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랩’ 김선영·‘장동콜렉티브’ 김소진 “좋은 기획·예술가 삶 함께 고민하죠”
2021 새로운 출발 <5>
독립 큐레이터 그룹 선후배
비대면 해외 교류전 관심
‘오월 식탁’ 프로그램 확장
토론하고 소통하는 ‘과정’ 중시
2021년 01월 27일(수) 00:00
광주의 대표 독립큐레이터 그룹인 ‘오버랩’의 김선영 큐레이터(왼쪽)와 ‘장동콜렉티브’의 김소진 큐레이터.
지난 2015년 독립큐레이터 그룹 ‘오버랩(OverLab)’을 결성한 김선영(43), 박유영(32) 큐레이터는 마음에 담아왔던 꿈들을 펼칠 공간을 소망해왔다. 2년 후, 광주 월산동 단독주택을 임대해 작은 전시장과 레지던스, 사무실을 갖춘 ‘오버랩’을 오픈한 두 사람은 그해부터 신진 기획자를 키우는 ICC(Independent Curator Collaboration·독립 큐레이터 협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활발한 활동을 펼친 20대 독립큐레이터 그룹 ‘장동콜렉티브’의 김소진(26) 이하영(26)씨는 2019년 바로 ICC에 참여했고, 기획자의 꿈을 확장할 수 있었다.

최근 몇년 사이 광주에서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이는 두 그룹의 김선영·김소진씨를 만났다. 지역작가들과 의미있는 전시회를 기획하기 위해 늘 머리를 싸매고, 척박한 현실 속에서 예술가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고민하는 기획자 선후배의 따뜻한 만남이었다.

“처음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10명 중 한 명 정도만 지속적으로 활동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이 일과 생활을 함께 꾸려간다는 게 힘들다는 걸 잘 아니까요. 그런데 장동 콜렉티브를 비롯해 3명의 친구가 현장에서 기획일을 하고 있으니 참 기분이 좋습니다. 원래 오버랩은 5명 정도의 그룹을 생각했는데 미술 현장에 시각 예술 큐레이터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ICC 프로그램을 통해 동지를 찾고 싶었는데 후배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 같습니다.”

김선영 큐레이터는 “ICC를 운영하며 젊은 세대들이 고민하는 지점, 사회적 이슈와 주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들을 접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ICC는 3개월 동안 세미나를 진행한 후 기획안을 발전시켜 한달 반 동안 전시회를 진행하는 식으로 짜여지며 참여자들은 일련의 과정을 에세이로 쓰며 과정을 갈무리한다.

“저희 프로그램은 함께 공부하고 대화를 많이 합니다. 단순히 ‘미술’ 기획이 아니라, 기획에 대한 A부터 Z까지 함께 배워 나가다 보면 개인의 삶을 움직이는 데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 지도를 하거나, 가르치는 대신 질문을 많이 던지는 편입니다. 함께 답을 찾아가는 거죠. 보통 전시는 작품을 보여주고 끝내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기획자, 참여작가가 함께 주제를 끌어내 소통하고 작업을 연결시키는 그 ‘과정’들을 중요시하죠. 장동 콜렉티브의 기획들에서 그런 모습을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김선영)

조선대에서 미학미술사를 함께 공부한 장동콜렉티브 두 사람은 학부 때 ‘오버랩’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현장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선배 큐레이터 그룹’이라는 소문이 자자했고, “우리도 현장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장동콜렉티브는 프로그램 참여 후 ‘앞만 보고 걸어가는 불나비’라는 타이틀로 90년대생 또래들과 연대해 기획전을 진행했었다.

ICC출신으로는 ‘오월 오르골’을 제작했고 지난해 ‘오월전’에 큐레이터로 참여한 후 역사와 예술을 접목시키는 데 관심이 많아 대만으로 유학을 떠난 박은현씨와 산수시장에서 ‘산수싸리’를 운영하는 김민지씨의 행보도 눈에 띈다.

장동콜렉티브는 지난해 숨가쁘게 달려왔다. 광주시립미술관의 5·18 40주년 기념전 ‘별이 된 사람들’전에 최연소 참여작가로 함께 했고 ‘청년문화생태계조성사업-돛단배 프로젝트’, 텀블벅으로 기획한 ‘This is Our Green place: 분노 이후를 상상하기’전을 열었다. 또 518재단이 공모한 연대사업에도 선정돼 ‘오월’을 소재로 광주와 서울 지역 청년작가 교류전을 진행했다.

‘오버랩’은 지난해 ‘Way of Survival’전 등 비대면 전시에 대한 방향성을 모색해 보는 기획에 역점을 뒀다. 또 ICC에 참여했던 신진 큐레이터들의 네트워크를 다지고 해외 전시에서 디렉터 경험을 한 선배 큐레이터 세대들의 노하우를 듣는 워크숍 등을 진행하는 등 심화된 ICC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코로나 이후 문화예술의 생존 방식에 대해 자연스레 고민하고 예술의 위로와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을 하게됐습니다. 오버랩의 주된 기획인 국제 교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죠. 11월 비대면 전시에 대한 실험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치기도 했지만 가능성을 충분히 봤고, 올해는 더 발전된 모습의 기획을 진행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소규모 살롱문화들이 더 발전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에 맞게 지원시스템도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5·18 40주년 기념 ‘오월전’ 책임큐레이터로 참여했던 김선영 큐레이터는 올해는 오버랩 자체 기획으로 5월 관련 전시를 준비중이다. 오월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역사적 트라우마’를 주제로 한 전시를 국립아시아문화전당(4월 16일~5월23일)에서 열 계획이다.

장동콜렉티브는 한 템포 쉬어간다. 기획전을 줄이는 대신 자신들의 대표 프로그램인 ‘오월식탁’이 지향하는 오월광주의 절대 공동체의 숭고한 가치를 전시 등 다채로운 시각예술로 풀어내는 방식을 고민할 예정이다.

“장동콜렉티브는 하영이와 저의 끊임없는 대화에서 나온 이야기들에서 출발하는데, 지난해에는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을 정도로 일이 많았어요. 지금까지 마음 속에 담아왔던 기획들을 모두 소화하느라 일정을 촘촘히 짰고, 실현시키는 과정에서 힘든점도 많았구요. 그래서 잠시 충전의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마침 올해 소진 씨는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문화 경영관광 전공 과정에서, 하영씨는 전남대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하게 돼 각자의 시간을 갖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광주의 문화판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 ‘오버랩’과 ‘장동콜렉티브’의 새로운 한 해를 기대한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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