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살린 ART 투어리즘 선진현장을 가다 <4> 경기도 수원·용인시
나혜석거리·백남준아트센터, 세계적 문화 명소가 되다
2023년 10월 03일(화) 19:30
지난 2015년 화성행궁 인근에 들어선 수원시립미술관은 수원시 관광투어에서 반드시 방문해야 할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았다.
◇수원 ‘나혜석거리’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화가’

팔달구 인계동에 600m 규모

거리 초입·끝 부분에 두개 동상

인근 시립미술관과 핫플레이스

“내가 인형을 가지고 놀 때 기뻐하듯 아버지의 딸인 인형으로 남편의 아내 인형으로 그들을 기쁘게 하는 위안물 되는도다. 남편과 자식들에 대한 의무같이 내게는 신성한 의무 있네. 나를 사람으로 만드는 사명의 길로 밟아서 사람이 되고저…”(나혜석 ‘인형의 가(家)’ 중에서)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 가면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화가인 나혜석(1896-1948)을 만날 수 있다. 인근의 효원공원 서쪽 입구부터 CGV까지 600m 규모로 조성된 ‘나혜석거리’다. 수원이 고향인 나혜석을 기리기 위해 그가 세상을 뜬지 52년이 흐른 지난 2000년 문화예술의거리로 탄생한 곳이다.

수원시는 당시 남성위주의 가부장 제도에 저항한 나혜석의 예술혼을 기념하기 위해 거리 초입과 끝부분에 두 개의 동상을 설치했다. 한복을 입은 채 앉아 있는 모습과 세련된 양장 차림으로 화구세트를 들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형상이 300m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특히 한복차림의 동상 옆에 설치된 조형물 ‘잠들지 않은 길’(김도근 작)은 범상치 않은 삶을 살다간 그녀의 아픔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두손을 다소곳하게 모으고 앉아 있지만 꼿꼿한 자세로 전방을 응시하는 시선에서 시대의 벽을 넘으려는 결연함이 전해진다. 작가는 가부장적인 관념과 풍습이 존재했던 암울한 상황에 홀연히 맞선 그녀의 뜻을 기리기 위해 소나무 형상으로 벽에 틈을 냈다. 석조 벽과 인물상 앞에 길게 뻗어 있는 검은 돌은 시민들이 나혜석을 기리며 쉬어갈 수 있는 쉼터다.

나혜석거리는 남다른 창작열정과 예술혼을 펼친 화가이자 문학가로 재조명을 받게 되면서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곳에 들어섰다. 지리적으로 효원공원, 월화원, 야외음악당 등이 자리해 매년 이곳에서 열리는 ‘나혜석 거리 음식문화축제’는 물론 평상시에도 외지에서 관광객들의 발길로 북적인다.

궁동에 자리한 나혜석 생가터는 번화가인 나혜석거리와 달리 고즈넉한 풍경이 인상적이다. 지난 2008년 지역주민과 작가들은 인습과 제도의 굴레에 저항했던 나혜석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생가터를 무대로 문화예술제를 개최해 나혜석 거리~생가터~수원시립미술관~화성행궁 등으로 이어지는 거점공간역할을 한다.

수원시립미술관 2층에 조성된 나혜석기념관에서는 ‘자화상’(1928년 추정)을 비롯해 ‘김우영 초상’(1930년대) 등의 작품을 실감 콘텐츠로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 수원시의 관광투어에서 반드시 방문해야 할 핫플레이스가 있다. 바로 화성행궁과 나혜석 생가터 인근에 자리한 수원시립미술관이다. 수원의 관광1번지인 화성행궁 주변에 자리한 미술관에는 그가 남긴 20여 점의 작품 가운데 ‘자화상’(1928년 추정)을 비롯해 ‘염노장’(1930년대) 등 5점을 소장하고 있다. 지난 2015년 개관한 수원시립미술관이 나혜석 탄생 120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특별전에 유가족이 수십 여년간 간직해온 ‘자화상’과 ‘김우영 초상’을 기증한 덕분에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나혜석 컬렉션’을 갖추게 됐다.

특히 미술관 2층에 꾸며진 ‘나혜석 기념관’은 수원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다. 지난 7월 여름방학 특수를 겨냥해 기획한 ‘생생(生生) 나혜석 실감 콘텐츠’ 서비스는 미술계의 화제를 모았다. VR 체험존과 AR 전시해설로 운영된 이 곳에서 관람객들은 VR기기를 통해 나혜석의 작품을 ‘입체적으로’ 감상하는 특별한 경험을 누렸다.

