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광주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심사평
“치열하고 다층적인 소재·서사 기법…새로운 양상 보여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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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싸우며, 코로나와 함께,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며 재편되고 있는 현실이 소설에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 설상가상으로 무모하게 도발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상황이 가져온 경제 난국과 인류 공동체 의식이 작품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보편화된 젠더 감성과 가상현실의 매체적 글쓰기 감각이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이태원 참사의 충격과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와 새롭게 제기된 자유와 공정에 대한 태도가 어떻게 형상화되고 있는지 주목하며 본심에 오른 소설들을 읽었다.
확연하게 두드러진 경향은 포스트 휴먼과 젠더, 코로나 현실을 직접적인 소재로 삼은 작품들은 줄었고, 개인의 자아 찾기 여정과 데이터 회로에 갇혀 단자화된 일상과 소설 장르에 대한 서사적 실험에 천착한 작품들이 다수였다.
본심에서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발자국을 세는 일’과 ‘무지개’였다. 소설은 소소하고 작은 이야기를 의미하지만, 그 안에는 하나의 세계를 품고 있다.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고, 소설과 인간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발자국을 세는 일’은 전자에, ‘무지개’는 후자에 해당된다. 전자는 소재와 주제, 문장과 서사 흐름이 안정적인 반면, 이러한 안정적인 전개가 제목으로부터 뚜렷하게 드러나 마지막까지 익숙하게 간파되면서 새로움의 측면에서 아쉬웠다.
‘무지개’는 지금 이곳 현실의 치열하고 다층적인 소재들과 서사 기법들을 훌쩍 뛰어넘는 새로운 양상을 보여주었다.
소설이 하나의 세계라면, 단편소설 양식은 한 편의 시(詩)와 같다. 시적 은유와 환상이 서사와 결합될 때, 소설은 재현의 울타리를 넘어 미(美)의 영역에 닿는다.
‘무지개’는 생명을 향한 환상적인 은유 속에 서사의 주제를 마치 집(역사)를 지어나가듯이 축조하는데, 시와 산문의 경계를 허무는 누보로망적인 미장센과 미니멀리즘적인 문장 흐름이 돋보여 개성적으로 평가했다.
응모한 모든 분들에게 격려와 응원의 마음을 보내고, 당선자에게 축하를 전한다.
함정임 소설가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작품집 ‘저녁식사가 끝난 뒤’ 등 다수
▲이상문학상 우수상 등
본심에서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발자국을 세는 일’과 ‘무지개’였다. 소설은 소소하고 작은 이야기를 의미하지만, 그 안에는 하나의 세계를 품고 있다.
‘발자국을 세는 일’은 전자에, ‘무지개’는 후자에 해당된다. 전자는 소재와 주제, 문장과 서사 흐름이 안정적인 반면, 이러한 안정적인 전개가 제목으로부터 뚜렷하게 드러나 마지막까지 익숙하게 간파되면서 새로움의 측면에서 아쉬웠다.
‘무지개’는 지금 이곳 현실의 치열하고 다층적인 소재들과 서사 기법들을 훌쩍 뛰어넘는 새로운 양상을 보여주었다.
소설이 하나의 세계라면, 단편소설 양식은 한 편의 시(詩)와 같다. 시적 은유와 환상이 서사와 결합될 때, 소설은 재현의 울타리를 넘어 미(美)의 영역에 닿는다.
‘무지개’는 생명을 향한 환상적인 은유 속에 서사의 주제를 마치 집(역사)를 지어나가듯이 축조하는데, 시와 산문의 경계를 허무는 누보로망적인 미장센과 미니멀리즘적인 문장 흐름이 돋보여 개성적으로 평가했다.
응모한 모든 분들에게 격려와 응원의 마음을 보내고, 당선자에게 축하를 전한다.
함정임 소설가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작품집 ‘저녁식사가 끝난 뒤’ 등 다수
▲이상문학상 우수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