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의 미소 - 윤영기 체육부 부국장
포르투갈은 한국 축구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나라다. 2002년 대한민국이 월드컵 16강 진출을 결정한 D조 조별 리그 3차전 상대가 포르투갈이었다. 당시 포르투갈 핵심 멤버는 루이스 피구(30·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후이 코스타(30·이탈리아 AC 밀란), 주앙 핀투(31·포르투갈 스포르팅 리스본). 이들은 90년대 포르투갈 축구의 황금 세대이자 1991년 세계청소년축구대회 우승 주역이다. 당시 남북한 단일팀인 ‘코리아팀’에 0-1로 쓰라린 패배를 안겼다. 코리아팀은 아르헨티나·아일랜드·포르투갈과 예선 A조에 편성됐다.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를 1-0으로 잡고 파란을 일으킨 뒤 아일랜드와 1-1로 비기며 기세를 올렸다. 한데 최종전에서 포르투갈에게 일격을 당하는 바람에 조 2위로 8강에 올라 브라질에게 1-5로 참패했다.
한국은 2002년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에 통쾌한 설욕전을 펼쳤다. 박지성의 결승골이 절묘했으나 포워드 핀투와 수비수 베투가 잇따라 퇴장당하는 운도 따랐다. 핀투는 전반 27분 박지성에게 거친 백태클을 감행해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그는 분노를 참지 못해 심판 복부를 가격했고 선수들까지 가세해 험한 상황이 연출될 뻔했다. 당시 그라운드에서 분위기를 가라앉힌 주역이 현재 대한민국 감독인 파울루 벤투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벤투는 한국전을 끝으로 은퇴했다. 1-0으로 포르투갈을 꺾은 대한민국은 2승 1무, 조 1위로 16강에 올랐고 포르투갈은 탈락했다.
20년만에 카타르 월드컵에 만난 두 팀은 웃으면서 헤어졌다.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한 포르투갈은 한국에 1-2로 패했음에도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도하의 기적’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힘겹게 16강에 합류했다. 고국에 비수를 꽂은 벤투도 미소 지었다. 포르투갈 헤벨루 지 소우자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벤투를 칭찬했다. 한국이 6일 새벽 4시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과 격돌한다. 세계 축구계는 한국의 8강 진출을 비관적으로 보지만 팬들은 태극 전사가 브라질을 만나 또다시 신화를 일궈 내길 고대하고 있다. 한국팬들은 ‘아직 배가 고프다.’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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