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선거구 개편으로 본 전남지역 소멸의 역사 - 장필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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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의 막이 올랐다. 어제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120일간의 대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예비후보에 등록하면 곧바로 선거사무소를 개설하고 어깨띠를 두르고 다니면서 명함을 배포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도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아 후보자나 유권자 모두 혼란을 겪고 있다. 22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 초안은 나와 있다. 예비후보 등록 1주일 전인 지난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했는데 국회의원 정수(300명)와 지역구 의원 정수(253명)를 유지하면서 서울과 전북에서 1석씩 줄인 반면 경기와 인천에서 1석씩 늘렸다.
30년 사이 19개 선거구가 10개로
광주와 전남은 21대와 마찬가지로 8석과 10석으로 변한게 없다. 다만 전남에선 서부권에서 1석이 줄어 이것이 동부권으로 넘어갔다. 서부권인 영암·무안·신안 지역구가 공중 분해돼 영암이 해남·완도·진도에 묶이고 무안이 나주·화순에, 신안은 목포에 편입됐다. 동부권에선 순천·광양·곡성·구례 갑과 을로 2개이던 선거구가 순천이 분리돼 갑과 을로 나뉘고, 광양·곡성·구례로 조정됐다.
총선 선거구 획정은 2014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인구가 가장 많은 선거구와 가장 적은 선거구의 인구 비율을 2대 1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22대 선거구는 지난해 선거구 평균 인구(20만 3281명)를 기준으로 하다보니 13만 6600명 이상, 27만 3200명 이하가 기준이 됐다. 이렇다보니 강원에선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6개 군이 묶이면서 서울시 면적의 8배에 달하는 기형적인 초대형 선거구가 등장했다. 전남에서도 고흥·보성·장흥·강진 선거구 면적이 2595㎢로 서울시의 4.3배, 이번에 무안이 나주·화순에 묶이면 서울시의 3배에 달한다.
문제는 표의 등가성도 중요하지만 농어촌 지역구 통폐합이 지역소멸을 촉진한다는데 있다. 역대 전남의 총선 지역구 변화를 살펴보면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소멸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1992년 14대 총선만 하더라도 전남은 총 19개 선거구였다. 담양·장성 등 5개 선거구만 2개 군으로 구성됐고 나머지 시군은 모두 개별 선거구를 유지하고 있었다. 15대 총선에서 17개로 2개 줄었는데 9개 선거구가 2개 군으로 편성됐다. 2000년 16대에선 13개로 직전 총선에 비해 선거구가 4개나 줄었다. 처음으로 3개 군이 묶인 선거구(담양·곡성·장성)가 등장했고 고흥군을 제외하고 모든 군이 2개씩 묶였다.
2008년 18대에선 12개로 17대에 비해 한 곳 더 줄었다. 강진·완도가 해체돼 강진이 장흥·영암에, 완도가 해남·진도에 편입됐다. 광양시가 처음으로 단독 선거구를 갖게 된 것도 18대 때다. 2012년 19대에선 첫 4개 군 선거구인 담양·함평·영광·장성이 등장하면서 또 한 곳이 줄어 11개 선거구가 됐다. 2016년 20대 총선에선 강진·장흥·영암이 해체돼 강진·장흥이 고흥·보성에 묶였고 영암이 무안·신안에 편입되면서 전남 선거구가 10곳으로 줄었다. 이후 이번 22대 총선까지 30여년 사이 전남 선거구가 19개에서 10개로 절반 가량이나 줄어든 것이다.
전남지역 총선 선거구 개편 역사를 보면 전남 서부권의 쇠퇴와 상대적으로 동부권의 부흥을 알 수 있다. 14대부터 22대까지 보면 크게 세 차례 지역구가 공중 분해 됐는데 모두 서부권이다. 18대 강진·완도, 20대 강진·장흥·영암 지역구가 해체된데 이어 22대에선 영암·무안·신안이 공중 분해 위기를 맞고 있다. 인구수를 기준으로 하다보니 광역 도시 경제권이 형성된 동부권(순천·여수·광양)은 선거구를 대체로 유지했지만 서부권은 해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번 22대에서 인구 27만 8000여명의 순천시가 인접 시군에서 분리돼 독자적으로 2개 선거구가 된데는 국민의힘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인구수에서 여수를 제치고 전남 1위 자치구로 떠오른 것이 원인이 됐다.
인구수 기준만 고집해선 안돼
22대 지역구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확정됐던 이전 사례를 볼때 이번에도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어찌됐건 이제부터라도 농어촌 붕괴와 소멸을 촉진하는 인구수 기준의 현행 획정안을 개선해야 한다.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입으로는 지역 균형발전을 말하면서 농어촌 소멸을 가속화하는 선거구 획정안을 그대로 둬서는 안된다. 오죽했으면 전남지역 모 국회의원이 국회의원 선거구는 5개 이상의 자치구·시·군으로 구성할 수 없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겠는가. 도시권 국회의원들의 무관심에 밀려 서랍속에 방치된 법안이지만 제도적 장치 마련 차원에서도 조속히 처리해야 할 사안이다.
