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향기 물씬~ 영암으로 떠나 봄
[굿모닝예향] 멋과 맛 함께 남도 유람-영암
달 조형물·바닥분수 등 즐길거리 가득한 ‘달맞이 공원’
‘덕진 차밭’ 포토존에 앉아 내려보면 나도 풍경이 되고
구림마을서 싸목싸목 걸으며 역사·문화 향기 속으로
‘하늘에서 가장 가깝고 땅에서 가장 먼’ 마애불 보며
일상 근심·걱정 벗고 마음의 평안 얻어보면 어떨까
2025년 04월 07일(월) 19:20
‘덕진 차밭’ 상부에 설치된 포토 존.
‘남도 제일의 생태힐링도시’ 영암의 월출산과 구림마을, ‘기찬랜드’에는 자연과 역사·예술·문화가 오롯이 스며있다. 또한 새롭게 조성된 영암읍성 터 ‘달맞이 공원’과 월출산 마애여래좌상을 찾아가는 ‘하늘 아래 첫 부처길’ 또한 눈길을 끈다. ‘찾고 싶고, 머물고 싶은 문화관광 일 번지’ 영암으로 새봄 여행을 떠나보자!

‘영암 달맞이공원’에서 만날 수 있는 ‘보름달 조형물’.
◇봄 기운 물씬…‘덕진 차밭’·‘달맞이 공원’= ‘좋은 날, 여기 영암’. 월출산을 가득 담은 노란빛깔 사각 프레임 한쪽에 적혀 있는 문구다. 영암군 덕진면 ‘덕진 차밭’ 상단에 마련된 포토 존에 앉으면 여행자 또한 풍경의 일부가 된다. 1979년 한국제다에서 백룡산(해발 420.8m) 남쪽 산자락에 조성한 5만 여 평의 차밭으로, 정식 명칭은 ‘한국제다 영암 제2다원’(영암군 덕진면 운암리 133-2)이다. 한겨울을 나면서도 꿋꿋하게 초록의 푸름을 잃지 않는 생명의 경이로움이라니. 초의선사(1786~1866)는 ‘동다송(東茶頌)’에서 “빽빽한 잎은 눈과 싸워 겨우내 푸르고”(密葉鬪霰貴冬靑)라고 묘사했다. 차밭 상단 쉼터에서 바라보는 풍경에는 봄 기운이 물씬 배어있다. 푸른 차밭과 들판 너머 펼쳐진 월출산 빛깔 또한 푸르다.

‘영암 달맞이공원’은 영암의 새로운 랜드마크이다. 옛 영암읍성 터에 100m 길이의 공중 보도교를 놓고 산책로와 소공원, 바닥분수, 달 조형물 등을 조성했다.

열무정(문화재자료 제160호)에서 ‘영암 달맞이공원’을 오른다. 입구에 자리한 열무정은 1535년(조선 중종 30년) 창건된 건물로, 호남지방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사정(射亭)이다. 100m 길이의 공중 보도교 중간에는 반원형 아치가 세워져 있다. 경관 보도교 일부 바닥은 투명유리로 만들어져 보행자에게 짜릿함을 안겨준다.

영암읍성 일부 구간이 복원돼 있다. 읍성 성벽을 따라 싸목싸목 걷다보면 ‘보름달 조형물’에 발길이 닿는다. 월출산을 배경으로 세워진 조형물을 보름달 뜬 밤에 본다면 어떠한 느낌을 안겨줄까. 여행자에게 ‘설렘’을 안겨주는 새로운 역사·문화공간이 영암읍에 조성됐다. 야경 명소로도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공간이다.

월출산 구정봉 북쪽 해발 600m에 자리한 ‘마애여래좌상’(높이 8.6m). 오른쪽 무릎 옆에 동자상을 부조로 새겼다.
◇월출산 기(氣) 품은 ‘기찬 랜드’·구림마을= 지난 2008년 7월 개장한 ‘월출산 기찬랜드’내에는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거리, 아울러 숙박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용추골 계곡을 흐르는 청정 자연수를 활용해 조성한 자연형 풀장을 비롯해 영암을 대표하는 문화 인물들의 전시관과 다양한 곤충표본을 접할 수 있는 ‘영암 곤충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숙박시설로는 (재)영암문화관광재단에서 운영하는 한옥 게스트하우스 ‘기찬재’가 자리하고 있다.

