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예술로 활력 주는 문화재생 명소
매년 15만명 찾는 담양 담빛예술창고
나주 랜드마크 된 나빌레라문화센터
막걸리 ‘향’에 문화의 ‘맛’ 담은 담양 해동문화예술촌
창고 10개동·주택 4개동 갤러리·아카이브실 탈바꿈
폐창고 리모델링 복합문화공간 거듭난 광양예술창고
시티투어 빠지지 않는 단골 명소 광양 핫플레이스로
2023년 05월 09일(화) 18:50
멀리서도 보이는 붉은 벽돌의 굴뚝이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는 나주 나빌레라 문화센터 전경. <전남도 제공>
성매매 집결지가 문화 예술촌(전주 선미촌)으로, 비무장지대 내 냉전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탄약고(경기도 캠프그리브스)가 문화와 평화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는가 하면, 6·25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된 산동네(부산 감천문화마을)는 국내 대표적 ‘핫 플레이스’가 됐다.

전남에는 없을까.

일본 요코하마 옛 은행 건물을 활용한 복합미술 문화공간 뱅크아트 1929, 도축장으로 쓰이다 방치된 공간을 전시와 공연, 휴식 등을 위주로 하는 복합 문화시설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스페인 마드리드 ‘마타데로(Matadero) 아트지구’ 등과 비슷한 방식으로 꾸미고 있는 공간들이 전남에도 적지 않다.

담빛예술창고와 해동문화예술촌(담양), 나빌레라 문화센터(나주), 광양예술창고(광양)등은 역사를 간직한 건물을 헐어내는 대신 그대로 살린 특색있는 장소로 알려지면서 뻔한 관광지가 아닌, 자신만의 독특하고 ‘펀’(fun)한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관광객들에게 눈길을 끌고 있다.

담빛예술창고 내부. 카페를 갖추고 다양한 전시, 공연을 펼쳐 찾는 이들이 많다.
◇담양 관광의 ‘최애’ 명소, 담빛예술창고=과거 정부양곡을 보관하기 위해 쓰였던 창고를 활용, 문화·전시공간으로 꾸며 개방한 게 지난 2015년 9월. 1960년대에 지어진 정부양곡 보관창고가 추곡수매제도가 없어지면서(2004년) 본래 기능을 잃고 방치된 지 10년 여 만이었다. 남송창고(南松倉庫)라는 큼지막한 한문, ‘창고’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한 이름 등은 역사성을 보여주고 예술을 저장한다는 의지를 담았다.

과연 될까. ‘반신반의’했던 공간은 매년 15만명의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찾는 명소가 됐고 타 지역에서 벤치마킹의 사례로 찾아오는 공간으로 떠올랐다. 3년 전인 2020년에는 신관도 새로 조성됐고 다양한 전시와 공연, 프로그램도 끊이질 않는다.

갤러리를 겸한 카페 내부의 대나무 파이프 오르간 등은 젊은 층 관광객들에게는 필수적인 인증샷 포인트다.

한때 막걸리 주조장 이었던 해동문화예술촌의 공연 모습.
◇ 막걸리 ‘향’에 문화의 ‘맛’ 담은 문화양조장=담양 구도심에 자리한 해동문화예술촌은 아트 팩토리로 부활한 폐산업시설의 대표적인 공간이다. 2000여 평의 부지에 들어서 있는 건물만 10개 동이다.

해동문화예술촌의 전신은 ‘술 공장’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조인훈 대표가 1950년대 말 ‘신궁소주’를 인수하면서 자그맣게 영업을 시작했다. 이후 사업이 번창해 누룩창고와 가옥, 관리사, 농기구 창고 등 주조 관련 시설들을 확대했고 1970년대부터 해동막걸리, 해동 동동주를 생산했다. 그러나 맥주와 소주의 소비 증가로 경영난을 겪으며 지난 2010년 끝내 문을 닫았고 오랫 동안 방치돼다 담양군의 부지 매입(2016년)에 이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하는 ‘폐산업시설 문화 재생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문화의 옷을 입기 시작했다.

