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부터 생수까지 치솟는 먹거리 물가
치킨 한 마리에 3만 원 시대
햄버거·피자 등도 일제히 올라
냉면·비빔밥 값 최소 1만원
2023년 03월 28일(화) 20:00
/클립아트코리아
“치킨 한 마리에 3만원이라니? 물가가 왜 이렇게나 올랐는지 모르겠어요.”

28일 광주시 북구 대촌동의 한 식당에서 만난 박모(46)씨는 자고나면 오르는 물가에 숨이 막힌다고 한다.

중학교와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들 셋을 둔 그는 “아이들이 한창 먹을 때라 혼자 치킨 한 마리 해치우는 것은 우습다”며 “치킨 가격이 또 오르면 우리 5인 가족 치킨 한 번 시켜먹으면 10만원이 들어간다”고 푸념했다.

잠시 안정을 찾아가는 듯 보였던 물가가 최근 외식과 가공식품 등 먹거리 가격이 잇따라 인상되면서 또 다시 들썩이고 있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가 다음달부터 가격을 3000원 추가 인상하면서 배달료까지 포함, 한 마리에 3만원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푸드 등 외식 가격을 비롯해 올해 들어 빵·과자 등 가공식품 먹거리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어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28일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교촌치킨 운영사인 교촌에프앤비는 다음달 3일부터 소비자 권장 가격을 최대 3000원 올리기로 했다. 간장 오리지날 제품 가격이 1만6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올라 인상률이 18.8%에 달한다.

‘허니콤보’의 경우 2만원에서 2만3000원으로 15% 오른다. 최근 배달비용은 3000원이 기본으로, 배달거리에 따라 5000원 대를 넘나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집에서 주문해 먹는 배달 치킨 한 마리 가격이 3만원에 육박하게 된다.

배달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인 교촌치킨이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 역시 인상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서민들의 대표 간식이자 야식 메뉴인 치킨 가격 인상에 따라 외식 물가 부담은 더해질 전망이다.

최근 청소년들과 젊은 층이 많이 찾는 햄버거와 피자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버거킹은 이달 10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2% 올렸고, 지난달에는 맥도날드와 롯데리아가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5.4%, 5.1% 각각 인상했다. 미스터피자도 지난 2월 피자와 사이드메뉴 가격은 4~5% 인상, 도미노피자도 2월부터 5만원 이하 구매 시 배달비 2000원을 부과하고 있다.

빵·과자·아이스크림·생수 등 가공식품 가격도 줄줄이 올라 먹거리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남양유업은 다음달부터 두유 7종의 출고가를 평균 4.7% 올릴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롯데제과가 만두 등 일부 냉동제품 가격을 5∼11% 올렸고, SPC삼립과 파리바게뜨 등도 제품 가격을 올렸다. 롯데제과와 빙그레, 해태아이스크림 등은 아이스크림 가격을 올렸고 제주 삼다수 등 생수 가격도 올랐다.

외식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이제 광주에서 냉면이나 비빔밥을 사먹으려면 최소 1만원은 있어야 한다. 비교적 고급 단품 메뉴인 갈비탕은 2만원이 기본이고 2만5000원인 곳도 상당수여서 이제 서민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음식이 됐다. 짜장면과 짬뽕도 종류에 따라 8000원에서 1만2000원에 달한다.

이날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광주지역 냉면 평균 가격은 지난해 동월보다 8.33% 오른 9100원으로, 비빔밥은 6.89% 오른 9300원이다.

먹거리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도 서민들의 가계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우선 정부가 올해 2분기 전기·가스요금을 이번 주 동시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산업부는 2026년까지 한전의 누적 적자 해소를 위해 올해 전기요금을 kWh당 51.6원 올려야 한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이어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은 kWh당 13.1원 올라 역대 분기별 최고 인상 폭을 기록했다. 올해 나머지 3번의 분기별 요금 조정에서도 비슷한 폭의 인상이 이뤄져야 연내 적정 인상액(kWh당 51.6원)을 달성할 수 있다.

‘난방비 폭탄 고지서’ 사태를 이끌어 냈던 가스요금도 올해 1분기 동결된 탓에 2분기 인상 압력이 커진 상태다.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 가능성이 큰 이유다.

광주 경제계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들에 가격 인상 요인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어도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 부담이 커져 추가 가격 인상을 막기 어려워 보인다”며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 서민들의 대표 먹거리 가격과 공공요금 인상으로 가계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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