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보인간의 생존 신고’ 권하정·김아현 감독 광주극장서 GV
"덕질로 출발해서 꿈 찾아…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싱어게인’ 우승 이승윤 뮤비 제작기…‘팬-가수’ 너머 ‘감독-아티스트’로
2023년 09월 21일(목) 19:25
19일 광주극장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 영화 ‘듣보인간의 생존 신고’ 권하정(왼쪽)·김아현 감독.
영화를 보는 내내 응원하는 마음이 들었다. 온갖 난관을 만나 좌충우돌하는 우리의 주인공들이 결국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멋진 ‘뮤직비디오’를 완성시켰을 때, 뭉클해지고 말았다.

영화 ‘듣보인간의 생존 신고’는 가수 이승윤의 ‘덕질’에서 출발해 그의 뮤직비디오를 찍으며 자신의 꿈을 발견한 청춘들의 이야기다. 특히 덕후들의 로망인 ‘덕업일치’에서 그치지 않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찾고, 동료들과 연대하며 미션을 완수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19일 광주극장에서 열린 권하정·김아현 감독과의 GV는 덕질에 일가견이 있는 관객들이 참여한 가운데 유쾌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영화에는 JTBC ‘싱어게인’ 우승자 이승윤이 무명시절이던 2018년, 그의 노래에서 위로를 받았던 권 감독과 “이승윤의 뮤비를 찍고 싶다”는 언니 하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참여한 김 감독, 그리고 그들의 친구인 구은하씨 등 3명의 ‘듣보인간’이 등장한다.

“대학 졸업 후 집안에서만 지내던 때였어요. 이승윤의 ‘무얼 훔치지’라는 노래를 접했을 때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노래 가사에도 나오는 것처럼 온갖 ‘후회를 꺼내서’ 되새기던 힘든 시절이었죠. 가사 내용이 마음을 움직였어요. ‘이승윤이라는 가수는 나처럼 힘든 상황에서도 이런 창작물을 만드는구나. 나도 무언가를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지요.”

이들은 무작정 이승윤의 ‘무명성 지구인’ 뮤비를 만들어 그에게 전달했고, 정성에 감동해 한참을 울고 난 이승윤에게 새로운 뮤직비디오를 촬영해도 좋다는 답신을 받는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영웅수집가’ 뮤비 촬영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뮤비는 가수 이승윤과의 약속이기도 했지만, 우리와의 약속이기도 했어요. 재미있겠다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압박감과 불안감도 있었죠. 어렵게 영화를 완성한 후 상(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을 받고, 극장에서 개봉하고, 관객을 통해 한번더 우리 영화를 사랑하게 됐어요.”(김아현 감독)

영화는 팬과 가수의 관계를 너머, 뮤직비디오 감독과 가수라는 아티스트 대 아티스트로 서로를 존중하고 응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이승윤은 “처음에는 이승윤으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이승윤은 안중에도 없고 본인들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에 욕심내며 일을 하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 나와 나의 노래가 참여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 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2018년 권하정의 마음이 움직여 친구들과 이런 무모한 도전을 했던 것처럼 앞으로 또 끌리고, 마음 가는 일이 있으면 용기를 내 시도해 볼 것 같아요.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없었다면 이런 결과물도 나오지 않았겠죠. 영화를 보신 분들도 하고 싶은 게 있을 때 작은 것이라도 도전해 보시길 바라요. 이번 다큐를 찍으면서, 또 영화 개봉 후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내가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앞으로 다양한 도전을 해보고 싶습니다.”

한편 두 사람은 광주극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권 감독은 88년의 세월을 품고 있는 광주극장 역사의 한 조각이 된 것 같다는 말을 전했고, 김 감독은 한번도 직접 만난 적 없는 할아버지가 영화 간판을 그리셨다는 사실이 떠올랐다고 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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