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체육회장 이번엔 제대로 - 윤영기 체육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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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달 31일 광주·전남 지역을 방문했다. 매년 개최하는 ‘지방체육회 순회 간담회’ 참석을 위해서다. 당연히 광주·전남 체육계를 대표해 참석해야 할 시·도 체육회장이 빠지고 직무대행들이 이 회장을 만났다. 광주체육회장은 지난달 개인 비리로 형이 확정돼 직을 잃었고, 전남체육회장은 지난 5월 공직 선거 출마 때문에 중도 사퇴한 탓이다. 직무대행 두 사람을 만난 대한체육회장이 어떤 생각을 했을까. 광주와 전남 첫 민선 체육회장 시대가 이렇게 저물었다.
세 번째 선거, 변화 없는 체육계
광주 체육은 처절하게 망가졌다. 초대 회장이 건강 때문에 직을 내놓아 새로 뽑은 회장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난맥이 시작됐다. 선거인 수 산정에 문제가 있다는 낙선자들의 소송이 법원에서 인용돼 9개월 동안 직무를 수행하지 못했다. 체육회가 선거인 수를 부당하게 산정, 회장 공백 사태를 자초한 것이다. 회장이 낙선자들의 민사 소송 취하로 복귀했으나 종국에는 자신의 귀책 사유로 직을 잃었다. 직무 정지 기간에는 개인 형사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모든 불명예는 광주가 뒤집어 썼다.
광주시체육회는 오는 12월 15일 새 회장을 선출한다. 불과 3년 동안 세 차례 선거를 치르는데도 변화 조짐은 없다. 진영 싸움으로 판세가 굳어져 ‘현명한 표심’을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광주체육의 양대 축인 생활·전문 체육계의 해묵은 갈등 구도다. 갈등과 분열을 야기했다고 지목되는 고질이다. 우습게도 이를 입에 담은 이들이 그동안 선거판에 등장했던 인물들이다. 어차피 선거가 진영 싸움이고 보면 분열과 갈등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순진할 수 있다. 문제는 후보자들이 설정한 진영에 포섭돼 몰표를 주는 유권자다. 이런 표심이 강화되고 짙어진다면 광주 체육계는 치유 불능이다.
특정 진영의 맹목적 지지는 공짜가 아니다. 당선자는 부채를 갚기 위해 체육회 노른자위에서 논공행상을 할 것이다. 두 차례 선거의 경험이다. 여기에 그치면 다행이다. 체육회 핵심 업무는 체육단체 재원 교부와 지원이다. 체육회가 지지층을 편향 지원하게 되면 상대적 소외를 낳는다. 선명한 양 진영의 색깔에 돈이 끼면 갈라진 틈에서 적의가 싹튼다. 결과적으로 지지층만을 바라보는 정치 양극화가 체육계에 이식되고 만다. 선거는 진영 우두머리가 아니라 광주 체육회장을 뽑는 일이다. 지금은 선거에 들 뜰 때가 아니라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뺨치는 행태도 되풀이되고 있다. “특정 출마 예상자가 중병에 걸려 당선해도 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등 의도적으로 왜곡된 설이 유포되고 있다. 터무니 없는 불륜설에 이어 두 번째다. 영혼에 두 차례나 깊은 자상을 입은 ‘사람’을 잠깐이라도 떠올렸다면 입에 담기 어려운 내용이다. 더구나 인격 살인 행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현장이 체육계다. 룰과 규정, 페어플레이를 신앙처럼 여기는 그 체육계다. 정책·공약 경쟁을 뭉개고 선거를 저질판으로 만드는 이런 행태는 제발 사라져야 한다.
금품·향응 제공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간접 선거로 치러지는 광주 체육회장 선거의 유권자는 300여 명선. 후보자가 맘먹으면 얼마든지 ‘베팅’ 가능한 숫자다. 아직 후보자 등록도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어김없이 ‘작업’설이 돌고 있다. 이번 선거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 치러지는 만큼 혼탁 풍조는 어느 정도 수그러들 것이다. 명백한 사실은 체육계의 자정과 자각이 없다면 불·탈법과 악행은 뿌리 뽑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후보 됨됨이나 공약에 매료되더라도 매수돼서는 안 된다. 사람 잘 못 뽑으면 체육회장 임기 4년이 아니라 40년 체육 행정이 퇴보한다.