창고 10개동과 직원들이 생활했던 주택 4개동은 갤러리와 아카이브실, 전시실 등으로 꾸며져 현대미술작가들의 기획전이 펼쳐지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주조체험동은 다양한 술 이야기, 세계의 술과 우리나라 지역별 대표 막걸리들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전시됐다. 여기에 옛 읍교회를 창작문화공간으로 조성해 100석 규모의 공연장과 연습공간(6곳)도 추가로 갖췄고 작은도서관, 카페테리아도 열었다. 문화 양조장은 이제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쁘고 자신만의 인증샷 뷰포인트를 찾느라 분주한 여행객들의 명소가 됐다.

◇누에고치에서 실 뽑듯, 문화 엮어내는 잠사(蠶絲) 공장의 변신=나주시 금남동 나주잠사는 이제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던 잠사 공장이 아닌, 나주의 문화 스토리를 엮어내는 공간, 나주 나빌레라 문화센터(이하 나나센터)로 변신했다.

나나센터 전신인 잠사 공장은 1910년대 일본인이 건설했다가 일본 패망과 함께 일본인들이 떠난 후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파괴됐고 김용두씨가 사들여 주식회사 나주잠사로 이름을 바꾼 뒤(1957년) 전성기를 맞았다. 당시 기계 52대를 설치하고 한 때는 232대를 허가받기도 했다. 1960년대부터 70년대 중반까지 잠업이 성행했지만 70년대 후반 화학섬유가 들어오면서 점차 힘을 잃고 결국 1990년 가동 중단, 1994년 폐업했다.

이렇게 버려졌던 공간은 2014년 문광부가 공모한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에 선정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누에고치 건조시설과 누에고치 보관소, 기숙사 등 1~4층 규모 건물 6동과 굴뚝은 나주의 문화발신소이자 창조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나빌레라’는 누에고치가 나비가 돼 훨훨 날아오르듯 시민을 위한 문화ㆍ예술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명칭이다.

멀리서도 보이는 붉은 벽돌의 높은 굴뚝은 센터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하고 누에고치를 선별해서 올려 보내는 역할을 했던 기계 등도 눈길을 끌만하다.

갤러리, 공연장, 음악 창작실, 영상제작소, 공예창작소 등을 갖췄고 천연염색문화상품대전, 미디어 아트 전시 등으로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광양예술창고 외부에 그려진 벽화.
◇폐창고가 광양의 핫 플레이스로=광양예술창고는 광양시티투어 코스에 빠지지 않는 관광지다. 광양역 앞 양곡창고, 가구공장 등의 기능을 했던 폐창고가 지난 2021년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뀐 뒤 지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명소가 된 것이다.

전남도립미술관을 유치하면서 연계한 시설로, 문광부의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을 통해 폐창고 리모델링을 거쳐 미디어영상실과 전시실을 갖춘 미디어동 외에 카페·어린이 창작공간, 다락방 등을 조성한 소통·교류·동행의 공간이라는 의미의 소교동 문화쉼터로 꾸몄다.

공공미술프로젝트인 타일 벽화로 조성한 예술창고 외관 벽면, 창고 역사성을 살려 목재 트러스 구조를 그대로 드러낸 내부 천장과 실내 벽화, 친근하게 꾸민 아이들 창작 공간 등은 자녀를 둔 부모들이라면 찾아볼만한 공간이다.

매년 주목할만한 전시가 이어지고 있는 전남도립미술관과 와인의 낭만과 수준 높은 미디어아트를 즐길 수 있는 광양와인동굴 등과 연계한 관광지로 알려진 지 오래다.

이외 옛 장흥교도소, 1930년대 나주지역 최초 극장 시설인 나주극장, 1936년 일제 강점기에 산림자원 운송 목적으로 설치했다가 광복 후 폐역이 된 곡성 침곡역, 곡창지대인 나주 들녘에서 생산된 쌀을 도정하던 호남 최대 규모의 정미소(精米所)이면서 1929~30년 학생독립운동을 도모했던 나주 정미소 등 지역 문화재생공간들도 자신만의 독특한 공간과 관광지를 찾아 나서는 요즘 젊은 여행객들이 발품팔아 찾아 나서는 지역의 숨은 관광지들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은 공간의 가치를 문화의 가치로, 공간의 질을 삶의 질로 전환하는 사업”이라며 “특정 지역의 슬럼화를 막고 지역주민의 문화 접근성을 높이며 관광객 유입 등 1석 3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고 경제성 면에서도 매우 효과적이라 올해에도 78억 원을 투입하는 등 지속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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