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손’ 최평곤 작가 “광주에 빚진 마음 ‘따뜻한 손’으로 위로”
예술의 거리 미로센터에 설치
광주기억자원 공공미술에 담아
광주기억자원 공공미술에 담아
![]() ‘따뜻한 손’ 앞에서 포즈를 취한 최평곤 작가 |
‘따뜻한 손’이 그리운 시절이다. 아니 그리운 시대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많은 이들이 고통과 아픔을 겪고 있다. 또한 폭압의 시대에 겪어야 했던 상흔으로 인해 여전히 상실의 고통과 깊은 트라우마에 짓눌리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시절이 각박해지면서 ‘따뜻한 손’을 내미는 이들도 예전처럼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물론 ‘따뜻한 손’이 물질과 물품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배려하는 마음, 나아가서는 예술적 위안을 줄 수 있는 작품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광주는 현대사의 가장 아픈 역사인 5·18민중항쟁이 일어났던 곳이다. 요즘 가장 핫한 12·12 쿠데타를 모티브로 한 영화 ‘서울의 봄’은 신군부가 군력을 찬탈한 무도한 사건이었다. 이듬해 신군부는 민주화를 위해 분연히 일어섰던 광주 시민들을 총칼로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학살했다.
“저는 늘 한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빚진 마음이 있었어요. 오월 광주는 ‘나’라는 개인을 넘어 모두의 아픔이자 슬픔이었지요. ‘따뜻한 손’을 제작한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공공미술 작품 ‘따뜻한 손’을 동구 예술의 거리 미로센터에 설치한 최평곤 작가. 최 작가는 5일 미로센터 주관으로 열린 간담회에서 “비극의 시대를 이겨내고 현재를 살아가는 광주 시민들에게 작은 위로나마 전해주고 싶었다”며 “안아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 이번 작품 ‘따뜻한 손’을 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첫 눈에도 그는 고전적인 예술가의 인상이었다. 아무렇게나 빗은 머리와 선 굵은 얼굴은 시대와 타협하지 않는 예술가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다른 무엇보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는 철학을 견지하는 것이 작가로서의 정체성, 내지는 본질을 말해주었다.
최 작가의 작품은 임진각에도 설치됐었고, 김제 벽골제 ‘쌍용’도 그의 작품이다. 조형 작가로서의 그의 명성은 익히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작품(10.4m×5.4m×6.5m)은 4개월에 걸쳐 대나무와 스테인레스로 제작했다. 그의 단일 작품으로는 가장 큰 조형물이며, 이번 설치를 위해 15t 트럭 2대에 4개로 분해해 옮겼다는 후문이다.
작품 ‘따뜻한 손’이 의미있는 것은 지난 2019년 11월 개관한 미로센터(센터장 한창윤)에 설치됐다는 점이다. 미로센터가 공공시설 활용과 문화자치, 공공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광주 기억자원을 공공미술에 담아 공동체 정신, 인간 성찰의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천혜원 팀장은 “환경과 광주 정신 등을 고려했을 때 대나무를 재료로 하는 작품이라면 가장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그러한 부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최 작가의 이번 ‘따뜻한 손’은 시의적절하면서도 잔잔한 울림을 준다”고 말했다.
충남 당진 출신인 최 작가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그림을 그렸다. 군 제대 후 후배 권유로 세종대학에 진학했다.
“저의 작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다른 무엇보다 ‘사람’입니다. 사람은 동시대성과 그 시대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사람을 성찰하는 과정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성을 인식할 수 있거든요. 우리시대에 필요한 것은 아니 시대를 초월해 요구되는 것은 내가 아닌 ‘우리’라는 정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따뜻한 손’ 앞에 서면 ‘큰 사람’ 손에 안기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대나무의 따뜻한 질감과 부드러움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모든 것이 실적과 성적으로 계수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조건도 불문하고 두 손으로 환대해주는 이(작품)가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기쁜 일이다.
최 작가는 “내부 프레임은 스테인레스를 열처리해 구조를 엮었기에 철보다 강하다”며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그 위에 대나무 등을 덧씌워 새로운 작품으로 전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구적 보존성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최 작가는 장소적 스토리를 우선적으로 고민해 형태와 규모를 결정해 드로잉작업을 했다. 이후 골조 설계를 한 뒤 모형을 제작했다.
