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위기 - 김대성 제2사회부장
2023년 10월 04일(수) 00:00
이젠 누가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당혹스럽다. 예전과는 달리 태어나 자란 곳과 현재 생활하는 곳이 다른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럴 땐 보통 ‘아버지가 사는 곳’을 고향으로 말한다지만 애매한 문제인 건 분명하다.

고향을 대체할 수 있는 말로 본적(本籍)을 들 수 있겠다. 본적은 호적 제도하에서 호적의 기준이 되는 사람을 중심으로 가족관계를 표시하기 위해 사용됐다. 호적의 기준이 되는 주소를 가리키는 말로 한 개인의 출생지이자 고향과 거의 같은 개념으로 이해됐다. 하지만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태어난 곳과 주소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혼돈이 왔고, 지역 차별을 유발하는 부작용도 있다는 의견이 있어 2008년 이후 등록기준지라는 개념으로 변경돼 쓰임새를 다했다.

‘태어나서 자라고 살아온 곳 또는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장소’ 정도로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고향이라는 개념이 모호해지고 있다. 급속한 도시화로 타향살이가 늘어 태어난 곳과 살아가는 곳이 다른 경우가 부지기수이며, 도시에 정착한 세대는 시골(지방이라는 의미의 확대)과 도시라는 두 가지 경험을 가져서 고향은 명절·제사와 생일 등 생태적인 측면의 중심이고 주소는 현재 생활적인 측면에 의미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고향의 정의도 새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의미를 달리해 위기의 고향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특히나 농어촌이 초고령화 됐고 인구 위기로 소멸하는 시점에서 고향은 고향 집이나 고향 마을, 고향 산천, 고향 사람들로 표현되는 시골의 정든 모습을 잃은지 이미 오래다. 고향에 살고 있다면 아름답게 보존하거나 훌륭하게 발전시킬 대상이고, 객지에 있다면 뭔가 지원을 해주어야 하는 걱정거리가 된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이런 위기의 농어촌을 살리기 위해 올해부터 ‘고향사랑기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방 재정을 확충하고 지역에서 생산한 물건을 사주어 고향에 보탬이 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이번 참에 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해 보는 게 어떨까. 갈수록 커져가는 고향에 대한 상실감을 채워주는 값진 일이 될 것이다.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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