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동 편집국 부국장·문화2부장] 누구나 DJ 가 될 수 있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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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보다 듣는 것이 좋아요. 무선 이어폰으로 들으면서 다른 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시사에 관심이 많은 20대 A씨는 TV나 라디오가 아닌 팟캐스트(인터넷 망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플랫폼 ‘팟빵’에서 ‘듣똑라’를 즐겨 듣는다. ‘듣똑라’는 ‘듣다 보면 똑똑해지는 라이프’의 준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 등 최근 시사 상식에서부터 라이프스타일까지 두루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40대 B씨는 출퇴근하는 버스 안에서 자기계발과 재테크 관련 ‘오디오북’을 듣는다. 활자로 읽는 것보다 귀로 편하게,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단다.
IT(정보기술) 발달에 따라 최근 몇 년 사이 ‘전통 미디어’(Legacy Media)인 라디오를 뛰어넘는 큰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인터넷 라디오’라고 할 수 있는 팟캐스트(Podcast)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귀로 듣는 책 ‘오디오북’, 말로 하는 SNS(클럽하우스) 그리고 음원 스트리밍(다운로드 없이 온라인 재생) 서비스 등 신(新) 오디오 콘텐츠도 영역을 무한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추세의 중심에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자)가 있다. 도구는 누구나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이다. 시각 미디어인 비디오가 대세인 시대에 청각 미디어인 ‘오디오 콘텐츠’가 어느새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소리’의 귀환인 셈이다.
이러한 글로벌 오디오 시장은 아마존, 구글, 애플,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등이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팟빵’(Podbbang), ‘스푼’(Spoon) 등이 치열한 오디오 콘텐츠 서비스 혈전을 벌이고 있다. 지상파 3사를 포함해 13개사 연합 오디오 플랫폼인 ‘티팟’(Tpod)도 경쟁에 가세했다. 바야흐로 ‘오디오 콘텐츠’ 시장을 둘러싼 춘추전국시대이다.
‘오디오 콘텐츠’가 뜨고 있다
최근 이처럼 ‘오디오 콘텐츠’가 떠오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KB 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지난해 4월 발표한 연구 자료(‘비디오 시대에 다시 급부상하고 있는 오디오 서비스’)를 통해 오디오 서비스 시장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 중 하나로 멀티태스킹(Multytasking: 다중 작업)을 꼽았다. 또한 무선 이어폰의 대중화로 자유로운 오디오 청취가 가능해진 데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것도 빼놓을 수 없겠다.
네이버 ‘오디오 클립’ 카테고리를 살펴보면 뉴스·시사, 문화 예술, 강연, 인문·교양,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사운드 등 21개 분야로 세분화돼 있다. 라디오만 듣다가 이곳을 클릭하게 되면 신세계를 만나는 거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얼마든지 골라 들을 수 있으니까.
이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ASMR이다. 생경한 용어지만 단순 반복되는 빗소리나 바람소리처럼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소리를 의미한다. 이곳에서 ‘백색 소음’을 클릭하면 ‘2021 봄비 빗소리, 우산에서 빗소리 듣기’처럼 이채로운 별의별 소리들을 찾아 들을 수 있다. 비디오와 문자의 과잉 시대가 만든 피로 현상도 이곳을 찾게 한다. 잠시 눈을 감고 귀만 열면 되니 얼마나 편한가.
