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 돕는 ‘구원투수’ 장성군, 위기 때 더욱 빛났다
정부 시장격리 유찰된 쌀 등 2260t 군비로 전량 매입…장성군·농협 협업 효과
2022년 03월 27일(일) 18:00
유두석(가운데) 장성군수가 미곡종합처리장을 찾아 미곡 투입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농업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적재적소에서 추진되는 장성군의 핀 포인트(pin point) 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장성군은 지난 22일부터 쌀값 안정을 위한 자체 매입에 나섰다. 쌀 초과 수확과 수요 감소가 맞물리며 출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농업인의 ‘구원투수’를 자처하는 장성군의 위기 때 더욱 빛나는 농업정책을 알아본다.

◇ 정부 시장격리 유찰된 쌀 군비로 전량 매입 처리=지난해 벼값은 직전해인 2020년의 7만원(40kg 기준) 보다 약 11% 하락했다. 생산량은 10% 늘었는데 소비량이 계속 줄어드니 인상은커녕 시세 유지조차 요원항 상황이었다. 참다못한 전국의 쌀 농가들은 지난 해 12월 청와대 앞에서 쌀 시장격리를 촉구하는 시위까지 벌였다.

시장격리는 시중에 초과 공급된 쌀을 정부가 매입해 창고에 격리해 두는 제도다. 쌀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 미처 쌀을 팔지 못한 농가도 도울 수 있다. 정부는 농업인들의 요구를 수용해 즉시 시장격리를 추진했다. 하지만 올해 2월 열린 입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평균 낙찰가격이 40kg 당 6만 3763원으로 형성돼 예상치에 한참 못 미치고 만 것이다.

낙찰가격이 낮아지면서, 장성군의 입찰 물량 2136t도 전부 유찰되고 말았다. 정부 시장격리에 희망을 걸었던 농민들은 낙담했다.

정부가 시장격리를 확정하기 이전인 지난해 12월 초부터, 장성군은 초과 수확된 쌀을 자체 매입하기 위해 추경 예산을 편성했다. 수확량 증가를 예의주시하며 선제적인 조치를 준비해 온 셈이다. 이후 시장격리가 추진돼 군의 쌀 매입 건도 보류됐다.

이처럼 올해 초 정부 시장격리가 유찰되자, 군은 사태 해결을 위해 다시 분주하게 움직였다. 먼저 7개 지역농협, 장성 통합 RPC(미곡종합처리장) 관계자와 수 차례 회의를 갖고 현황 분석과 대처 방안 마련에 나섰다.

◇ 장성군·농협 ‘쌍두마차’로 위기의 농가 지원군=지난 2월 24일에는 지역 내 농업인단체와 만나 매입 가격을 합의하는 데 성공했다. 가격은 40kg 기준 6만 4000원으로, 품종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지급하기로 했다.

장성군 쌀전업농연합회 박영수 회장은 “지난해 수확한 쌀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면 농업인으로서는 크나큰 부담이 된다”면서 “군의 자체 매입으로 소득 보전은 물론, 올해 농사를 더욱 안정적으로 지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장성군은 정부 시장격리에서 유찰된 쌀은 물론 농가에서 보유하고 있는 잔여미곡까지 자체 매입하고 있다.
장성군과 농협은 시장격리 유찰 물량과 미처 판매되지 않아 농가에서 보유하고 있던 잔여곡까지 모두 사들일 방침이다. 총 물량 규모는 2260t에 달한다.

매입가격 확정이라는 ‘큰 산’을 넘은 장성군은 이후 추경예산 편성과 읍·면별 수요 조사, 농협창고 확보 등 자체 매입을 위한 실무를 발빠르게 처리해 나갔다.

매입은 품종별로 진행된다. 지난 22일 ‘신동진’을 시작으로 28일부터 30일까지는 ‘조명1호’를 매입한다. 31일부터는 읍·면별로 ‘새청무’를 사들일 계획이다.

신동진과 조명1호, 새청무 포대벼 매입은 진원면 통합 RPC에서 진행한다. 물량이 많은 새청무 톤백벼는 황룡 DSC(벼 건조·저장 시설)와 진원 상림창고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김영중 장성군 농업기술센터 농식품유통과장은 “봄철이 되어 기온이 상승하면 농가에 쌓여 있는 쌀의 상품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며 “시장격리 유찰 물량과 잔여곡을 행정과 농협의 협업으로 매입해 농가 손실과 쌀값 하락을 방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대성 기자 bigkim@kwangju.co.kr

/장성=김용호 기자 yongho@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img.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img.kwangju.co.kr/article.php?aid=1648371600735682151
프린트 시간 : 2025년 05월 10일 00:5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