수시로 변하는 농어촌 선거구 개편은 유권자에겐 지역에 대한 애착을 떨어뜨리고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유발한다. 특히 총선 직전에야 확정되는 선거구는 지명도가 낮은 정치 신인에겐 불공정 게임과도 같고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에게 깜깜이 선거를 유발한다. 가능한 빠른 시일안에 합리적인 선거구 획정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아직도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아 후보자나 유권자 모두 혼란을 겪고 있다. 22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 초안은 나와 있다. 예비후보 등록 1주일 전인 지난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했는데 국회의원 정수(300명)와 지역구 의원 정수(253명)를 유지하면서 서울과 전북에서 1석씩 줄인 반면 경기와 인천에서 1석씩 늘렸다.
광주와 전남은 21대와 마찬가지로 8석과 10석으로 변한게 없다. 다만 전남에선 서부권에서 1석이 줄어 이것이 동부권으로 넘어갔다. 서부권인 영암·무안·신안 지역구가 공중 분해돼 영암이 해남·완도·진도에 묶이고 무안이 나주·화순에, 신안은 목포에 편입됐다. 동부권에선 순천·광양·곡성·구례 갑과 을로 2개이던 선거구가 순천이 분리돼 갑과 을로 나뉘고, 광양·곡성·구례로 조정됐다.
문제는 표의 등가성도 중요하지만 농어촌 지역구 통폐합이 지역소멸을 촉진한다는데 있다. 역대 전남의 총선 지역구 변화를 살펴보면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소멸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1992년 14대 총선만 하더라도 전남은 총 19개 선거구였다. 담양·장성 등 5개 선거구만 2개 군으로 구성됐고 나머지 시군은 모두 개별 선거구를 유지하고 있었다. 15대 총선에서 17개로 2개 줄었는데 9개 선거구가 2개 군으로 편성됐다. 2000년 16대에선 13개로 직전 총선에 비해 선거구가 4개나 줄었다. 처음으로 3개 군이 묶인 선거구(담양·곡성·장성)가 등장했고 고흥군을 제외하고 모든 군이 2개씩 묶였다.
2008년 18대에선 12개로 17대에 비해 한 곳 더 줄었다. 강진·완도가 해체돼 강진이 장흥·영암에, 완도가 해남·진도에 편입됐다. 광양시가 처음으로 단독 선거구를 갖게 된 것도 18대 때다. 2012년 19대에선 첫 4개 군 선거구인 담양·함평·영광·장성이 등장하면서 또 한 곳이 줄어 11개 선거구가 됐다. 2016년 20대 총선에선 강진·장흥·영암이 해체돼 강진·장흥이 고흥·보성에 묶였고 영암이 무안·신안에 편입되면서 전남 선거구가 10곳으로 줄었다. 이후 이번 22대 총선까지 30여년 사이 전남 선거구가 19개에서 10개로 절반 가량이나 줄어든 것이다.
전남지역 총선 선거구 개편 역사를 보면 전남 서부권의 쇠퇴와 상대적으로 동부권의 부흥을 알 수 있다. 14대부터 22대까지 보면 크게 세 차례 지역구가 공중 분해 됐는데 모두 서부권이다. 18대 강진·완도, 20대 강진·장흥·영암 지역구가 해체된데 이어 22대에선 영암·무안·신안이 공중 분해 위기를 맞고 있다. 인구수를 기준으로 하다보니 광역 도시 경제권이 형성된 동부권(순천·여수·광양)은 선거구를 대체로 유지했지만 서부권은 해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번 22대에서 인구 27만 8000여명의 순천시가 인접 시군에서 분리돼 독자적으로 2개 선거구가 된데는 국민의힘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인구수에서 여수를 제치고 전남 1위 자치구로 떠오른 것이 원인이 됐다.
인구수 기준만 고집해선 안돼
22대 지역구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확정됐던 이전 사례를 볼때 이번에도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어찌됐건 이제부터라도 농어촌 붕괴와 소멸을 촉진하는 인구수 기준의 현행 획정안을 개선해야 한다.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입으로는 지역 균형발전을 말하면서 농어촌 소멸을 가속화하는 선거구 획정안을 그대로 둬서는 안된다. 오죽했으면 전남지역 모 국회의원이 국회의원 선거구는 5개 이상의 자치구·시·군으로 구성할 수 없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겠는가. 도시권 국회의원들의 무관심에 밀려 서랍속에 방치된 법안이지만 제도적 장치 마련 차원에서도 조속히 처리해야 할 사안이다.
수시로 변하는 농어촌 선거구 개편은 유권자에겐 지역에 대한 애착을 떨어뜨리고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유발한다. 특히 총선 직전에야 확정되는 선거구는 지명도가 낮은 정치 신인에겐 불공정 게임과도 같고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에게 깜깜이 선거를 유발한다. 가능한 빠른 시일안에 합리적인 선거구 획정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