백남준아트센터 2층에 전시된 ‘달에 사는 토끼’(1996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

비디오 설치·드로잉 작품 250점

아카이브 2285점 등 자료 갖춰

1층 상설전시 ‘TV 정원’ 눈길

예술관광·도시브랜드로 자리매김

근래 수원시와 함께 예술관광의 강자로 떠오르는 도시는 용인시다. 한국민속촌, 에버랜드로 잘 알려져 있지만 지난 2008년 백남준아트센터 (경기 용인시 기흥구 백남준로 10)가 들어서면서 미술의 도시로 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세계적인 거장의 공간인 백남준아트센터는 용인시를 넘어 경기도를 상징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백남준아트센터 로비에 들어서면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원시적인 생명력이 느껴지는 수풀들이 시선을 잡아 끌기 때문이다. 마치 한적한 공원에 발을 들여 놓은 듯 마음이 차분해진다. 백남준아트센터 1층에 상설 전시된 ‘TV 정원’(1974년)으로, 인공 정원의 수풀사이에 설치된 수십개의 TV 모니터에선 백남준의 퍼포먼스 영상이 흘러 나온다.

서울 태생인 백남준이 용인에 둥지를 틀 게 된 건 경기도의 적극적인 러브콜 덕분이다. 이름하여 ‘백남준 프로젝트’. 지난 2001년 경기도는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인 ‘백남준’을 통해 전 세계를 향한 문화 발신지로 거듭나기 위해 추진했다.

경기도 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백남준아트센터는 충실한 소장품이 강점이다. 백남준의 예술적 궤적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비디오 설치와 드로잉을 비롯해 관련 작가들의 작품 250점, 비디오 아카이브 2285점 등 백남준의 자료들이 갖춰져 있다. 폐쇄회로를 통해 부처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녹화해 텔레비전으로 보내고 그 부처는 자신의 모습이 텔레비전에 비춰지는 영상을 바라보는 ‘TV 부처’, 일렬로 늘어선 24개의 컬러 모니터 앞에 24개의 어항을 설치한 ‘TV 물고기’, 온갖 통신기기를 올려놓은 ‘코끼리 마차’ 등이 대표작이다.

특히 백남준과 관련한 편지, 사진 등 1차 자료로 구성된 아카이브 컬렉션들과 2285점의 아날로그 비디오 테이프로 구성된 비디오 아카이브 컬렉션 등도 눈길을 끈다.

개관 이후 지난 10년간 백남준 아트센터를 다녀간 관람객은 200여 만 명에 달한다. 개관 이듬해인 2009년 11만 7000명을 시작으로 2018년 22만 3293명, 2017년 20만 2682명, 2019년 17만9284명, 그리고 코로나19로 휴관일이 많았던 2020년에도 12만 995명이 다녀갔다.

백남준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TV정원’(1974년)
이처럼 백남준아트센터가 전국적인 명소로 떠오르면서 용인시는 인근의 경기도박물관, 경기도어린이박물관, 상갈근린공원을 중심으로 ‘G-뮤지엄파크’를 조성했다. 지난달 21~26일까지 펼쳐진 ‘열려라 경기뮤지엄파크’가 대표적이다. 축제기간동안 3개 뮤지엄은 각 기관의 특성을 살린 버스킹 공연, 영화상영회,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용인시의 ‘G-뮤지엄 파크’ 프로젝트는 정부의 공모사업에 선정돼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백남준아트센터 일대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한 ‘2023년 스마트 관광도시 조성사업’ 공모에서 최종사업대상지로 지정되면서 ‘K-관광’ 버킷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용인시가 내건 슬로건은 ‘스마트 다다익선 용인, 링크 앤 스테이(Link&Stay)’다. 더 많은 관광객이 더 오래 머물도록 미디어와 첨단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관광지간 이동편의성을 높여 관광지로소의 매력을 끌어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공모선정으로 용인시는 국비 45억과 시비 45억원 등 모두 90억원을 3년간 투입해 G-뮤지엄파크(백남준 아트센터·경기도박물관·경기도어린이박물관), 경기국악원 한국민속촌 일대를 문화예술 체험관광지로 가꾸어나갈 계획이다.

/글·사진=수원·용인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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