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풍부한 설화, 공모전 열어 특화 콘텐츠 육성”
광주일보 주최 ‘전남 콘텐츠 산업의 미래와 진흥원의 역할’ 좌담회
2023년 12월 03일(일) 19:00
지난달 29일 광주일보 주최로 열린 ‘전남 콘텐츠 산업의 미래와 진흥원의 역할’을 주제로 한 좌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전남의 다양한 설화를 기반으로 한 전국콘텐츠공모전 개최를 제안하고 공감했다.
김성원 전남도 문화산업과장

콘텐츠 산업 궁극적 목적은 관광 진흥

전남 와야만 즐길 수 있는 내용 담아야

임규복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역콘텐츠진흥팀장

잘하는 분야 선정 집중 육성 전략 필요

K-콘텐츠 진흥지구 지정 검토해 볼 만

이진희 순천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순천 3개 대학서 애니메이션 인력 양성

열악한 장비·취업난·정원 감축 어려움

나형진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 지역콘텐츠진흥팀장

관광 접목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 집중

웹툰 제작·기업 유치·인건비 지원 최선

전유혁 와이그램 대표이사

2020년 수도권 경험 가지고 순천 이전

제도 잘 활용하고 마인드 바꾼다면 승산



광주일보는 전남의 콘텐츠 산업의 현재를 평가하고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서 전남도·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 관련 전문가들과 좌담회를 개최했다. 전남도는 전남만의 특화된 콘텐츠를 개발·보급해 관광객 유치, 지역 자긍심 고취, 파생 상품 출시에 따른 지역경제 발전 등에 나설 방침이다. 진흥원은 22개 시·군과 협력해 설화, 전설, 전통, 자연 등을 토대로 한 지역기업들의 미디어아트, 애니메이션, 파사드, 실감형 장치 등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뒷받침하고 있다.



사회자=좌담회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광주일보 정치부 부국장 윤현석입니다. 우선 전남도의 콘텐츠 산업 관련 정책을 좀 알고 싶습니다.

▲김성원 전남도 문화산업과장(이하 김)=콘텐츠 산업 정책은 궁극적으로 관광 진흥을 목적으로 합니다. 전남만의 문화·예술·자연 등을 소재로 한 특화된 콘텐츠로, 전남에 와야만 즐길 수 있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관련 기업들이 성장하고 그로 인해 일자리 창출, 지역 발전 등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본격적으로 콘텐츠 산업 육성을 시작한 것이 불과 2~3년 전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사례를 잘 보고 배우면서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전남의 콘텐츠 산업을 좀 냉정하게 평가해본다면.

▲임규복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역콘텐츠진흥팀장(이하 임)=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서 10년째 거주하고 있으니 이제는 전남인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외부의 시각에서 냉정하게 보면 전남이 콘텐츠 모든 분야에서 수도권의 경쟁력을 넘어설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더 나을 수 있는가를 냉철하게 판단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떤 장르일지는 좀 판단이 필요하고요. 관광 쪽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쪽을 고민해봐야 합니다. K-콘텐츠 진흥지구, 문화산업진흥지구 등의 지정도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순천의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조성은 아주 좋은 사례라고 할 것 같습니다. 지역별로 각각의 자원과 특성을 감안해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순천의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조성사업에 대해서 설명이 필요할 것 같군요.

▲이진희 순천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이하 이)=순천시 원도심 빈 건물에 36개사 650명이 입주할 기업입주실, 교육 및 회의공간, 전시 및 휴게공간 등 지방 거점 애니메이션 제작 기지를 조성하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기획·후처리’와 ‘메인 제작’의 이원화로 수도권과 전남이 상호보완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고요. 국비 195억원 등 모두 39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입니다. 순천은 일찌감치 애니메이션 산업을 육성해왔는데요. 순천대에 애니메이션 학과가 생긴 것이 지난 1996년의 일입니다. 2019년에 순천글로벌웹툰센터가 들어섰고, 저변 확대, 붐업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웹툰 페스티벌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순천에서는 순천대, 순천청암대, 순천제일대 등 3개의 대학에서 애니메이션 인력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이=물론입니다. 애니메이션 인력을 배출하는 대학 입장에서는 그들이 실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고 지역에 잘 정착해 여러 작품들을 만들어냈으면 합니다만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열악한 장비에 정원 감축, 취업난이 대표적인 어려움이고요. 기업의 입장에서 그들이 만족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진흥원에서도 기업, 지자체에 여러가지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형진 진흥원 지역콘텐츠진흥팀장(이하 나)=우선 관광과 접목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기위해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각 시·군 전시관, 박물관 등에 미디어아트, 실감형 콘텐츠 등을 공급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 콘텐츠의 인기가 떨어지고 시설이 낙후돼 관리해야 한다는 겁니다. 365일 가동해야 하기에는 예산이나 인력 등이 부족합니다. 이 외에도 애니메이션이나 웹툰 제작, 기업 유치, 인건비 지원 등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기업들의 역량도 미흡한 측면이 있었지만 이제는 경쟁력과 역량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관련 기업의 이야기를 안 들어 볼 수 없겠군요.

