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를 정의로운 도시로 만들자 - 노경수 광주대 부동산학과 교수
2023년 11월 27일(월) 00:00
다른 사람이 새로 낸 책을 읽을 때면, 내 마음 한 구석에서는 늘 질투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최근에 출판된 광주일보 윤현석 기자의 ‘정의로운 도시를 꿈꾸며’처럼 내용이 좋은 책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동안 나는 왜 이런 생각을 못했지라고 자책하게 된다. 하지만 시샘은 이내 부러움으로 바뀐다.

요즘은 아파트 시세가 화두(話頭)고, 지방소멸을 걱정하는 시대다. 이런 점에서 ‘정의로운 도시를 꿈꾸며’는 적절한 시점에 나왔다. 기존 시가지의 전면 철거 재개발로 인해 하루아침에 추억과 기억의 공간이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러나 추상적인 사변(思辨)이나 주관적인 감상을 뛰어넘어 이론과 실제가 서로 만날 수 있는 공론장은 늘 아쉬웠다. 이 책이 바로 그러한 지적 궁금증을 달래기에 적격이다.

또한 이 책의 미덕 가운데 하나는 광주라는 실제 도시의 계획과 개발 과정을 추적·분석하면서 ‘정의로운 도시’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포부다. 요즘 우리 학계에서 이른바 선진국에서 나온 개념이나 이론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논의는 이곳저곳에서 분분하다. 그 어떤 분야보다 공간을 다루는 도시계획분야가 가장 먼저 그래야만 한다는 게 나의 평소 지론이었다. 그래서 “공간 조성에 보다 앞서있는 도시들을 무작정 따라가는 무모함도, 모범이 되는 모델 없이 우리 것만 고집하는 아둔함도 버려야 한다”라고 명쾌하게 지적한 기자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려는 주제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정의로움을 실현하는 것이다. 먼저, 공간의 가치는 모두가 공유해야 하며, 개발 이익은 적절한 배분을 통해 모두를 위한 방향으로 쓰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 전체를 조성하는 기준과 원칙, 지역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가치가 하나씩 실현되어야 하고, 시민들이 자신이 살아가는 도시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계속 살고 싶은 공간으로 도시가 계획되는 것이다.

특히 특정 세력이 개발 이익을 독차지하지 못하도록 하고 중앙 정부와 지자체, 일부 기술직 공무원에게 집중되어 있는 계획 권한을 시민에게 돌리는 것, 그것이 공간에서의 민주주의이자 지방자치의 기본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국토 공간에서의 정의로움은 모든 국민은 국토 공간 어디서나 교육, 의료, 문화, 편의 등의 공공서비스를 불편함 없이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도권으로 인구와 자본이 몰리면서 지방의 여건이 갈수록 열악해져 결국 인구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국토 불균형 심화의 원인을 일제강점기와 그 이후 계속된 국토 및 도시계획과 개발 방식에서 찾고 있다. 해결 방안으로는 수도권의 확장 및 강화를 억제하고 정부 부처와 공기업, 대학, 대기업을 수도권에서 ‘가장 먼 지방’으로 이전하도록 권장하고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국가 재정은 오롯이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투입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도시개발 관련 연구는 많은 경우 권력과 자본(부동산·건설회사)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지 않다. 언론사 기자로서 정부나 업계의 입김에 반하는 연구를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인데, 부동산 개발과 투기의 작동 과정을 파헤친 성과는 더욱 돋보인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정의로운 도시라는 주제의 심층적이고도 종합적인 연구를 위한 큰 걸음으로 읽힌다. 발전하는 후학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나도 그동안 미뤄왔던 연구들을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마무리할 결심을 해본다. 그러고 나니 처음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시샘과 질투가 조금 누그러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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