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에필로그 :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광주, 브랜드 가치를 높여라
세계 도시간 교류…지속가능한 발전 지향
예술 관광과 연계 시너지 극대화 노력
인재 양성·지역 문화기관들과 협업도
내년 개관 예정 ‘AMT센터’ 역할 중요
2020년 11월 20일(금) 10:00
광주가 ‘유네스코 창의도시’를 통해 명실상부한 미디어아트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내년 개관 예정인 AMT(Art ·Media Techonology)센터를 중심으로 중장기 비전과 로드맵을 짜는 지혜가 필요하다.
‘도시의 가치가 도시를 브랜딩하다’

지난달 27일 인천광역시 주최로 열린 ‘2020 인천세계도시브랜드포럼’. 온라인회의와 유튜브로 행사가 송출되자마자 실시간 댓글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국내외 브랜드, 문화, 관광 전문가들의 집단지성을 통한 창조적인 발상과 포스트코로나 시대 도시브랜딩의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답게 인천의 도시브랜드 세계화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사전 등록자 560명을 비롯해 전국에서 수천 여명이 동시 접속하는 등 도시브랜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흔히 브랜드 하면 기업의 제품이나 인물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이젠 도시도 브랜드로 통하는 세상이다. ‘유럽 문화수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예술의 도시’ 등 세계의 도시들은 저마다 화려한 타이틀을 앞세워 도시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이탈리아 파브리아노에서 개최된 ‘2019 유네스코 창의도시 연례회의’ 모습. <광주문화재단 제공>
그중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가 바로 ‘유네스코 창의도시’다. 매년 문학, 공예, 디자인, 영화, 음식, 미디어아트, 음악 등 7개 분야로 나눠 선정하는 유네스코 창의도시는 전 세계의 도시들이 앞다투어 러브콜을 보낼 만큼 치열하다. 도시의 이미지가 곧 도시의 브랜드이자 국가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광주는 남들이 부러워 할만한 근사한 타이틀을 여러 개 지니고 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동아시아문화도시, 여기에 지난 2014년 선정된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까지 국내외에서 통하는 ‘메이저 브랜드’가 얼추 3개나 된다. 그렇다면 과연 광주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도시라고 자부할 수 있을까.

‘도시브랜드…’ 시리즈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된 국내 도시들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어떤 비전과 목표, 사업들을 ‘지속적으로’으로 추진하고 있는지 직접 취재해 그 결과를 기사화 했다. 당초 기획은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등 해외 도시들의 성공사례까지 다루려고 했지만 코로나19여파로 부득이 국내 6개 도시만 둘러봤다.

통영국제음악제의 무대인 통영국제음악당 전경 ⓒ통영국제음악당
프롤로그에서는 광주는 왜 유네스코 미디어아트창의도시를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첫번째 방문지는 ‘한국의 비엔나’로 불리는 음악창의도시 경남 통영이었다. 통영시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네트워크(Unesco Creative Cites Network·UCCN)에 가입 후 글로벌 도시로서의 격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2014년 통영시는 뮌헨 출신의 첼리스트로 국제 무대에서 활동한 플로리안 리임에게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추진 프로젝트의 총괄 디렉터를 맡긴 후 문화와 관광을 연계한 로드맵을 설계해 명실상부한 음악의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두번째로 찾은 곳은 음식창의도시 전북 전주였다. 국내 최초로 2012년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Unesco City of Gastronomy)로 지정된 전주시는 유네스코 산하 음식 창의도시와의 교류와 협업, 이를 통한 도시 브랜드 제고를 위해 이듬해 한국전통문화전당을 건립했다. 또한 전주시는 유네스코에 가입한 이후 창의성을 도시발전의 동력으로 구현하기 위한 ‘한식의 세계화’와 같은 차별화된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뭐니뭐니해도 UCCN의 가장 큰 결실은 관광과의 시너지 효과다. 전주시는 올해 초 문화관광부로 부터 국제관광거점도시로 선정돼 ‘세계속의 전주’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지속가능한 문화·관광도시를 목표로 ‘전주다운’ 한옥마을을 가꾸고 대한민국 1호 관광트램 도입, 500만 명이 머무는 관광지 등 장기적인 비전도 세웠다.