김준기 광주시립미술관장은 “대나무 인간은 ‘하늘과 땅을 잇는 사람’으로서 이상과 현실을 매개하는 평화의 메신저”라며 “최평곤은 이 작품을 통해 ‘광주에 빚진 마음’을 담아 따뜻한 손을 내민다”고 의미를 평했다.
최 작가는 97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민미협과 함께 5·18 전시에 참여했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2020)이 마련한 5·18민주화운동 40주년 특별전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에 ‘평화의 손’을 전시한 바 있다.
한편 개막식은 오는 7일 오후 4시 미로센터에서 열린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많은 이들이 고통과 아픔을 겪고 있다. 또한 폭압의 시대에 겪어야 했던 상흔으로 인해 여전히 상실의 고통과 깊은 트라우마에 짓눌리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시절이 각박해지면서 ‘따뜻한 손’을 내미는 이들도 예전처럼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물론 ‘따뜻한 손’이 물질과 물품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배려하는 마음, 나아가서는 예술적 위안을 줄 수 있는 작품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저는 늘 한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빚진 마음이 있었어요. 오월 광주는 ‘나’라는 개인을 넘어 모두의 아픔이자 슬픔이었지요. ‘따뜻한 손’을 제작한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첫 눈에도 그는 고전적인 예술가의 인상이었다. 아무렇게나 빗은 머리와 선 굵은 얼굴은 시대와 타협하지 않는 예술가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다른 무엇보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는 철학을 견지하는 것이 작가로서의 정체성, 내지는 본질을 말해주었다.
최 작가의 작품은 임진각에도 설치됐었고, 김제 벽골제 ‘쌍용’도 그의 작품이다. 조형 작가로서의 그의 명성은 익히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작품(10.4m×5.4m×6.5m)은 4개월에 걸쳐 대나무와 스테인레스로 제작했다. 그의 단일 작품으로는 가장 큰 조형물이며, 이번 설치를 위해 15t 트럭 2대에 4개로 분해해 옮겼다는 후문이다.
작품 ‘따뜻한 손’이 의미있는 것은 지난 2019년 11월 개관한 미로센터(센터장 한창윤)에 설치됐다는 점이다. 미로센터가 공공시설 활용과 문화자치, 공공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광주 기억자원을 공공미술에 담아 공동체 정신, 인간 성찰의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천혜원 팀장은 “환경과 광주 정신 등을 고려했을 때 대나무를 재료로 하는 작품이라면 가장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그러한 부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최 작가의 이번 ‘따뜻한 손’은 시의적절하면서도 잔잔한 울림을 준다”고 말했다.
충남 당진 출신인 최 작가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그림을 그렸다. 군 제대 후 후배 권유로 세종대학에 진학했다.
“저의 작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다른 무엇보다 ‘사람’입니다. 사람은 동시대성과 그 시대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사람을 성찰하는 과정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성을 인식할 수 있거든요. 우리시대에 필요한 것은 아니 시대를 초월해 요구되는 것은 내가 아닌 ‘우리’라는 정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따뜻한 손’ 앞에 서면 ‘큰 사람’ 손에 안기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대나무의 따뜻한 질감과 부드러움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모든 것이 실적과 성적으로 계수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조건도 불문하고 두 손으로 환대해주는 이(작품)가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기쁜 일이다.
최 작가는 “내부 프레임은 스테인레스를 열처리해 구조를 엮었기에 철보다 강하다”며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그 위에 대나무 등을 덧씌워 새로운 작품으로 전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구적 보존성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최 작가는 장소적 스토리를 우선적으로 고민해 형태와 규모를 결정해 드로잉작업을 했다. 이후 골조 설계를 한 뒤 모형을 제작했다.
김준기 광주시립미술관장은 “대나무 인간은 ‘하늘과 땅을 잇는 사람’으로서 이상과 현실을 매개하는 평화의 메신저”라며 “최평곤은 이 작품을 통해 ‘광주에 빚진 마음’을 담아 따뜻한 손을 내민다”고 의미를 평했다.
최 작가는 97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민미협과 함께 5·18 전시에 참여했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2020)이 마련한 5·18민주화운동 40주년 특별전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에 ‘평화의 손’을 전시한 바 있다.
한편 개막식은 오는 7일 오후 4시 미로센터에서 열린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