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방정식 ‘광주공항 이전’ 해법을 찾아라
2020년 11월 25일(수) 05:30
광주·전남 상생 과제 가운데 최대 난제는 광주공항의 전남 이전 문제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민선 7기 시작과 함께 이 문제의 해법 찾기에 나섰지만 2년 반 가까이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공항 이전 해법 찾기가 어려운 이유는 자치단체와 정부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광주공항은 민간공항과 함께 소음 피해의 주범인 군공항 이전까지 겹쳐 있어 해법 찾기가 더욱 어렵다. 대구와 수원의 군공항 이전 문제가 시끄러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광주공항 이전은 4차 방정식을 푸는 것과 같다. 광주시와 전남도뿐만 아니라 정부(국방부·국토교통부) 및 이전 대상지로 거론되는 무안군 등 기초 자치단체, 이들 4자가 접점을 찾아야 하는 난해한 문제인 것이다.

방정식을 풀려면 뭔가 매듭을 찾아야 하는데 현재 상황은 얽힌 실타래와 같아서 쉽지 않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당초 내년까지 광주 민간공항을 무안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했지만, 지금은 민간공항 이전부터 원점에서 논의하자는 분위기로 돌아가고 말았다.

특히 광주시는 얼마 전 시민권익위원회의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 놓고 출구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광주 시민 80%가 ‘군공항 이전 없이는 민간공항 이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여론을 근거로 군공항과 민간공항 연계 이전이란 카드를 전남도에 들이밀 태세다.

하지만 전남도는 민간공항만 받겠다며 군공항 이전 후보지로 거론되는 시군을 설득할 의사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해당 시군도 군공항을 받지 않겠다는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요즘 정치권은 물론 영남권을 들쑤시고 있는 동남권신공항 문제에서 광주공항 이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동남권신공항 문제는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동남권신공항 부지로 김해신공항 대신 부산 가덕도를 선택하면서 핫이슈가 되고 있다. 김해 신공항을 지지했던 대구·경북 주민들은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일부 야권에서는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를 갈라치기 하는 ‘공항 정치’라며 비난하고 있다.



동남권신공항은 전액 국비

어찌 됐든 가덕도 신공항 조성비는 전액 국비로 조달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은 특별법을 만들어 가덕도 신공항 조성을 지원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광주와 대구도 통합 신공항을 만들기 위해 특별법을 만들자고 야당에 제안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런 취지로 발언한 것을 보면, 영남권 신공항과 함께 서남권 신공항(무안) 등 권역별 거점 공항에 정부가 제도적 장치 마련을 통해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광주의 경우 지금까지는 공항 이전 비용을 광주공항 부지 개발비로 충당하는 ‘기부대 양여 방식’이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제안은 자치단체 입장에선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는 진일보한 방안으로 여겨진다.

엊그제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제시한 광주공항 해법도 눈길을 끈다. 강 전 수석은 그제 유튜브로 가진 온라인 토론회에서 광주 민간공항과 군 공항을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 통합해 무안을 ‘공항 복합도시’로 조성함으로써 서남권 거점 공항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광주시가 완충 부지를 무안군에 제공해 1000만 평 규모로 공항 복합도시를 전남도와 공동 개발하자는 것이다.



정치권의 신선한 제안도 눈길

또한 소음 피해 최소화를 위해 국방부 계획에 비해 군공항 부지는 30% 줄이고 완충지대는 일곱 배 넓히자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4차 방정식의 당사자들이 조금씩 양보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빅딜 방법이라는 것이다. 강 수석은 공항 명칭도 김대중 국제공항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공항 이전 문제의 ‘아킬레스 건’이었던 군공항 이전 후보지로 무안을 용감하게(?) 거론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 같은 방안을 놓고 일부에선 광주시장 선거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일단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반갑다. 또한 잘만하면 답보 상태에 놓인 광주공항 이전 문제의 해법을 찾는 데 마중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동남권신공항이 불을 지핀 정치권의 분주한 움직임과 지역 유력 정치인의 해법 제시가 광주공항 이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제 광주 시장과 전남 도지사가 화답해야 할 시점이다.

/장 필 수 제2사회부장 bung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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