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한파’… 건설사 ‘휘청’
광주·전남, 고금리·대출 규제 아파트 청약 미달에 미분양도 쌓여
“법정관리 신청·연말 문 닫을 수도”… 주요 건설사들 부도설 파다
2023년 05월 10일(수) 20:15
부동산 경기침체로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서 광주·전남지역 건설사들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10일 오후 광주시 동구의 한 주택건설 현장.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한때 잘나가던 지역 건설사들이 부동산 경기침체 속에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건설업체들의 부도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벌써부터 시중에는 주요 건설사들의 부도설이 나도는 실정이다.

지역 산업계에서 건설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큰 데다, 건설현장이 멈춰 서면 건설업체 직원과 일용직 근로자들의 일자리마저 위축될 수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지역 경제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2월 분양한 ‘광주 상무역 골드클래스’는 당시 191세대에 대한 1~2순위 일반 청약에서 43건만 접수돼 경쟁률 0.23대 1을 기록했다.

미분양이 넘치자 후분양에 나선 상무역 골드클래스는 확장비와 실내 옵션비 등을 무상 공급하는 등 이례적으로 할인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분양한 벨루미체 첨단’은 총 57세대 중 17건만 접수돼 0.3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전남에서도 지난 3월 분양한 ‘담양센트럴파크 남양휴튼’의 경우 71세대 중 10건이 접수돼 0.1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처럼 지역 내 분양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광주·전남지역 미분양 주택도 쌓여가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주택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3월 기준 광주의 미분양 주택은 607세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2세대)에 비해 304배 급증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같은 기간 2세대에서 189세대로 95배 늘었다.

전남 역시 지난해 3월 2410세대이던 미분양 주택이 올해 2819세대로 16.97% 늘었고, 준공후 미분양 물량도 651세대에서 904호로 38.86% 증가했다.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뜨거웠던 청약의 열기가 차갑게 식어버린 것은 고금리와 대출규제로 인한 부동산 경기침체가 원인으로 꼽힌다.

이처럼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고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서 광주·전남 건설업계의 위기감도 짙어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지역 건설업계의 ‘줄도산’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광주·전남 소재 건설사들의 폐업도 증가 추세다. 국토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 통계를 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5월9일까지 광주에 폐업을 신고한 종합건설사 7개, 전문건설사 28개사 등 총 35개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32개사)보다 9.37% 증가한 것이다.

전남은 이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올해 종합건설 9개사와 전문건설 80개사가 폐업해 89개사가 문을 닫았다. 전년(59개사) 대비 50.85%나 급증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역 건설업계와 경제계에서는 광주·전남 주요 건설사들의 위기설이 파다하게 퍼져가고 있다. L토건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말이 나돌고, Y토건은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직전 자금을 수혈해 겨우 위기를 벗어났다’, H건설은 ‘올해 연말 문을 닫게 될 수 있을 정도로 어렵다’ 등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지역 건설업계에 대한 암울한 전망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2023년 3월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만 봐도 지방 중소건설사 한계기업(3년 연속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 비중은 2021년 12.3%에서 지난해 16.7%까지 치솟았고, 부실위험기업(1년 후 부도상태로 전환될 확률이 5%를 초과하는 기업) 비중도 11.4%에서 12.8%로 늘었다.

문제는 지역 산업계에서 건설업의 비중이 큰 만큼 지역 건설사들의 줄도산 사태가 발생할 경우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2020년 기준 광주의 건설업 사업체는 1만5314개(종사자 8만1661명)에 달하며, 전남은 2만3632개(11만2334명)에 이른다. 부동산업은 광주 9243개(2만4020명), 전남 5154개(1만3334명)로 파악됐다.

건설 및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인구만 광주·전남에 23만1349명에 달한다는 얘기다. 건설사에 자재를 납품하는 제조업계와 레미콘업계, 건설현장의 일용직 근로자 등을 포함하면 건설업 종사자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한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수도권 시장은 점차 활기를 띄고 있으나 지방은 투자 비중이 더 줄면서 지역 중소형 건설사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지방 중소 건설사들의 한계기업, 부실위험기업 비중이 수도권보다 더 크게 상승할 수 있고, 폐업 사례 역시 더 많아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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