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오후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 항쟁’을 선포하면서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를 지연시키기 위한 ‘방탄 단식’에 불과하다고 맹비난, 정기국회에서의 여야의 격돌을 예고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후 1시부터 국회 본관 앞에 설치한 천막에서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천막에는 ‘무너지는 민주주의 다시 세우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이 대표는 흰 셔츠에 노 타이 차림으로 탁자 앞에서 단식을 시작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해 조정식 사무총장,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함께 했다.

이에 앞서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며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국민의 삶이 이렇게 무너진 데는 저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퇴행적 집권을 막지 못했고, 정권의 무능과 폭주를 막지 못했다. 그 책임을 조금이나마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단식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정권은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위협하고 해양주권을 침해하는 일본의 핵폐수 투기 테러에도 저항하기는커녕 오히려 맞장구치며 공범이 됐다”며 “먹고 사는 것도 어려운데 이념전쟁으로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심각한 권력사유화와 국정농단으로 나라가 위태롭다”고도 평가했다. 이 대표는 “정권의 언론탄압에, 정권의 국민 편 가르기에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며 “국민을 무시하고 적대시하는 나라, 역사를 부정하고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정권, 이게 나라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 순간부터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무능폭력정권을 향해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며 “대통령은 민생파괴, 민주주의 훼손에 대하여 국민께 사죄하고 전면적인 국정쇄신과 개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단식 투쟁과 함께 당무 및 검찰 조사 등도 병행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단식을 한다고 해서 일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검찰 수사 역시 전혀 지장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이재명 대표의 ‘무기한 단식 선언’에 대해 “민생을 챙기고 국민의 삶을 돌봐야 하는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웬 뜬금포 단식인지 모르겠다”고 맹비난했다.

김 대표는 이날 순천에서의 현장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한 뒤 “제1야당 당 대표가, 그것도 거대 야당을 이끌고 있으면서 직무유기를 하겠다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기 사법 리스크가 두렵고 체포동의안 처리가 두려우면 그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면 되는데 왜 자꾸 민생 발목잡기를 하는 지 참 답답하다”라고도 꼬집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대체 무엇을 위한 단식인가. 결국 자신을 향한 법의 심판이 다가오니 어떻게든 관심을 돌려보기 위해 가장 치졸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제1야당 대표가 되지도 않는 핑계로 단식에 나선다고 하니 황당함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며 “게다가 오늘은 정기국회를 단 하루 앞둔 날이다. 산적한 현안과 법안, 그리고 예산심사를 앞둔 마당에 제1야당 대표가 이렇듯 무책임한 발상을 하고 있으니 국민들 억장이 무너진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 측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무기한 단식 투쟁과 관련, 일체의 고려 없이 수사 상황에 맞게 수사를 진행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임동욱 선임기자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