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인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 장필수 예향40주년기념위원장
2024년 09월 10일(화) 22:00
지금부터 2400여 년 전에 살았던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인구 문제는 인류 모든 문제의 근본이다”고 설파했다.

인구는 급격하게 증가해도 문제지만 줄어도 문제다. 대한민국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인구 증가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했지만 요즘은 저출생에 따른 인구 감소 대책이 화두가 되고 있다.

국력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인구다. 1인당 GNI(국민 총소득)가 20만 달러에 가까운 리히텐슈타인과 10만 달러가 넘는 모나코, 버뮤다가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이유는 인구가 적은 소국이기 때문이다.

흔히 국력을 평가할 때 1인당 국민소득과 GDP(국내 총생산)를 활용한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고 인구 5000만명이 넘는 이른바 ‘30-50 클럽’에 가입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7개국에 불과하다. ‘G7’은 아니지만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이자 영향력 있는 국가로 평가받는 것도 ‘30-50 클럽’ 회원 영향이 크다.

하지만 문제는 국내에서의 인구 양극화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이 수도권에 살면서 지방은 소멸을 걱정할 정도로 인구 감소가 심각하다. 이렇다 보니 지방자치단체마다 인구 늘리기가 최대 현안이 됐다. 지금은 덜

정주인구 적은 전남 생활인구에 사활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주인구 늘리기 경쟁이 치열했다. 광주에서 전남으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 대다수는 근무지로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주소까지 옮기는 촌극이 비일비재했다. 주민등록상 인구보다 실제 거주인구가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 전남의 현실이다.

거주인구에 올인했던 지자체들이 최근에는 생활인구에 주목하고 있다. 생활인구는 정부가 이동성과 활동성이 증가하는 생활유형을 반영하기 위해 지난해 내놓은 새로운 개념의 인구다. 기존 주민등록인구뿐만 아니라 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체류하는 사람과 외국인을 포함한 개념이다. 근무나 통학, 관광이나 휴양을 목적으로 특정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까지도 그 지역 인구로 보자는 것으로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도입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영암군을 포함해 전국 8개 시군을 생활인구 시범산정 지역으로 선정해 테스트해 본 뒤 올해부터는 국내 인구감소지역 89곳 모두로 대상을 확대했다. 전남에선 22개 시군 가운데 16개가 포함됐는데 정부가 처음으로 산정해 발표한 생활인구를 보면 타 지역보다 생활인구와 거주인구 차이가 컸다. 올해 1분기 기준 전남 16개 시군의 생활인구는 299만502명으로 주민등록인구(67만675명)의 4.5배 수준으로 전국 평균(4배) 보다 높았다. 특히 구례는 주민등록인구가 2만4134명인데 반해 생활인구는 18.4배나 많은 44만9206명으로 전국 인구감소지역 중 차이가 가장 컸다.

전남의 생활인구와 주민등록인구 차이가 큰 것은 정주인구에 비해 축제 등 관광 등의 목적으로 단기 방문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정주인구가 많아야 좋겠지만 어렵다면 생활인구 늘리기에 주력하는 것이 현실적인 인구 늘리기 정책이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혁신도시 2기 추진이나 신재생에너지가 넘쳐나는 호남지역에 에너지 소비가 많은 데이터센터 등을 유치해 자연스럽게 수도권 인구 분산을 유도할 수 있는데도 지방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지역소멸 극복 대안으로 활용해야

이렇듯 소멸위기에 처한 전남지역 지자체들은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지자체들이 생활인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과 휴식을 병행하는 워케이션은 생활인구 늘리기에 안성마춤이다.

전국적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데 전남에서도 여수시, 순천시, 곡성군 등 선도지역이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여수는 바다와 도심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는 장점을 활용해 성과를 내고 있고 순천은 순천만국가정원내 국내 유일의 정원워케이션으로 연말까지 예약이 차 있다. 곡성은 귀촌 청년들이 만든 협동조합인 ‘팜앤디’가 ‘러스틱 타운’이란 기업 중심 워케이션으로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까지 대기업 등 217개 기업을 곡성으로 불러들였다.

강진군은 생활인구 개념이 등장하기 전부터 체류인구 늘리기에 성공했다. 농가에서 1주일 살아보는 체험 프로그램인 ‘푸소(FUSO)’를 브랜드로 2015년부터 지금까지 5만7000여명을 불러들였고 농가에는 52억8000만원의 소득을 안겼다.

역발상은 흔히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왔다. 전남은 소멸 위험이 가장 큰 지역이지만 ‘50대 이상 관광소비 비중 전국 1위’ 데이터 등에서 확인돼 듯 관광지로서 경쟁력이 충분하다. 문제는 이를 워케이션 등 생활인구를 늘리는 기회로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면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도 중요하지만 시장과 군수를 비롯한 자치단체의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각자도생의 시대, 환경 탓을 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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