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를 뺐다가 다시 넣는다고요? - 조형훈 조선대치과병원 치과보존과 교수
2025년 04월 02일(수) 19:15
흔히 신경치료라고 불리는 근관치료는 치아 우식 등으로 인해 치아 내부의 치수가 감염되었을 때 치아를 발치하지 않고 살려서 사용하기 위해 시행하는 일상적인 치과 치료 술식이다. 하지만 근관치료가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가장 큰 원인은 치아 뿌리와 내부 구조가 해부학적으로 매우 복잡하다는 점이다. 최신 기구와 재료, 장비를 사용하더라도 감염된 조직과 세균을 완전히 제거하고 소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근관치료 후에도 증상이 남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뿌리 끝 염증이 재발하는 경우 가장 먼저 고려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은 재근관치료이다. 이는 기존 근관 내부에 충전된 충전재를 제거하고 다시 소독한 후 충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근관 내부에 기둥이 세워져 있거나 충전재를 제거하기 어려운 경우, 혹은 뿌리 끝까지 치료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수술적 또는 외과적 재근관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그중 하나의 방법은 의도적 재식술이라는 술식이다. 이 술식은 통상적인 근관치료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치아 구조를 가진 경우 마지막으로 치아를 살리기 위해 시도하는 방법이다. 의도적 재식술은 치아를 조심스럽게 발치한 후 치료가 가능한지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치료가 가능하다면 뿌리 끝을 일부 절제하고 뿌리 끝에서부터 역방향으로 근관치료를 시행한 후 다시 원래 위치에 치아를 다시 넣어주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의도적 재식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치아를 뺐다가 다시 넣는다고요? 그렇게 해도 치아가 붙나요?”와 같은 반응을 보인다. 치아 재식술이라는 개념이 생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치과 상식 중 하나는 사고나 외상으로 인해 치아가 밖으로 빠졌을 때 우유나 식염수에 보관해 치과로 가면 다시 심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치아 재식술이라고 하며 의도적 재식술은 이를 사고나 외상이 원인이 아닌 치료 목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치아는 단순히 잇몸뼈에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치주인대라는 인대조직을 통해 고정된다. 치아가 빠지는 과정에서 이 인대가 끊어지게 되지만 빠른 시간 내에 다시 제자리에 위치시키면 인대가 재생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외상으로 인해 빠진 치아를 살리기 위해서는 인대를 보호하기 위해 우유나 식염수에 담가 치과에 가야 하는 것이다.

의도적 재식술은 이와 유사한 원리를 이용하지만 단순히 빠진 치아를 다시 심는 것이 아니라 치료의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발치하여 치료한 후 다시 심는 술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의도적 재식술은 일반적인 치료법이 아니라 다른 치료방법이 불가능하고 발치를 고려해야 할 정도로 치료가 어려운 경우에만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옵션이다. 특히 입 안쪽 깊숙한 곳에 위치한 어금니나 뿌리가 입천장 쪽이나 혀쪽에 위치해서 다른 수술 방법으로 접근이 어려운 경우에 제한적으로 시행된다. 근관치료를 받은 치아는 이미 근관치료를 해야할 만큼 많이 손상되었을 것이고 그로 인해 약해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치아를 빼는 과정에서 치아가 부러질 위험이 있다. 또한 치아를 다시 심은 후에도 완전히 자리 잡고 다시 정상적으로 사용할 때까지 약 4~8주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며 장기간에 걸쳐 뿌리가 녹는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의도적 재식술은 그 필요성과 근거가 명확할 때만 신중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의도적 재식술은 일반적인 치료법은 아니지만 치아를 보존하기 위한 마지막 치료법으로 신중하게 고려하고 필요한 경우에 적절하게 시행된다면 자연치아를 좀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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