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와 전남 곳곳에서 고형연료폐기물(SRF)발전소, 폐기물매립장,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등 이른바 ‘환경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마찰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인구밀집지역을 피해 도시 인접지역이나 전남도내 농촌으로 기피시설을 이전하거나 인구 감소, 고령화 등으로 경제력이 감소하는 농촌을 대상으로 해 신재생에너지시설을 과도하게 설치한 것이 그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들 시설 설치에 있어서 사전 주민협의, 사전 환경영향평가 공개 등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관련기사 3면>

지난 16일 오전 11시 광주시청 앞 도로에서는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주민들이 도로 한편을 차지하고 차량 시위를 벌였다. 코로나 19 사태로 차량 시위 방식을 택한 주민들은 언론에 배포한 성명에서 “광주 쓰레기(연료)를 나주에 들이지 말라”고 강조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지난 2017년 혁신도시에 건립한 SRF 열병합발전소에 광주 생활폐기물로 만든 고형연료를 보내지 말라는 요구다.

광주 SRF를 혁신도시 SRF발전소에 반입하는 문제는 ‘2013년 난방공사의 요청에 따라 나주시가 동의했다’는 사실이 2018년 법원의 결정에 따라 확인된 바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난방공사와 나주시의 합의일 뿐 주민 동의는 없었다”며 “발생지 처리 원칙이라는 대원칙에 따라 광주 쓰레기는 광주에서 처리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나주 SRF발전소 가동 문제는 지역 내 환경 영향성·주민 안전성 문제를 넘어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건드리면서 광주와 전남의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보성 벌교에서는 산지 채석장에 폐기물매립장을 설치하는 움직임이 최근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산에다 폐기물매립장을 짓는 경우에 어디에 있느냐, 오염 침출수가 마을로 내려와 피해를 주는 게 불 보듯 하다”며 대책위를 꾸리고 반대 서명 운동에 돌입했다. 순천에서는 소각장과 매립장, 재활용센터를 한데 모은 시설의 최종 입지를 정하는 문제를 놓고 지역사회가 갈라졌다.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풍력·태양광 발전소 건립 추진 과정에서도 전남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여수에서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거문도 해상에 8MW급 해상 풍력발전기 36기를 설치하는 내용의 풍력발전사업을 허가하자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면서 생겨나는 소음과 진동 등으로 어장이 황폐화되고, 이로 인한 어민 수입 감소, 선박 충돌 사고 가능성 등 부작용을 어민에게 떠넘긴다며 주민들은 발전소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해남에서는 한국남동발전 등이 참여한 특수목적법인인 해남희망에너지(주)가 문내면 간척지에 400MW급 태양광·풍력 발전시설 구축에 나서면서 인근 농민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민선 7기 전남도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신안 해상 8.2GW급 풍력발전단지 건립을 둘러싸고도 극심한 어민 반발로 한때 사업 좌초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전남도와 신안군이 ‘일자리 나눔’, ‘이익 공유’ ‘어민 피해 최소화’ 방침 아래 설득에 나섰고 어민들이 응하면서 얽혀있던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했다.

광주·전남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관련해 제기된 민원은 최근 5년간 395건에 이른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주환(국민의힘·부산 연제구)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관련 민원은 광주는 3건, 전남은 392건이다. 광주는 모두 태양광 사업 관련이며, 전남은 태양광 306건, 풍력 81건, 수력·바이오매스 등 기타 5건이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