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품은 고즈넉한 풍경…남종화의 성지 ‘운림산방’
조선 후기 남화 대가 소치 허련 선생 화실…직계 5대 화맥 200년간 이어진 곳
‘소치기념관’ ‘진도역사관’ ‘남도전통미술관’ ‘첨찰산 난대숲길’ 관광객 발길
2022년 04월 20일(수) 15:55
운림산방 전경
진도(珍島)는 보배섬으로 불렸다. 농토가 넓어 농산물이 풍부했고 바다에서는 어류와 해조류도 많이 났다. ‘1년 농사로 3년을 먹고 산다’는 말이 전해온 것은 그러한 지리적 요인과 무관치 않다.

이 보배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가 운림산방이다. 대형 휴양시설인 ‘쏠 비치 진도’는 운림산방과 세방낙조 등 진도의 관광 명소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여유로운 휴식공간을 제공하면서 지역경제에 활기를 주고 있다.

운림산방(雲林山房)은 조선 후기 남화의 대가로 알려진 소치 허련(1808-1893) 선생과 일가 직계 5대 화맥이 이어지고 있는 남종화의 성지이자 산실이다. 소치의 뒤를 이어 2대 미산(米山) 허형, 3대 남농(南農) 허건·임인(林人) 허림, 4대 임전(林田) 허문, 5대 허진·허재·허준, 허청규 등 200여 년 동안 5대가 화맥을 이어가며 한국 근·현대 회화사의 장대한 산맥을 이뤘다.

운림산방을 찾는다면 소치기념관, 진도역사관, 남도전통미술관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전시관에서는 허련의 작품을 비롯해 그의 손자인 허건의 작품까지 남화를 대표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최근엔 소치기념관의 리노베이션도 끝나 볼거리가 풍성해졌다. “운림산방의 품격을 높이고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민속문화예술특구의 위상을 높여 나가겠다”는 의지로 꾸몄다는 게 진도군 설명이다.

기존 소치기념관은 명칭을 소치 1관으로 변경하는 한편, 소치 전문관으로서 역할에 집중하기 위해 40여점의 소치 작품만 전시했다. 소치 일가의 다큐를 담은 실감 콘텐츠도 설치해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진도역사관은 소치 2관으로 명칭을 바꾸고 소치 2대부터 5대까지 후손들의 작품 100여점을 갖췄다. 여기에 대나무 정원을 배경으로 한 홀로그램과 포토존도 조성했다. 소치 2관에는 관객 참여형 ‘이머시브’룸도 마련해 눈길을 끈다. 이 공간은 소치 선생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연출하고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작품이 변화하는 실감형 체험 공간.

전시관 주변도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휴식처다. 연지(蓮池)에서 바라보는 운림산방은 첨찰산과 어우러진 한 폭의 선경(仙境) 그 자체다. 인기척에 연못 비단잉어들이 우르르 몰려들고 연못 중앙의 동그란 작은 섬에는 배롱나무 한그루가 우뚝 서있다. 소치는 매화나무와 백일홍, 자목련 등 갖가지 화훼들을 먼 곳에서 구해와 집 주변에 심고 길렀다고 한다.

운림산방 인근에 위치한 ‘첨찰산 난대숲길’은 전국에서 보기 드문 50여종의 난대수종이 보존돼 있어 지난 1962년 천연기념물 제107호로 지정됐던 곳이다. 천혜의 경관자원을 활용한 친환경 등산로도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난대산림욕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다.

운림산방이 눈을 즐겁게 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곳이라면 귀를 즐겁게 하는 곳도 진도에서 넘쳐난다.

진도는 국가지정 중요 무형문화재 5종(강강술래·남도들노래·씻김굿·다시래기·아리랑)과 전남도 지정 무형문화재 5종(진도북놀이·진도만가·남도잡가·소포걸군농악·조도닻배노래)을 보존·전승하고 있다. 운림산방 인근 국립남도국악원은 진도의 민속전통예술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진도=박현영 기자 h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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