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오염수 방류에 ‘방사능 소금’ 공포…천일염 사재기 조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초읽기·지난해 잦은 태풍·장마에 생산량 감소
산지서 대량 구매 급증…두 달 새 50% 가격 상승 매주 최고가 갱신
일부 생산자 출하 미루고·유통업자들 사재기 가세에 품귀현상 심화
2023년 06월 04일(일) 21:05
/클립아트코리아
“평생 먹을 소금 한 번에 사놓으려고 합니다.”

주부 나모(여·63)씨는 돌아오는 주말 고향 친구들 5명과 소금을 사기 위해 산지에 간다고 했다. 친구들과 각자 20㎏짜리 천일염 100포대씩 총 600포대를 한꺼번에 구매하기로 했다. 대량 구매를 위해 화물차까지 섭외했다고 한다.

나씨는 “방사능 오염수에 노출된 소금을 먹게 될 까 께름직하다”며 “앞으로 살아갈 동안 먹을 소금을 전부 사놓고 시골 고향집에 보관해두고 먹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가자 소금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오염수가 바다로 방류되면 ‘방사능 소금’을 먹게 될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과 공포가 확산하면서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천일염을 생산하는 산지에서는 천일염 가격이 매주 최고가를 갱신하는 것은 물론, 다량의 천일염을 구하기 위해 전국각지에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4일 전남지역 천일염 생산업계에 따르면 천일염 20㎏짜리 한 포대 산지 가격은 약 2만원 선이다.

광주에서 식자재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 박모(50)씨는 “올해 4월 신안 신의도 한 염전에서 20㎏ 한 포대에 1만3000원 정도에 사왔던 천일염이 5월 중순 1만6000원 수준으로 뛰었다”며 “이달 초에는 1만9000원까지 오르더니 지금은 2만1000원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불과 두 달새 천일염 산지 가격이 50% 상당 올랐다는 뜻으로, 수요가 갑작스레 증가하면서 매주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 추세라는 게 생산업계의 설명이다.

소금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오염수 방류 결정에 따른 사재기가 원인으로 꼽힌다. 천일염은 오래 보관할수록 간수가 빠지는 등 소금의 품질이 좋아져 미리 사놓는 사례가 증가해 품귀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해 잦은 태풍과 긴 장마, 최근에 내린 많은 비 등으로 천일염 생산량이 감소한 데다, 오는 7~8월 장기간 비가 온다는 예보까지 겹치면서 소금값이 치솟는 것으로 보인다.

무안군 해제면에서 천일염을 생산하고 있는 김모(73)씨는 “올해 전반적으로 생산이 줄었는데 방사능 오염수 문제로 소금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며 “염전에서는 소금이 부족한 상황인데도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소금을 사러 온다”고 말했다.

이처럼 값이 오르면서 일부 생산자들은 추가 가격 상승을 기대하면서 출하를 미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간 유통업자들 역시 소금값이 연일 오르자, 미리 사들인 소금을 쌓아둬 시장 공급량이 감소해 품귀 현상이 점차 심화될 것으로도 예상된다.

수요는 늘고 생산을 적어지면서 값이 오르자 천일염을 대량 구입해 소비하는 김치공장과 장류제조 업체 등 관련 업계의 시름도 덩달아 깊어지고 있다.

또 소금은 김치와 장류, 생선을 비롯한 모든 음식에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소금값 상승이 식품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남의 한 천일염 생산업자는 “염전을 운영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생산된 천일염을 쌓아두고 있는 사례가 꽤 많아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소금을 찾는 사람은 늘어 한동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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