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폐업 못하고 빚만 쌓인다
광주·전남 16만3000명 빚으로 버텨
1명당 대출 2억원 넘고 잔액 40조원 육박
금리 0.5% 오르면 이자부담 113만원↑
2021년 12월 01일(수) 19:00
광주·전남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한 가운데 폐업 비용 부담 등으로 원활한 폐업도 원활하지 않은 실정이다.
빚을 낸 광주·전남 자영업자 수가 지난 상반기 기준 16만3000명으로, 코로나19가 국내 확산하기 직전보다 4만5000명(38.2%)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자영업자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사태에 취약한 도소매·숙박음식점업에 몰려있어 대출 증가율도 전국에서 높은 수준이었다.

이 같은 내용은 1일 김재영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과장이 발표한 ‘코로나19 확산 이후 광주전남지역 자영업의 주요 특징 및 향후 과제’ 자료에 담겼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지역 자영업자 가운데 빚을 낸 차주는 광주 7만3000명·전남 9만명 등 16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인 2019년 4분기 말(11만8000명)보다 4만5000명(38.2%) 급증한 수치다. 빚을 진 광주·전남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1분기 12만1000명에서 14만1000명(2분기)→14만5000명(3분기)→15만2000명(4분기)→16만명(올해 1분기)→16만3000명(2분기)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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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분기 말 기준 지역 자영업자 한 명당 안고 있는 대출잔액은 광주 2억5000만원·전남 2억1000만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광주·전남 자영업자 대출 총 잔액은 38조5000억원으로, 40조원에 육박했다. 지난 2017년 23조6000억원이었던 지역 대출잔액은 2018년 27조5000억원, 2019년 29조1000억원으로 늘다가 지난해 36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5.8% 급증했다.

광주·전남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전국에서 높은 수준이다. 2분기 말 기준 대출잔액은 전년보다 광주 17.8%·전남 14.5% 증가했다.

광주 증가율은 서울과 세종을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전남은 경기(16.4%)에 이어 9개 도(道)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다.

광주·전남 자영업자들의 대출 급증은 방역 지침 강도가 매출에 곧바로 반영되는 전통서비스업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통서비스업으로 분류되는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비중은 광주 47.7%·전남 56.1%(2019년 기준)에 달한다. 특히 전남 도소매·숙박음식점업 비중은 제주(59.7%), 강원(58.2%)에 이어 15개 시·도 가운데 세 번째를 차지했다.

반면 제조업 비중은 광주 6.5%·전남 7.8%에 불과하다.

15개 시·도를 대상으로 대면 서비스업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을 따지면 광주(20.1%)는 울산(21.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울산과 광주에 이어 경북(18.9%), 경기(18.1%), 전남(17.4%) 등 순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최근 시중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지역 자영업자들의 이자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출금리가 0.5% 인상된다고 가정할 때 광주·전남 자영업자들의 이자부담은 연간 1924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 사람당 113만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하는 셈이다.

한편 광주·전남에서 금리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취약차주 자영업자 비중은 전국 상위권을 나타냈다.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가운데 취약차주 비중은 광주 6.7%·전남 9.1%로 집계됐다.

전남 비중은 강원(10.2%)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2번째로 높았고, 광주(6.7%)는 부산(7.0%)에 이어 8개 특·광역시 가운데 2번째로 높았다.

취약차주는 금융기관 3곳 이상에 대출을 가진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 하위 30%에 드는 저소득, 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저신용자를 말한다.

김재영 과장은 “폐업 비용 부담 등으로 원활한 폐업이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진입 장벽이 낮은 음식업 등 전통 서비스업 위주로 창업이 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자영업자의 폐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신속한 재창업 등 재기를 지원하고 장기상환이 가능한 대환상품을 제공해 적절한 시기에 폐업이 이뤄지도록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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