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가 김현국 - 송기동 예향부장
2023년 09월 19일(화) 00:30
“오늘 요동벌에 다다라 이로부터 산해관까지 1200리 어간은 사면에 한 점 산도 볼 수 없고 하늘가와 땅끝은 풀로 붙인 듯, 한 줄로 기운 듯 비바람 천만년이 이 속에서 창망할 뿐이니….”

1780년(정조 4년) 음력 7월, 한 40대 조선 선비가 광활한 요동 벌판에 이르러 “한바탕 울만한 자리로구나!”라고 말했다. 만리장성을 지나면서는 벼루에 물 대신 술을 부어 먹을 간 후 “조선의 박지원, 이곳을 지나노라”라고 썼다. 좁은 산하에 갇혀 책만 읽던 선비의 개안(開眼)을 연암 박지원(1737~1805)의 기행기 ‘열하일기’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탐험가 김현국(55) (사)세계탐험문화연구소 대표는 ‘김탐’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그는 20대이던 1996년부터 30여년 동안 유라시아대륙 횡단에 열정을 쏟아왔다. 광주에서 생산되는 노사상생형 일자리 모델 소형 SUV ‘캐스퍼’(998㏄)를 몰고 여섯 번째 유라시아대륙 왕복 횡단(총거리 3만㎞)에 나섰던 김탐이 최근 SNS를 통해 성공 소식을 알려왔다. 지난 5월 한국을 출발해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AH6)과 러시아 연방 고속도로, 유럽 도로를 따라 119일 만에 반환점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도착한 것이다. 귀로에 오른 그는 현재 독일 베를린을 거쳐 발칸 3국을 향하고 있으며, 11월 중순 한국에 돌아올 예정이다. 넉넉하지 않은 원정 경비를 아끼기 위해 ‘차박’을 하며 힘겹게 대장정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시베리아의 혹독한 겨울 환경이라는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김탐은 저서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2022년)에서 “첫번째 대륙 횡단을 통해 우리 땅 400㎞에 머물던 시야가 1만㎞로 넓어지면서, 정신적·심리적 경계를 뛰어넘는 경이로운 경험이 가져다준 새로운 삶의 가치를 공유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연암과 김탐은 240여년의 시간차가 있지만 한국사회는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 사고에 갇혀 있다. ‘길은 평화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김탐의 유라시아 횡단 도전이 개인적 영달과 물질적 가치만을 좇는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리길 바란다. 진취적인 탐험가를 후원하고 격려하는 문화 형성도 요구된다.

/송기동 예향부장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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