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만 가득한 ‘민선 체육회’-윤영기 특집·체육부장
2022년 01월 12일(수) 03:00
광주시체육회의 새해 기상도에는 먹구름이 가득하다. 회장 공백 상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지난해 7월 이상동 회장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한 뒤 현재까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본안 판결에서도 체육회장 당선 무효 판결이 내려졌다. 판결의 골자는 당락을 결정하는 선거인수 등에 잘못이 있다는 것인데, 결국 체육회의 잘못이라는 얘기다. 체육회는 항소를 제기해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한다.

하지만 ‘항소의 실익’을 따져 보면 쓴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항소심 재판이 오는 2월에는 끝나야 의미가 있는데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체육회 규정상 회장 임기(2023년 2월)를 1년 남겨 두기 전까지는 재선거를 할 수 있다. 그래야 재선거를 하든 선거행정을 바로잡든 실효가 있다. 불행히도 법원 사정을 보면 오는 2월 안에 항소심 판결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소송 휘말린 광주는 회장 공백

현재 항소심 심리 일정도 잡히지 않은 상태인데다 2월이면 법관 인사철이다. ‘법원의 시간’에 맞춰 보면 체육회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다. 항소는 새 단체장을 뽑는 내년까지 체육회를 공전시키겠다는 전략적 의사 결정인 것이다. 질문 몇 개 던져 본다. 회장을 새로 뽑지도 못하는 공백기에 당선 무효 판결이 나온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체육회는 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무엇을 책임지겠다는 것인가?

체육회장 공백의 대가는 혹독할 것이다. 수장 공백 상태의 체육회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현상유지다. 체육회는 이런 사실은 결코 입 밖에 내지 않는다. 체육회가 법에 위탁한 시간에는 광주 체육인들의 시간은 없다.

시체육회가 항소심이라는 수단을 택한 데는 선거로 갈린 생활체육계 대 전문체육계 간 적대적 대치 상황이 작용했다. 광주 체육계에서 ‘말빨’이 서는 사람치고 회장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인사가 없을 정도다. 이들 중 누군가 체육회 정상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더라도 진영 논리로 오해받고 묵살된다. ‘출마자 모두가 피해자인 상황에서 당선자를 자진 사퇴시키고 회장을 새로 뽑자’는 주장도, ‘쇄신을 위해 책임자들이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도 스며들 여지가 없다. 누구도 나서지 못하는 불편한 침묵의 연대에서 체육회는 그나마 부담이 덜한 ‘법대로 하자’를 택했다.



전남도 정치 바람 타면서 혼란

전남도체육회도 정치 바람을 타면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김재무 도체육회장이 지난해부터 광양시장 출마 행보에 나서면서 체육회가 정치의 시간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해 광양에서 북콘서트를 열었고 최근에는 지인들에게 광양 발전을 기약하는 문자를 보내고 있다. 이 메시지를 보면서 “전남체육의 밝은 미래를 위해 모든 열정과 능력을 발휘하겠다”는 김 회장의 당선 소감을 아직도 기억하는 체육인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애초 우려대로 체육회장직이 정치인들이 잠시 거쳐 가는 자리로 전락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는가.

물론 개인의 참정권과 정치적 자유야 헌법에 보장된 것이니 뭐라 말할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전남 체육인들은 그의 선로 변경을 곱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애초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체육인들이 표를 준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의 행보를 다소 호의적으로 보는 인사들마저도 “체육 행정의 공백이 예상되는 만큼 최소한 시군 체육단체장들에게라도 양해를 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손실은 그가 정치권으로 눈을 돌렸을 때부터 이미 행정이 신뢰를 잃었다는 데 있다. 게다가 그가 체육회장으로서 수행한 업무나 심지어 체육회의 소소한 물품 구매까지도 특정 지역과 연관돼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본인은 억울하다 하겠지만 이게 세태다.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은 김 회장이 지방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체육회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치 시계에 맞춰 거취를 정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가 혹시 ‘별의 순간’을 잡을지 모르겠지만, 선장 없이 표류하게 되는 전남 체육회는 어찌할 것인가. 회장직을 내려놓는다면 도체육회는 내년 새회장을 뽑기까지 또 수장 공백 상태가 되지 않겠나. 자칫 광주시나 전남도체육회 모두가 수장도 없는 세월을 보내게 될 수도 있다.

올해로 민선 체육회장 시대가 열린 지 3년째다. 제도적으로 민선이 도입된 것은 맞지만 진정한 민선 체육시대는 아직 요원한 것 같다. 민선시대의 주역인 체육인들이 여전히 그리고 철저히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체육인들이 주권을 체육회에 위탁한 채 방기한다면 체육인들이 주인이 되는 시대는 더욱 멀어질 것이다.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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