갯벌 위로 노둣길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오갈 수 있도록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다.

노둣길을 걷는 기분은 오묘하다. 분명 땅 위를 걷고 있는데 양 옆으로 바다가 펼쳐져 바다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1.2㎞ 이어진 노둣길을 따라 찾아간 곳은 고흥군 남양면 우도. 크지 않은 섬이지만 골목골목 작은 집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정겨운 전형적인 어촌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 세워진 표지판에 우도에 대한 소개가 적혀 있다. 득량만 내에 있는 섬 우도는 고려 말 황씨 성을 가진 이가 처음으로 거주했다고 전해온다. 섬의 형상이 소머리처럼 생겨서 소섬 또는 쇠이로 불렸다가 지금의 우도(牛島)가 됐다. 바닷길이 열리면 연인들이 섬을 찾았다가 물때를 놓쳐 어쩔 수 없이 하룻밤을 보내야 하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가족의 섬’이라고 부른다는 재미난 이야기가 들려온다.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릴 때만 다닐 수 있었던 고흥 우도에 새로운 길이 생긴 건 지난해 4월이다. 일명 ‘레인보우교’.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빛깔 무지개다리가 준공되면서 마을 주민들은 물때와 상관없이 언제든지 육지와 섬마을을 드나들 수 있게 됐다.

레인보우교는 바닷길 1.32㎞를 잇는 국내 최장 연륙 인도교다. 육지 끝에서 우도까지 도보로 15분 정도면 도착한다. 바닷물이 빠진 갯벌위를 바삐 움직이는 게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레인보우교는 인도교이기 때문에 차량은 통행할 수 없다. 자동차를 이용해 우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다리 아래 노둣길이 열리는 시간대에 맞춰 이동할 수 있다.

4월이 되면 고요한 바다와 신록이 어우러진 멋드러진 섬 풍경이 완성된다. 섬의 가장 높은 지점인 봉들산 정상 우도 전망대에 오르면 눈앞에 펼쳐진 바다와 주변 섬들이 봄 햇살에 반짝이며 예쁜 풍경을 그려낸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석양이 만들어내는 감동적인 한 컷을 감상하는 것도 추천한다.

바닷가를 따라 걷는 우도 해안길은 산책하기에 제격이다. 무엇보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조용히 걷기에 좋다. 해안길을 따라 걷다보면 유독 대나무가 자주 보인다. 과거부터 대나무가 많이 자생해 임진왜란 때 주민들이 대나무로 화살을 만들어 나라에 바쳤으며 그 화살로 큰 승리를 거둔 후 우죽도(牛竹島)라고 불리기도 했다고 전한다.

갯벌 체험장에서는 썰물 때에 맞춰 조개 캐기 체험을 할 수 있으며, 바다 낚시를 즐기기 위해 우도를 찾는 이들도 많다.

섬마을 우도를 연결해주는 레인보우교와 노둣길. 레인보우교는 바닷길 1.32km를 잇는 국내 최장 연륙 인도교이다.
◇출렁다리와 짚트랙 액티비티한 섬 강진 가우도= 걸어서만 입도할 수 있는 작은섬 가우도는 강진의 8개 섬 가운데 유일한 유인도다. 섬의 생김새가 소의 멍에에 해당된다고 해서 ‘가우도(駕牛島)라 부르게 됐다고 전한다.

가우도에는 총 3개의 출렁다리가 있다. 망호항과 가우도를 잇는 716m 길이의 ‘망호 출렁다리’(다산다리), 저두항과 가우도를 잇는 438m ‘저두 출렁다리’(청자다리), 그리고 가우도 내에 해안가 절벽과 절벽을 연결하는 150m 길이의 ‘가우도 출렁다리’다.

