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펼쳐지는 ‘마티네 콘서트’의 묘미, 로세티와 시달의 ‘어긋난 사랑’ 리뷰
2023년 08월 30일(수) 17:30
소프라노 정성미와 피아니스트 김지현. 첼리스트 임재성과 테너 노경범(왼쪽부터)이 공연을 펼치는 장면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행복과 고통을 동시에 느끼는 연인들의 이야기는 시대를 떠나 언제나 흥미롭다.

광주예술의전당이 매월 마지막주 화요일 오전 11시 진행하는 ‘음악산책 올 댓 러브’의 일환으로 ‘어긋난 사랑’을 지난 29일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선보였다.

마티네 콘서트(오전에 진행하는 공연)를 표방하는 취지에 걸맞게 객석은 평일 오전 여유를 즐기려는 관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해설은 김이곤 콘서트 가이드가 맡았다. 특히 여성 중·장년 관객이 많았는데 가벼운 위트와 지성을 곁들인 설명이 곁들여져 몰입감을 높였다. 김씨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그동안 용인문화회술회관, 금정문화회관 등에서 콘서트를 전문적으로 해설해 왔다.

이번 작품은 라파엘로·미켈란젤로 등 이상화된 19세기 미술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라파엘 전(前)파’를 주창한 화가 ‘가브리엘 로세티’와 그의 작품 모델이었던 ‘엘리자베스 시달’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음악에 담았다.

1부에서는 화가들의 뮤즈였던 엘리자베스 시달 이야기를 들려줬다. 로세티는 단테에게 경도됐던 까닭에 그의 연인이던 베아트리체와 시달을 ‘이상적 여성’으로 동일시했다. 그러면서 시달이 자신만의 전속 모델이 되길 바란다.

이 같은 사랑의 감성은 소프라노 정성미의 목소리를 통해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 중 ‘내이름은 미미’에 담겼다. 또 테너 노경범은 가르델 작 ‘당신이 나를 사랑하게 되는 날’을 불렀는데, 두 음악가가 실제 부부라는 사실은 몰입감을 높였다.

당시 몸 파는 여인을 주로 칭했던 ‘미미’라는 이름은 시달의 낮은 신분을 상징한다. 그럼에도 시달은 로세티를 이용해 언젠가 불세출의 화가가 되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내는데, 그런 시달의 심리가 음악에 잘 녹아들었다.

김이곤 콘서트 가이드가 가브리엘 로세티와 엘리자베스 시달, 라파엘 전파 등에 얽힌 비화를 들려주는 모습 <광주예술의전당 제공>
2부는 두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을 크라이슬러가 작곡한 ‘사랑의 기쁨’과 ‘사랑의 슬픔’으로 묘사했다. ‘사랑의 슬픔’은 전편이 애상적인 감성으로 연주되다가 말미에 밝은 분위기로 급선회해 사랑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그렸다. 임재성이 첼로를 맡아 극의 분위기를 돋웠다.

질투와 배신의 이율배반은 어쩌면 사랑이 지닌 어두운 속성일지 모른다. 실제 로세티와 시달은 결혼 후에도 로세티의 끊임없는 외도에 바람 잘 날 없었다 한다. 로세티는 가정부 페니콘포스, 모델 알렉사 와일딩 등과 바람을 피웠다.

이외에도 지글러의 ‘붉은 탱고’, 라 보엠 중 ‘이별의 노래’, 오펜바흐 작 ‘쟈클린의 눈물’, 글룩의 ‘에우리디체 없이 뭘 할 수 있나’ 등이 울려 퍼졌다. 악곡에 담긴 비극적 서정은 시달이 1862년 32살 젊은 나이에 자녀를 잃고 아편중독으로 요절했던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한편 광주예술의전당은 ‘사랑에 관한 여덟 가지 변주, 올 댓 러브’라는 주제로 주간 콘서트를 열고 있다. 다음 달 26일에는 ‘모딜리아니와 백석, 그대를 위해 부르는 슬픈 연가’를 비롯해 이후 ‘쇼팽과 리스트, 한때 빛나던 우정’(10월 31일) , ‘안토니오 가우디, 신을 향한 미완성의 꿈’(11월 28일)이 펼쳐질 예정이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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