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남편, 외국인과 두 차례 결혼 전력 이유로...
“베트남 국적의 부인 장기체류 자격 불허는 위법”
2020년 08월 04일(화) 00:00
한국인 남편의 이혼 경력을 이유로 베트남 국적인 부인이 국내에 장기 체류할 수 있는 자격을 허가해주지 않은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내부 사무처리기준만을 근거로 혼인한 가족이 함께 살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게 재판부 판단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행정 2부(부장판사 이기리)는 베트남 국적의 외국인 여성 A씨가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를 상대로 제기한 ‘체류자격변경 불허처분 취소’ 소송에서 “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체류자격변경 불허처분을 취소하라”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지난 2017년 8월 한국인 남편과 혼인신고를 한 뒤 기존 방문동거(F-1)로 체류해온 자격을 결혼이민(F-6)으로 변경해달라고 출입국사무소에 신청했다가 ‘한국인 남편이 최근 5년 이내 다른 배우자를 초청한 사실이 있다’는 이유로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출입국사무소는 ‘초청인이 사증신청일로부터 과거 5년 이내 다른 외국인을 결혼 동거목적으로 초청한 사실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사증 발급을 불허한다’는 내부 사무처리기준 등을 근거로 A씨의 체류자격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 남편은 A씨 이외 두 차례의 외국인 여성과 결혼했던 전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및 내부사무처리기준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A씨 신청을 불허한 것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거나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혼인의 진정성 및 정상적 결혼 생활의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배우자가 과거 5년 이내 다른 외국인을 결혼동거 목적으로 초청한 사실이 있다는 점만으로 일률적으로 체류자격 변경을 불허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A씨는 혼인한 남편과 함께 살고 있으며 부부동반 모임에 참석하고 남편의 병간호를 하는 등 진정한 혼인 관계에 있다는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A씨 남편은 헌법이 보장하는 가족이 함께 살 권리도 침해받게 됐다”며 “출입국사무소의 처분은 재량권의 한계를 넘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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