가수 하춘화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트로트 가요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한국 트로트가요센터’, 가야금 산조 창시자인 악성(樂聖) 김창조 선생과 가야금 예인들의 예맥(藝脈)을 기록한 ‘가야금산조 기념관’, 국수(國手) 조훈현 9단의 바둑 인생을 보여주는 ‘조훈현 바둑기념관’, 영암 출신 독립 운동가이자 언론인, 제헌의원인 낭산 김준연 선생의 일대기를 전시한 ‘낭산 김준연 기념관’ 등이 들어서있다. 또한 월출산 둘레길인 ‘기찬 묏길’이 조성돼 있어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웰빙 산책로’로 탐방객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영암을 찾는 여행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고,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은 구림(鳩林)마을일 것이다. 도선국사와 왕인박사, ‘별박사’ 최지몽, 고죽(孤竹) 최경창·홍낭을 비롯한 많은 역사인물들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뿌리깊은 마을이면서 ‘영암 군립 하정웅미술관’과 ‘영암 도기박물관’ 등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구림마을 역사·문화의 향기를 제대로 음미하려면 차를 두고 두 발로 걸어야 한다. ‘영암 군립 하정웅미술관’ 상설 전시장에서는 ‘미륵보살’(전화황·1979년 작), ‘자화상’(쿠사마 야요이·1995년), ‘히피 시리즈’ 연작(살바도르 달리·1969~1970년) 등 귀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선친의 고향에 아낌없이 수많은 작품을 기증한 동강(東江) 하정웅의 메세나(Mecenat) 정신이 돋보인다.

구림마을은 또한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약을 입혀 섭씨 1200℃ 이상의 고온에서 그릇을 구운 ‘시유(施釉) 도기’의 발상지이다. 통일신라 시대에 구림은 일본과 당나라로 가는 국제항(상대포)을 갖춘 해상교통 요충지인데다 8~9세기 하이테크 기술인 도자를 대규모로 굽던 생활산업단지이기도 했다. 발굴된 지 36년만에 영암으로 돌아온 시유 도기는 ‘입넓은 사각병’(廣口四角甁·높이 28.5㎝)이다. 입구는 넒고 몸통은 납작해 수통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현대 도예가 작품처럼 표면에 하얀색 무늬가 입혀져 있다.

‘가야금산조전시관’에서 볼 수 있는 ‘풍류 가야금’과 ‘산조 가야금’, ‘18현 가야금’, ‘21현 가야금’, ‘25현 가야금’ (왼쪽부터).
◇마애불 찾아가는 ‘하늘 아래 첫 부처길’=‘호남의 소금강’(小金剛)이라 불리는 월출산에 탐방로가 새롭게 열렸다. 바위에 새겨진 ‘마애여래좌상’으로 가는 길이다. 탐방로 이름은 ‘하늘 아래 첫 부처길’. 대동제 인근 주차장에 설치된 안내도에 따르면 주차장에서 상수원까지 800m(도보 20분 소요), 상수원에서 계곡을 따라 용암사지 3층 석탑까지 2.8㎞(1시간 40분 소요), 용암사지에서 마애여래좌상까지 100m(10분 소요) 거리라고 표시돼 있다.

용암사 터에는 ‘월출산 용암사지 3층석탑’(보물 1283호)이 홀로 서있다. 탑이 세워진 바위는 일명 ‘탑봉’으로 불린다. 텅 비어있는 절터 한 켠에 돌확과 샘터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절터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오르막 길을 10여 분 오르면 마애여래좌상과 만나게 된다. ‘하늘에서 가장 가깝고, 땅에서는 가장 먼’ 마애불이다. 석불 앞에서 절로 탄성이 나온다. 누가, 언제, 왜, 해발 600m 높이의 자연 암벽에 8.6m 크기의 거대한 불상을 조성했을까? 궁금증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통일신라 후기~고려 초기에 조성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마애여래좌상 맞은 편에는 이채로운 3층 석탑이 세워져 있다. 바둑형 고인돌같은 둥글고 커다란 바위 위에 ‘용암사지 3층석탑’을 축소한 듯한 자그마한 석탑을 올렸다. 마애불과 석탑이 마주보며 뭔가 심심상인(心心相印·말없이 마음과 마음으로 뜻을 전함) 호응(呼應)하는 형상을 취하고 있다.

미술사학자 이태호 명지대 석좌교수는 ‘한국의 마애불’(2001년)에서 “불상의 시선은 건너편 암반 위의 간소한 고려식 삼층석탑을 거쳐 드넓게 펼쳐진 영산강과 들녘을 굽어보고 있다”면서 “영산강 주변 들녘의 풍요와 함께 멀고 무서운 뱃길의 안녕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고 밝힌다. 여행자 또한 마애불의 시선을 따라 영암 들녘을 바라본다. 완연한 봄이다.

/글=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영암=전봉헌 기자 jbh@·사진=최현배 기자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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