유네스코 영화창의도시 부산의 거점 공간인 영화의전당 전경 ⓒ부산영화의전당
세번째는 영화의 도시 부산이다. 지난 2014년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한 부산시는 당시 유네스코 창의도시 가입을 두고 일각에선 이례적인 일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했다. 이미 국제 영화계에서 ‘아시아의 칸’으로 통하는 부산으로서는 굳이 ‘유네스코’라는 타이틀이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였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영화도시의 미래를 위해선 UCCN 회원도시간의 경험 공유와 상호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유네스코의 문을 두드렸다.

부산시가 준비기간 1년 만에 창의도시로 선정된 데에는 부산국제영화제, 부산독립영화제 등 탄탄한 인프라가 큰 몫을 했다. 특히 교육은 부산시가 UCCN 가입이후 공들여 온 분야이다. 유네스코 영화 창의도시 부산의 비전은 ‘모두를 위한 영화’(Film For All). 즉,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영화 관련 교육이나 생산, 소비, 향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디자인발신지로 떠오른 서울 DDP의 시민라운지 ⓒ박영채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디자인 창의도시 서울이다. 지난 2010년 서울시는 디자인 분야에선 국내 최초이자 외국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 베를린, 몬트리올, 나고야, 고베, 선전, 상하이에 이어 세계 8번째로 유네스코 창의도시에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거뒀다. 서울시는 유네스코 디자인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한 이후 공공시설과 사업, 국내외 홍보물 등에 유네스코 명칭과 로고를 적극 활용했다. 당시 서울시는 디자인 창의도시 지정으로 33위인 서울의 도시 브랜드 가치가 5년 이내에 20위권대로 진입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디자인산업 시장의 경우 10년 안에 6조원대에서 10조원대로 확대하고 이를 발판으로 5년간 2만 5000여 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네스코 창의도시라는 명칭은 문학·음악·공예·디자인·영화·미디어아트·음식 등 7개 분야에서 뛰어난 창의성을 동력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도시에 부여된다. 현재 80개국 246개 도시가 가입된 유네스코 창의도시 협력체(UCCN)에는 광주(미디어아트)를 비롯해 서울(디자인), 부천(문학), 부산(영화) 등 국내 10개 도시가 소속돼 있다. 유네스코 창의도시가 되면 해당 분야의 도시 간 교류는 물론 UCCN의 네트워킹을 매개로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국제 무대에서 통하는 ‘유네스코’라는 로고는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부가가치가 높은 자산이다. ‘유럽문화수도’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세계적인 문화도시가 된 영국 리버풀처럼 창의도시로 지정되면 문화도시는 물론 관광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

올해는 광주가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지정된 지 6주년이 되는 해다. 광주시는 국내 유일의 미디어아트 도시라는 영예를 거머쥔 이후 광주문화재단 미디어사업단을 주축으로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핵심 시설인 에이엠티(AMT:Art and Media Technology)착공, 홀로그램 극장 오픈, 유네스코 창의벨트 추진 등 인프라 조성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그럼에도 광주의 미디어아트 창의도시에서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 ‘예술’에만 치우쳐 ‘산업’과의 연계성이 떨어지고 창의도시의 성패가 달린 인재 양성과 지역 문화기관들의 협업도 미흡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우선 이벤트 위주의 미디아어트페스티벌이 올해부터 명칭에 걸맞은 축제방식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는 데다 지난달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석한 ‘2020 유네스코 미디어아트창의도시 정책포럼’(정책포럼)를 통해 창의도시 광주의 미래를 논의했기 때문이다.

강신겸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열린 정책포럼에서 ‘미디어아트와 연계한 광주의 예술관광 추진전략’ 발제를 통해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와 예술관광의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다. 특히 지난 2012년 창설된 미디어아트페스티벌은 예술관광 콘텐츠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대미술 축제인 광주비엔날레와 동시대성을 핵심가치로 내건 ACC의 콘텐츠와 연계될 경우 다른 곳에서도 경험하기 힘든 차별화된 관광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 아무리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일 터. 이제부터라도 유네스코 창의도시의 가시적인 효과를 겨냥한 비전과 로드맵을 촘촘히 짜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내년 개관 예정인 AMT의 위상과 역할이 중요한 건 그 때문이다. <끝>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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