가우도를 가기 위해서는 바다 위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강진읍 방향에서 들어와 망호 출렁다리를 건너거나 도암면 방향에서 저두 출렁다리를 이용하는 방법 두 가지다. 이름과 달리 출렁이지 않는다는 관광객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청자다리’와 ‘다산다리’로 개명했지만 여전히 출렁다리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출렁다리를 건너면서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하는 것부터가 가우도 여행의 시작이다.

다리를 건너 가우도에 들어서면 생태탐방로 ‘함께해(海)길’(2.5㎞)이 조성돼 있다. 해안선을 따라 걷는 해변 산책길과 숲길이 연결된 코스다. 산과 바다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천혜의 트레킹 코스라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함께해길’은 왼쪽이나 오른쪽이나 어느 쪽으로든 길이 이어져 있기 때문에 마음 내키는 대로 출발해도 좋다. 바다를 옆에 끼고 걸으니 콧노래가 절로 난다. 중간중간 바다 전망 포인트에서 사진을 찍거나 물멍힐링존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멍 때리기’ 해보기를 추천한다.

숲길을 걷다보면 ‘진짜’ 가우도 출렁다리를 만날 수 있다. 2021년 6월 준공된 출렁다리는 무주탑 현수교로 150m 길이에 폭은 1.8m다. 바다에 닿을 듯 축 늘어진 모습 때문에 보기만 해도 스릴넘친다. 기상악화 때는 통행을 제한한다.

가우도는 섬 한 바퀴를 도는데 1시간 30분이면 충분할 정도로 크지 않은 섬이지만 볼거리, 즐길거리가 알차게 모여 있는 섬이다.

500년 청자문화를 꽃피운 강진답게 청자 모형을 한 청자타워 전망대가 가우도 중심에 우뚝 서 있다. 전망대까지 산책을 하며 산을 올라갈 수도 있지만 모노레일을 이용해 쉽게 오를 수도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강진만과 다산초당, 만덕사까지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청자타워 정상에서 국내 최장 해상 짚트랙을 타는 즐거움도 놓치지 말 것. 25m 높이의 타워 정상에서 바다를 가로질러 지상까지 973m 길이를 시속 60㎞ 속도로 순식간에 이동한다. 아찔했던 기억은 잠시, 다시 한 번 타고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꽃이 많아 ‘꽃섬’ 여수 하화도= 꽃이 얼마나 많으면 이름부터 ‘꽃섬’일까. 예부터 꽃이 많아 ‘꽃섬(花島)’이라 불렸다는 여수 하화도. 임진왜란 당시 인동장씨가 난을 피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뗏목을 타고 이곳을 지나다가 동백꽃과 선모초꽃, 진달래꽃이 만발한 모습을 보고 마을에 정착하면서 꽃섬이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두 개의 섬 중 아래쪽에 있다고 해서 아래 꽃섬 ‘하화도’라 부르게 됐다.

하화도까지 가려면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뱃길 여행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여수 백야선착장에서 하화도 선착장까지 배를 타고 40~50분 소요된다. 바닷바람을 가르며 남해 풍경을 감상하다보면 어느새 하화도에 다다른다.

하화도에 도착하면 아기자기한 어촌마을 풍경이 낯선 방문객의 긴장된 마음을 한결 완화시켜 준다. 봄이면 진달래, 찔레꽃, 유채, 구절초, 부추꽃, 원추리 등 온갖 꽃으로 가득하다.

하화도에는 섬의 아름다운 풍광과 섬을 즐길 수 있는 ‘꽃섬길’이 조성돼 있다. 5.7㎞ 해안선을 따라 유채꽃과 남해바다를 감상하며 섬을 한 바퀴 도는 코스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드넓은 유채꽃밭에서 한참을 머무르다 길을 재촉하면 숲길을 지나 해안 절벽길이 등장하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남해 바다는 예술이다. 트레킹 중 만나는 ‘꽃섬다리’는 하화도 제1명소로 불릴만큼 상징적이다. 바다위를 가로지르는 아치형 다리로 길이는 100m 정도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남해 바다 풍경 또한 장관이다.

/글=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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