공공선에 복무할 사람 선택해야
체육회 민선 1기 3년에서 얻은 자산은 ‘선거가 민주주의 꽃이지만 열매까지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교훈이다. 유권자는 늘 현혹되고 거듭 배신당한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어크로스)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민주주의는 군인이 아니라 국민이 선출한 지도자의 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민주적 절차를 거쳐 당선된 대통령이나 총리가 권력을 잡자마자 그 절차를 해체해 버리는 것이다.” 체육회장 선거도 예외는 아니다. 신이 아닌 이상 후보자의 당선 이후 행보까지 내다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유권자는 공공의 적으로 돌변할 인간이 아니라 공공의 선에 복무할 후보를 감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음 달 치러질 체육회장 선거에서 시민이 유권자들에게 바라는 최소한이다.
/penfoot@kwangju.co.kr
광주 체육은 처절하게 망가졌다. 초대 회장이 건강 때문에 직을 내놓아 새로 뽑은 회장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난맥이 시작됐다. 선거인 수 산정에 문제가 있다는 낙선자들의 소송이 법원에서 인용돼 9개월 동안 직무를 수행하지 못했다. 체육회가 선거인 수를 부당하게 산정, 회장 공백 사태를 자초한 것이다. 회장이 낙선자들의 민사 소송 취하로 복귀했으나 종국에는 자신의 귀책 사유로 직을 잃었다. 직무 정지 기간에는 개인 형사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모든 불명예는 광주가 뒤집어 썼다.
특정 진영의 맹목적 지지는 공짜가 아니다. 당선자는 부채를 갚기 위해 체육회 노른자위에서 논공행상을 할 것이다. 두 차례 선거의 경험이다. 여기에 그치면 다행이다. 체육회 핵심 업무는 체육단체 재원 교부와 지원이다. 체육회가 지지층을 편향 지원하게 되면 상대적 소외를 낳는다. 선명한 양 진영의 색깔에 돈이 끼면 갈라진 틈에서 적의가 싹튼다. 결과적으로 지지층만을 바라보는 정치 양극화가 체육계에 이식되고 만다. 선거는 진영 우두머리가 아니라 광주 체육회장을 뽑는 일이다. 지금은 선거에 들 뜰 때가 아니라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뺨치는 행태도 되풀이되고 있다. “특정 출마 예상자가 중병에 걸려 당선해도 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등 의도적으로 왜곡된 설이 유포되고 있다. 터무니 없는 불륜설에 이어 두 번째다. 영혼에 두 차례나 깊은 자상을 입은 ‘사람’을 잠깐이라도 떠올렸다면 입에 담기 어려운 내용이다. 더구나 인격 살인 행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현장이 체육계다. 룰과 규정, 페어플레이를 신앙처럼 여기는 그 체육계다. 정책·공약 경쟁을 뭉개고 선거를 저질판으로 만드는 이런 행태는 제발 사라져야 한다.
금품·향응 제공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간접 선거로 치러지는 광주 체육회장 선거의 유권자는 300여 명선. 후보자가 맘먹으면 얼마든지 ‘베팅’ 가능한 숫자다. 아직 후보자 등록도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어김없이 ‘작업’설이 돌고 있다. 이번 선거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 치러지는 만큼 혼탁 풍조는 어느 정도 수그러들 것이다. 명백한 사실은 체육계의 자정과 자각이 없다면 불·탈법과 악행은 뿌리 뽑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후보 됨됨이나 공약에 매료되더라도 매수돼서는 안 된다. 사람 잘 못 뽑으면 체육회장 임기 4년이 아니라 40년 체육 행정이 퇴보한다.
공공선에 복무할 사람 선택해야
체육회 민선 1기 3년에서 얻은 자산은 ‘선거가 민주주의 꽃이지만 열매까지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교훈이다. 유권자는 늘 현혹되고 거듭 배신당한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어크로스)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민주주의는 군인이 아니라 국민이 선출한 지도자의 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민주적 절차를 거쳐 당선된 대통령이나 총리가 권력을 잡자마자 그 절차를 해체해 버리는 것이다.” 체육회장 선거도 예외는 아니다. 신이 아닌 이상 후보자의 당선 이후 행보까지 내다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유권자는 공공의 적으로 돌변할 인간이 아니라 공공의 선에 복무할 후보를 감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음 달 치러질 체육회장 선거에서 시민이 유권자들에게 바라는 최소한이다.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