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미 개인전, ‘무엇이 묻혀있는지도 모른 채’
10일까지 남동 아크갤러리
2023년 12월 07일(목) 19:30
‘끈끈하다 못해 끈적이는 땅’
그의 작품은 사실적이면서도 은유적이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반영하지만 그렇다고 대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작가의 심미안이 투영된 사물이나 대상은 작가만의 해석에 의해 새롭게 창조된다.

이선미 작가의 개인전이 동구 남동 아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10일까지 ‘무엇이 묻혀있는지도 모른 채’를 주제로 열리는 전시는 보는 이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마치 화두와도 같다. 작품 하나하나는 결코 가볍게 스칠 수 없는 아우라를 발한다.

노동 현장에서나 볼 수 있는 다양한 도구를 비롯해 작업화 위에 앉은 달팽이 등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객체들이다. 그런 사소한 사물이나 생명체에 눈길을 준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작가의 내면이 따뜻하다는 방증이다.

‘끈끈하다 못해 끈적이는 땅’에서는 달팽이와 다양한 사물들을 만날 수 있다. 한 가운데 달팽이가 있고 그 주위로 알 수 없는 사물들이 에둘러 있다. 달팽이는 과연 자리한 곳에서 나갈 수 있을까.

물질과 욕망에 길들여져 있는 현대인들을 향한 무언의 경고를 담은 작품도 있다. ‘풍요 속의 빈곤’은 끊임없이 분무기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일견 물 쓰 듯 물을 허비하는 세태를 풍자하는 것 같지만 실상을 보면 그렇지 않다. 분무기를 들고 선 이의 모습은 초라한 차림의 어르신이다. 전체의 모습을 그리지 않고 후줄근한 뒷모습을 초점화한 것은 ‘풍요 속의 빈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한편 이번 전시는 광주문화재단의 2023 청년예술인 창작지원사업으로 지원받아 진행되고 있다.

이 작가는 작가 노트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눈길이 닿는 곳마다 인간의 욕심으로 일궈낸 인위적인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며 “인간의 욕심으로 일궈낸 풍경들을 통해,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 뒤에 감춰지고 버려진 본질의 존재들을 재조명하여 경각심을 일깨우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이 작가는 원광대 한국화학과를 졸업했으며 광주신세계갤러리 신년 기획전을 비롯해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의 2016년 레지던시 창년작가 지원전시에 참여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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