▲전유혁 와이그램 대표이사(이하 전)=콘텐츠 기업을 24년 동안 경영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를 ‘노력과 도전에 기반한 로또 산업’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성공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정도 중요하고 계속해서 도전해야만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뽀로로’처럼 일단 좋은 결과물이 나오면 더 없이 달콤하죠. 지난 2020년 수도권의 경험을 가지고 순천으로 이전한 뒤 처음에는 젊은 직원들 5명과 함께 일했습니다. MZ세대에 이어 알파세대(어렸을 때부터 기술적 진보를 경험하며 자라난 세대)에 대비하기 위해 변화(transformation)를 추구하며 메타콘텐츠(다양한 기술이 복합된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순천시와 전남도의 지원도 잘 받고 있으며, 대우도 나아지고 있습니다. 기업은 도태되면 끝인데, 일단 승률(사업 계약) 50%를 유지하고 있으며 점점 나아지고 방향성을 잡아가고 있어요.

-순천에서 사업을 계속하실 생각입니까.

▲전=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순천에서 사업을 계약한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오로지 수도권만을 상대로 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누군가는 지역업체가 할 수 있겠냐고 조금 무시하는 분들도 있지만 오로지 실력과 성과로 이를 극복하고 있어요. 서울에서 오랜 기간 무의식적으로 소극적으로 임해왔는데, 순천에 내려와 보다 공격적으로 더 도전하는 것 같습니다. 제도를 잘 활용하고 마인드를 바꾼다면 충분히 다른 기업들도 가능할 겁니다. 관성을 버리면 됩니다.

-이제 전남 콘텐츠 산업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시죠.

▲김=수도권 콘텐츠 인재들이 전남에 정착할 수 있는 정책들을 구상하고 실천에 옮길 겁니다. 우선 전남형 만원 주택을 순천에 공급하는 방안도 좋겠습니다. 전남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발굴하고 이를 다양한 콘텐츠로 만드는 것을 지원하겠습니다.

▲나=일단 진흥원에서는 전남도와 협의해서 전남 각 지역의 설화를 콘텐츠로 만드는 일을 한 번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전남은 다른 지역에 비해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이 풍부합니다. 이를 재료로 한 전국 공모전을 열어 전국의 콘텐츠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김=그렇다면 전남도는 내년 추경예산에 이 공모전 관련 비용을 반영하는 것을 검토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전남의 콘텐츠 산업 진흥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전=1990년대 초반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기업들은 일본의 외주 제작을 주로 맡아왔습니다. 불과 30여 년만에 관련 산업이 크게 성장한 것이죠. 주요 방송국들의 투자를 받아서 순천에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서울 모델을 따라 갈 것이 아니라 남다른 것을 조금만 잘하면 그것이 1등입니다.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이며, 전남 출신 그리고 외지의 젊은이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책을 꺼내놔야 합니다. 주거 지원도 그 중 하나입니다. 대학도 산학 협동 시스템을 적용해 졸업하면 바로 기업에서 쓸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할 필요도 있어요.

▲임=충남도 같은 경우는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 근무하는 인력에 대해서는 주거 비용의 100%를 지원합니다. 진흥원이 절반, 충남도가 절반을 각각 부담하는 겁니다. 그만큼 지역이 전력을 기울여 관련 인재를 끌어들인다는 거죠. 또 수요가 있는 장르를 잘 취사선택하고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면 보다 더 나아질 것 같습니다.

▲이=애니메이션 산업을 키우기 위해 지금까지 다수의 도시들이 시행착오를 해왔습니다. 순천은 물론 전남 역시 이를 반면교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만화,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일단 순천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우선 기업이 중요하고, 인재 양성 역시 기업들의 수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수준으로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산학연계형 교육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부산, 경남, 충청 등에서는 애니메이션 학과가 생겨나고 정원도 계속 늘려가고 있는 반면 순천은 오히려 정원을 감축하고 있는 것은 정말 문제입니다. 순천에 조성되는 애니메이션 클러스터는 기본적으로 검증된 웹툰 산업과 동반되어야 할 것 같고요. 다양한 연계 파생 상품들이 나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기업들을 지원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겠습니다.

-참석자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좌담회에서 좋은 조언과 제언들이 나왔습니다. 지자체, 기관, 기업, 대학 등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최선을 다해 콘텐츠 산업을 육성한다면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좌담회 도중 나왔던 ‘전남 설화 콘텐츠 공모전’을 개최하는 방안은 추진해볼만하다고 판단됩니다. 감사합니다.

/사회·정리=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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