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평화프로세스 공감…북핵접근은 원칙 견지
한반도 정세 어떻게 바뀔까
2020년 11월 08일(일) 19:05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013년 12월 7일 부통령 당시 판문점 인근 올렛초소(GP)를 방문, JSA경비대대 소대장으로부터 비무장지대(DMZ) 경계태세에 대해 브리핑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동력 확보를 위해 바이든 후보 측과의 소통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특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이행 과정·방식에선 일부 조정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만큼 대북 정책을 포함, 미국의 외교 정책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동시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 증폭되는 미중 갈등 등 양국 간 현안에 대한 재점검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목표로 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을 이어가며 양측의 긴밀한 협의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5일 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외교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노력에 공백이 없도록 미국과 협력하고, 남북관계 진전 및 평화 정착에 역량을 집중해 나가기로 했다. 바이든 후보 역시 지난달 29일 연합뉴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비핵화한 북한과 통일된 한반도를 향해 계속 나아갈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공감하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다만 향후 추진 과정은 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사뭇 다를 전망이다. 2018년부터 2019년 초까지 이어진 ‘한반도 평화의 봄’은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 등 남북미 정상의 ‘톱다운’ 방식으로 추동력을 확보해 왔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는 대선 기간 “원칙에 입각한 외교”를 강조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만남이 북한에 정당성만을 부여했다고 비판했다.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보텀업’, 즉 실무협상부터 단계를 밟아가는 대북정책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정교한 ‘대북 로드맵’이 나오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으로도 연결된다.임기를 1년 반 남겨 놓은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다급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시간표에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북한이 새로운 미국 행정부와 대화하도록 하는 ‘중재자 역할’에 다시 시동을 걸 가능성 역시 점쳐진다. 이 과정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북미대화 촉진’이라는 선순환 구상을 설득할 수도 있다. 특히 지난 9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밝힌 종전선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남북 방역협력 등 구체적인 한반도 평화 어젠다에 대한 공감의 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후보가 북한의 핵능력 축소 동의를 조건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톱다운’ 방식을 병행하는 노력을 이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후 줄곧 트럼프 행정부와 호흡을 맞춰온 만큼 새 행정부와 인적 접촉면은 좁지만, 향후 정부 간 채널이 가동되면 한미동맹 유지·발전을 위한 행보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 현안인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우선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방위비 분담금의 5배 인상을 요구했다가 한국 측의 요구로 증액 폭을 50%로 낮추긴 했으나 이견은 여전하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우리의 군대를 철수하겠다는 무모한 협박으로 한국을 갈취하기보다는 동아시아와 그 이상의 지역에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동맹을 강화하면서 한국과 함께 설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유연성을 발휘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오광록 기자 kroh@·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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