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과 성덕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언젠가 집 앞 공연장을 지나다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하늘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수천 명의 사람이 한꺼번에 나오는데, 마치 하늘색 도미노가 광장을 점령하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70~80대 할머니들의 상기된 얼굴이 눈에 띄었다. 아마도 난생 처음 가수 콘서트를 보고, 팬클럽에 가입한 사람들이 대다수이지 않을까. 가수 임영웅의 콘서트 후 풍경은 그렇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사람들에게 책을 처방해주는 ‘사적인 서점’의 정지혜가 펴낸 ‘좋아하는 마음이 우릴 구할 거야-그것이 덕질의 즐거움’은 아이돌 덕질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했다는 이의 고백서다. 그를 구원한 건 바로 BTS였다. ‘요즘 덕후의 덕질로 철학하기-우리는 누구나 무언가의 덕후다’의 조용미 역시 모든 것에 흥미를 잃은 50대에게 어느 날 찾아온 덕질이 바꾸어 놓은 일상을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덕질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하나의 문화가 됐다. 그 중에서도 자신이 좋아하고 몰두하는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을 뜻하는 ‘성덕(성공한 덕후)’이 되는 건 팬들의 로망이다.
2020년 JTBC ‘싱어게인’에 등장한 ‘30호 가수’ 이승윤에 꽂혔던 지인은 한동안 나에게 그의 노래를 소개하느라 바빴다. 박진영의 ‘Honey’,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등 이승윤이라는 가수가 들려주는 노래는 특별했다.
6일 개봉한 다큐 ‘듣보인간의 생존 신고’는 바로 이승윤의 성덕이 그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영화다. 대학 졸업 후 방구석에 누워만 있던 권하정 감독은 마음을 움직인 곡 ‘무명성 지구인’을 영상으로 만들어 “당신의 뮤비를 만들고 싶다”는 편지와 함께 이승윤에게 전달한다. 편지에 감동해 한참을 울고 난 무명가수 이승윤은 흔쾌히 촬영을 허락했고 무비 촬영중 싱어게인에서 우승한다. 권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관객들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아서 사소한 것일지라도 ‘오늘 뭐라도 해볼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덕질의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좋아하고 몰두하는 것, 그것이 어쩌면 당신을 구원할지도 모른다.
/mekim@kwangju.co.kr
누군가를 좋아하는 덕질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하나의 문화가 됐다. 그 중에서도 자신이 좋아하고 몰두하는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을 뜻하는 ‘성덕(성공한 덕후)’이 되는 건 팬들의 로망이다.
6일 개봉한 다큐 ‘듣보인간의 생존 신고’는 바로 이승윤의 성덕이 그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영화다. 대학 졸업 후 방구석에 누워만 있던 권하정 감독은 마음을 움직인 곡 ‘무명성 지구인’을 영상으로 만들어 “당신의 뮤비를 만들고 싶다”는 편지와 함께 이승윤에게 전달한다. 편지에 감동해 한참을 울고 난 무명가수 이승윤은 흔쾌히 촬영을 허락했고 무비 촬영중 싱어게인에서 우승한다. 권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관객들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아서 사소한 것일지라도 ‘오늘 뭐라도 해볼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덕질의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좋아하고 몰두하는 것, 그것이 어쩌면 당신을 구원할지도 모른다.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