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바다 철새군무 보러 갈까, 땅끝 마지막 단풍 보러 갈까
2023 전남 방문의 해 이번엔 어디로 갈까
<18> 늦가을 정취 만끽할 명소
20만평 강진만 갈대밭 고니떼 만나고
갈대숲 걷고 싶다면 벌교 중도방죽 좋아
해남 고천암 오리·기러기 수만 마리 장관
정원박람회 끝난 순천만 일몰 탐방객 북적
2023년 11월 21일(화) 19:50
강진만 갈대밭은 늦가을 정취를 느끼기에 제격이다. 생태탐방로(3㎞)를 따라 갈대밭 사이로 들어가 거닐고, 쉬고,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공간이다. <전남도 제공>
온 산을 물들이던 단풍이 끝나가고 며칠 전 눈발까지 내렸으니 가을이 끝나가고 있음을 절감할만하다. 형형색색의 남도 들판의 풍성함은 사라졌지만 한파가 오기 전 늦가을의 정취를 기억하고 싶은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드는 곳이 적지 않다.

특히 늦가을의 상징, 갈대는 계절의 끝자락에도 여전히 제 빛깔을 뽐내며 반짝이면서 머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된다.코 끝을 시리게 하는 바람은 갈대 군락지를 배경으로 인생샷을 돋보이게 하는 아이템이다. 찬찬히 거닐면서 늦가을 정취를 음미하기에 제격인 여행지를 소개한다.

◇가을 물결 출렁, 20만평 갈대군락지=가을의 정취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강진 갈대숲만한 데가 흔치 않다. 20만평에 달하는 광활한 갈대숲을 걸으며 바람에 이리저리 나부끼는 갈대와 큰 고니들이 집단 군무를 펼치는 모습 등을 감상하는 게 지루하지 않다. 생태탐방로(3㎞)를 따라 햇빛과 바람에 따라 때로는 황금색으로, 새하얗게 나부끼는 갈대밭 사이로 들어가 거닐고, 쉬고,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공간이다.

멸종위기야생동물 10종을 포함해 1131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 다양성’의 보고이기도 하다. 수달, 큰고니, 큰기러기, 노랑부리저어새 등 겨울 철새와 망둥이와 농게 등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소설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중도방죽은 관광객들로 북적이는순천만 갈대밭 대신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 <보성군 제공>
◇벌교 중도방죽, 숨겨진 명소 찾아가는 재미=보성 예당습지와 벌교 중도방죽도 빽빽하게 자란 갈대로 늦가을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소설 태백산맥에도 등장하는 중도방죽은 어른 키 높이의 갈대숲 가운데를 걸을 수 있는 갈대 탐방로가 조성돼 이맘 때 찾는 이들이 많다.

관광객들로 북적대는 순천만 갈대밭 대신 여유롭게 갈대 숲을 걷고 싶다면 중도방죽을 권할만하다. 벌교에 가면 소설 태백산맥이 그려지는 것처럼 일제 강점기 힘겨웠던 현실과 애환이 적나라하게 녹아있는 장소다.

예당습지 생태공원도 지난 1937년 득량만방조제 간척공사로 형성된 뒤 찾아오는 철새들도 많고 빽빽한 갈대가 어우러져 경관이 빼어나다.

해남 두륜산은 ‘한반도 마지막 단풍’이 머무는 곳으로 유명하다. 케이블카를 타고 위에서 가을 단풍을 전망하기에 좋다. <해남군 제공>
◇해남 고천암 갈대군락지에서 노을을=가창오리·기러기 등 수만 마리의 철새 도래지이자 갈대서식지인 해남 고천암호도 늦가을 정취를 느끼기에 제격인 여행지다. 갯벌을 막아 조성된 드넓은 간척지와 가로질러 흐르는 고천암호는 철새들의 화려한 군무로 장관을 이루는 곳이지만 AI 예방을 위해 철새가 많이 찾는 시기를 피하는 게 좋다.

10㎞가 넘는 둘레를 따라 광활하게 서식하고 있는 갈대밭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고천암 한 복판에 만들어진 생태공원은 드넓은 갈대밭 깊숙한 곳에 조성돼 품에 안겨 걷는 듯한데, 스치는 바람에 몸을 비비며 서걱대는 갈대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노을이 지는 시간에 맞춰 찍는 사진은 어디에 있던 지 인생샷이 될 정도로 황홀하다.

‘한반도 마지막 단풍’이 머무는 곳으로 유명한 해남 두륜산 대흥사도 이맘때 둘러볼만하다. 두륜산 자락에 있는 두륜산 케이블카는 가을 단풍을 전망하기에 좋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목재 산책로의 286개의 계단을 따라 전망대에 오르면 뒤로 막아선 산줄기가 없어 탁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다.

국내 생태 관광 1번지 순천만 갈대밭은 찬바람이 부는 이맘 때 멋스럽다. 일몰 명소인 만큼 순천만을 걷다가 일몰을 감상하는 것도 여행의 재미다. <순천시 제공>
◇전국 최대 명소 순천만=국내 생태 관광 1번지 순천만 갈대밭은 찬바람이 부는 이맘 때 멋스럽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끝났더라도 순천만 습지로의 여행은 언제나 가능하다. 순천만습지는 2006년 국내 연안습지 중 최초로 람사르습지에 등록된 곳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자연경관 명소다. 갯벌과 갈대밭이 어우러진 데크 탐방로는 신선한 가을바람을 느끼며 걷기 좋다. 일몰 명소인 만큼 순천만을 걷다가 일몰을 감상하는 것도 여행의 재미다.

이외 숲으로 형성된 화양근린공원, 생태습지로 조성한 함평천생태습지, 도시공원 형태로 가꾼 엑스포공원을 연결하는 6㎞의 도보길인 함평천지길도 8개의 코스로 늦가을 정취를 느끼기에 좋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img.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img.kwangju.co.kr/article.php?aid=1700563800760849345
프린트 시간 : 2025년 05월 09일 23:5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