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연극으로…펼쳐졌던 한강 소설들
광주5·18항쟁 모티브 ‘소년이 온다’
2020년 연극 ‘휴먼 푸가’로 무대에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연극 베스트3’ 선정
1999년 한국소설문학상 수상 ‘아기부처’
임우성 감독 영화 ‘흉터’ 2011년 상영
2020년 연극 ‘휴먼 푸가’로 무대에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연극 베스트3’ 선정
1999년 한국소설문학상 수상 ‘아기부처’
임우성 감독 영화 ‘흉터’ 2011년 상영
![]() 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를 극화해 광주에서 선보였던 연극 ‘휴먼 푸가’의 한 장면. <공연창작집단 뛰다 제공> |
한국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 소식이 연일 화제인 가운데, 한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2차 창작물’에도 관심이 쏠린다.
2020년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상연했던 ‘휴먼 푸가’가 대표적인 예다. 이 연극은 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를 극화한 것으로 한국연극평론가협회에서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되기도 했다.
‘휴먼 푸가’는 여러 삶의 형태를 통해 반추하는 인간 고통에 착안, 멜로디를 반복하거나 교차·증폭시키는 푸가(fuga) 형태를 접목했다. 원작과 같이 1980년 5월, 계엄군의 총칼에 맞서 싸운 시민들과 남겨진 이들의 고통을 초점화한다.
배요섭 연출가는 “이미 소설로 완결성을 지닌 작품을 새롭게 극화하는 것은 사회적 고통을 기억하고 각인하는 예술적 방식”이라며 창작 의도를 밝혔다.
연극이 재차 주목받는 이유는 원작 ‘소년이 온다’의 서사 구조를 핍진하게 무대 위에 옮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배우들은 소설 속 텍스트를 원전 그대로 낭독하며 ‘어린 새’, ‘검은 숨’, ‘일곱 개의 뺨’, ‘꽃핀 쪽으로’, ‘쇠와 피’, ‘밤의 눈동자’ 등 챕터를 연기한다.
원작의 중학교 3학년 소년 동호와 친구 정대 등도 고스란히 무대에 옮겨진다. 주인공의 단편적인 기억, 증언을 따라가는 구성이지만 한강 소설을 상호텍스트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밀가루, 테이프, 볼펜이나 천 등 다양한 오브제를 사용해 5·18 당시 고문의 아픔을 형상화한 점은 작품의 특징이다. 백여 개에 달하는 투명한 유리병을 통해서는 영령들의 비극과 고통을 형상화했다.
“그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 죄가 있다면 모두 나의 것이었다./ 삶이 얼마나 긴 것인지 몰랐던 죄, 몸이 시키는 대로 가지 않았던 죄, 분에 넘치는 정신을 꿈꿨던 죄, 분에 넘치는 사랑을 꿈꿨던 죄, 자신의 한계에 무지했던 죄(…)”(‘아기 부처’ 100쪽)
아울러 1999년 제25회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던 ‘아기 부처’도 입소문을 탔다.
소설은 앞서 2011년 임우성 감독의 영화 ‘흉터’로 스크린에 올랐다. 개봉 당시 큰 흥행을 기록하지 못했으나 원작의 주제를 영화 언어로 충실히 구현했다는 평가도 있다.
원작의 ‘아기 부처’ 속 주인공 ‘나’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인물로, 어린 시절 어머니의 매서운 손길을 감당하며 성장했다.
영화 ‘흉터’ 또한 어릴 적 엄격한 환경 속에서 자라 감정이 메마른 선희(박소연 분)의 삶을 조명한다.
그녀는 지울 수 없는 상처로 인해 완벽주의에 집착하는 남자 상협(정희태)과 함께 동상이몽을 꿈꾸며 위태로운 결혼생활을 이어간다. 어느 날 상협의 외도 사실이 드러나자 비밀스러운 기억들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흉터’에 앞서 임 감독은 2010년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모티브로 동명 영화도 선보였다.
12일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에 따르면 이탈리아 극단 INDEX는 ‘채식주의자’를 동명 연극으로 제작, 오는 25일부터 내년 2월까지 프랑스 및 이탈리아 주요 도시에서 상연할 예정이다.
지역 극단들도 한강의 작품 무대화에 반색을 표했다.
광주시립극단을 비롯해 푸른연극마을, 극단 연우랑 등은 “원작자에게 연극화 제작 동의를 거쳐야 하기에 쉽지 않겠으나, 언젠가 한강 작품을 극으로 상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향후 ‘흰’, ‘작별하지 않는다’와 같은 작품도 무대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연극계에 감돈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2020년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상연했던 ‘휴먼 푸가’가 대표적인 예다. 이 연극은 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를 극화한 것으로 한국연극평론가협회에서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되기도 했다.
배요섭 연출가는 “이미 소설로 완결성을 지닌 작품을 새롭게 극화하는 것은 사회적 고통을 기억하고 각인하는 예술적 방식”이라며 창작 의도를 밝혔다.
연극이 재차 주목받는 이유는 원작 ‘소년이 온다’의 서사 구조를 핍진하게 무대 위에 옮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원작의 중학교 3학년 소년 동호와 친구 정대 등도 고스란히 무대에 옮겨진다. 주인공의 단편적인 기억, 증언을 따라가는 구성이지만 한강 소설을 상호텍스트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밀가루, 테이프, 볼펜이나 천 등 다양한 오브제를 사용해 5·18 당시 고문의 아픔을 형상화한 점은 작품의 특징이다. 백여 개에 달하는 투명한 유리병을 통해서는 영령들의 비극과 고통을 형상화했다.
“그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 죄가 있다면 모두 나의 것이었다./ 삶이 얼마나 긴 것인지 몰랐던 죄, 몸이 시키는 대로 가지 않았던 죄, 분에 넘치는 정신을 꿈꿨던 죄, 분에 넘치는 사랑을 꿈꿨던 죄, 자신의 한계에 무지했던 죄(…)”(‘아기 부처’ 100쪽)
아울러 1999년 제25회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던 ‘아기 부처’도 입소문을 탔다.
소설은 앞서 2011년 임우성 감독의 영화 ‘흉터’로 스크린에 올랐다. 개봉 당시 큰 흥행을 기록하지 못했으나 원작의 주제를 영화 언어로 충실히 구현했다는 평가도 있다.
원작의 ‘아기 부처’ 속 주인공 ‘나’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인물로, 어린 시절 어머니의 매서운 손길을 감당하며 성장했다.
![]() 한강 작가의 소설 ‘아기 부처’를 영화화한 임우성 감독의 영화 ‘흉터’. |
그녀는 지울 수 없는 상처로 인해 완벽주의에 집착하는 남자 상협(정희태)과 함께 동상이몽을 꿈꾸며 위태로운 결혼생활을 이어간다. 어느 날 상협의 외도 사실이 드러나자 비밀스러운 기억들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흉터’에 앞서 임 감독은 2010년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모티브로 동명 영화도 선보였다.
12일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에 따르면 이탈리아 극단 INDEX는 ‘채식주의자’를 동명 연극으로 제작, 오는 25일부터 내년 2월까지 프랑스 및 이탈리아 주요 도시에서 상연할 예정이다.
지역 극단들도 한강의 작품 무대화에 반색을 표했다.
광주시립극단을 비롯해 푸른연극마을, 극단 연우랑 등은 “원작자에게 연극화 제작 동의를 거쳐야 하기에 쉽지 않겠으나, 언젠가 한강 작품을 극으로 상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향후 ‘흰’, ‘작별하지 않는다’와 같은 작품도 무대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연극계에 감돈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