스마트폰만 있으면 개설 가능
팟캐스트, 오디오북, 음악은 모두 인간 목소리에서 비롯된다. 오디오는 인간의 감성을 자극한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는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에 실린 한 에세이에서 어느 선배 소설가의 오디오북을 듣는 느낌을 이렇게 말한다. “읽는 게 아니라 낭독하는 걸 듣고 있으면 왠지 이야기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아마 특유의 문체가 활자를 눈으로 좇을 때만큼 직접적인 힘을 발휘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오디오 콘텐츠는 비디오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3월 ‘팟빵’은 ‘오디오 매거진’이라는 새로운 구독형 유료 콘텐츠를 선보였는데 ‘월말(月末) 김어준’과 ‘조용한 생활’이 그것이다. 흔히 음향기기(전축)를 지칭하는 오디오 잡지가 아니라 시사, 철학, 건축, 영화,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오디오 콘텐츠’를 모바일 앱으로 구독하는 새로운 수익 모델이다. 눈으로 보던 웹툰이나 웹소설도 귀로 듣는 웹드라마나 웹시네마로 만들어진다. 무엇보다 오디오 플랫폼을 활용하는 ‘팟캐스트’는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로 자유롭게 채널을 개설해 라디오 DJ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그렇다면 기존의 라이프스타일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 준 오디오 콘텐츠의 미래는 어떠할까? 벌써부터 오디오북에 성우가 아닌 AI(인공지능)가 도입되고 있는 시대다. 가까운 미래에 ‘오디오 콘텐츠’가 100년 역사의 전통 미디어인 라디오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또 어떻게 무한 진화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song@kwangju.co.kr
이러한 글로벌 오디오 시장은 아마존, 구글, 애플,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등이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팟빵’(Podbbang), ‘스푼’(Spoon) 등이 치열한 오디오 콘텐츠 서비스 혈전을 벌이고 있다. 지상파 3사를 포함해 13개사 연합 오디오 플랫폼인 ‘티팟’(Tpod)도 경쟁에 가세했다. 바야흐로 ‘오디오 콘텐츠’ 시장을 둘러싼 춘추전국시대이다.
‘오디오 콘텐츠’가 뜨고 있다
최근 이처럼 ‘오디오 콘텐츠’가 떠오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KB 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지난해 4월 발표한 연구 자료(‘비디오 시대에 다시 급부상하고 있는 오디오 서비스’)를 통해 오디오 서비스 시장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 중 하나로 멀티태스킹(Multytasking: 다중 작업)을 꼽았다. 또한 무선 이어폰의 대중화로 자유로운 오디오 청취가 가능해진 데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것도 빼놓을 수 없겠다.
네이버 ‘오디오 클립’ 카테고리를 살펴보면 뉴스·시사, 문화 예술, 강연, 인문·교양,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사운드 등 21개 분야로 세분화돼 있다. 라디오만 듣다가 이곳을 클릭하게 되면 신세계를 만나는 거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얼마든지 골라 들을 수 있으니까.
이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ASMR이다. 생경한 용어지만 단순 반복되는 빗소리나 바람소리처럼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소리를 의미한다. 이곳에서 ‘백색 소음’을 클릭하면 ‘2021 봄비 빗소리, 우산에서 빗소리 듣기’처럼 이채로운 별의별 소리들을 찾아 들을 수 있다. 비디오와 문자의 과잉 시대가 만든 피로 현상도 이곳을 찾게 한다. 잠시 눈을 감고 귀만 열면 되니 얼마나 편한가.
스마트폰만 있으면 개설 가능
팟캐스트, 오디오북, 음악은 모두 인간 목소리에서 비롯된다. 오디오는 인간의 감성을 자극한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는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에 실린 한 에세이에서 어느 선배 소설가의 오디오북을 듣는 느낌을 이렇게 말한다. “읽는 게 아니라 낭독하는 걸 듣고 있으면 왠지 이야기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아마 특유의 문체가 활자를 눈으로 좇을 때만큼 직접적인 힘을 발휘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오디오 콘텐츠는 비디오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3월 ‘팟빵’은 ‘오디오 매거진’이라는 새로운 구독형 유료 콘텐츠를 선보였는데 ‘월말(月末) 김어준’과 ‘조용한 생활’이 그것이다. 흔히 음향기기(전축)를 지칭하는 오디오 잡지가 아니라 시사, 철학, 건축, 영화,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오디오 콘텐츠’를 모바일 앱으로 구독하는 새로운 수익 모델이다. 눈으로 보던 웹툰이나 웹소설도 귀로 듣는 웹드라마나 웹시네마로 만들어진다. 무엇보다 오디오 플랫폼을 활용하는 ‘팟캐스트’는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로 자유롭게 채널을 개설해 라디오 DJ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그렇다면 기존의 라이프스타일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 준 오디오 콘텐츠의 미래는 어떠할까? 벌써부터 오디오북에 성우가 아닌 AI(인공지능)가 도입되고 있는 시대다. 가까운 미래에 ‘오디오 콘텐츠’가 100년 역사의 전통 미디어인 라디오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또 어떻게 무한 진화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