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개미 운동’에 대한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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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주가 변동이 심해진 요즘 어디를 가나 ‘주식 투자’가 화제다. 직장인은 물론 주부 그리고 2030 청년들까지도 주식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난생 처음 증권 계좌를 개설했다는 20대가 있는가 하면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해 주식을 샀다는 가장도 있다.
이런 주식 열풍을 반영해 ‘동학 개미 운동’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코로나19 폭락 장세 속에서 개인 투자자(‘개미’)들이 외국인의 매도세에 맞서 대거 매수함으로써 지수 반등을 이끈 것을, 1894년 동학 농민군이 외세인 일본군에 맞서 싸운 것에 빗댄 것이다. 개미들은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 20일 이후 3개월 동안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24조2000억 원을 사들여 외국인과 기관이 팔아 치운 주식을 대부분 받아 냈다. 1500선을 깨고 내려갔던 코스피지수는 개미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한 달 만에 1900선까지 치고 올라왔다.
개미들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는 원인은 무엇보다도 저금리·저성장 시대가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인 0.75%에 머물고 있다. 사실상 제로 금리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0.75~0.9%로, 0%대 시대가 시작됐다. 저축은행 예금금리도 2% 초반에 머물고 있다.
투자 원칙 철저히 지켜야
그렇다고 부동산으로 돈이 흘러가기도 힘든 상황이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억제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광주 지역도 대규모 물량 공급을 앞두고 있어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4·15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둔 것도 부동산 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해 시중 유동자금이 부동산에서 증시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가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로 증시 주변 자금은 142조 원 규모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3개월 만에 24%인 27조 원이 불었다. 이 가운데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 놓았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투자자예탁금만 45조 원으로, 같은 기간 61%나 급증했다. 언제든지 실제 주식 투자로 이어질 부동자금이 풍부하다는 얘기다.
1997년 IMF 구제금융 때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폭락했던 주가가 얼마 지나지 않아 회복됐다는 학습효과도 개미들을 주식시장으로 불러들이는 요인이다. 그러나 두 번의 폭락장에서는 개미들이 뒤늦게 추격 매수에 나섰다가 외국인과 기관에게 완패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동학 개미 운동이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금까지는 우려의 시선보다 긍정적인 전망이 많다. 이전과 달리 개미들이 테마주보다는 우량주 중심으로 매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개미들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 LG화학, 카카오, 셀트리온 등으로 대다수가 시장 대표주이다.
하지만 요즘 빚을 내 투자하는 개미들도 늘고 있어 우려스럽다. 최근 2주 사이 증권사의 신용 융자가 1조 원이나 늘었다. 개미들이 사는 종목도 대형 우량주보다 변동성이 큰 바이오 종목 등 고수익을 노린 단타 매매가 증가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개미들에게 불리한 전쟁터다.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정보의 한계, 자금력 부족, 공매도 등 매매 기법의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나름의 원칙을 세우고 철저하게 지키지 않으면 필패할 수밖에 없다.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개미들의 주식 투자는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인지 모른다. 그렇지만 ‘빚을 내 투자하지 않는다’ ‘우량주에 장기 투자한다’ 등 주식시장의 금언을 지키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개미들 주식시장에 몰리다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주식시장을 주인과 개에 비유했다. 산책 나온 개(주가)는 주인(기업)을 앞서가거나 혹은 뒤처지기도 하지만 결국은 주인을 따라 간다는 것이다. 이처럼 결국 주가는 기업의 실적에 수렴한다. 우량주를 골랐다는 전제하에서 동학 개미 운동에 참여한 개인들의 투자 타이밍은 적절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개가 주인을 앞서가는 매도 시점(고평가)을 잘 잡아야만 한다.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 다시 점검할 시점이다.
/bungy@kwangju.co.kr
이런 주식 열풍을 반영해 ‘동학 개미 운동’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코로나19 폭락 장세 속에서 개인 투자자(‘개미’)들이 외국인의 매도세에 맞서 대거 매수함으로써 지수 반등을 이끈 것을, 1894년 동학 농민군이 외세인 일본군에 맞서 싸운 것에 빗댄 것이다. 개미들은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 20일 이후 3개월 동안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24조2000억 원을 사들여 외국인과 기관이 팔아 치운 주식을 대부분 받아 냈다. 1500선을 깨고 내려갔던 코스피지수는 개미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한 달 만에 1900선까지 치고 올라왔다.
그렇다고 부동산으로 돈이 흘러가기도 힘든 상황이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억제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광주 지역도 대규모 물량 공급을 앞두고 있어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4·15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둔 것도 부동산 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해 시중 유동자금이 부동산에서 증시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가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로 증시 주변 자금은 142조 원 규모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3개월 만에 24%인 27조 원이 불었다. 이 가운데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 놓았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투자자예탁금만 45조 원으로, 같은 기간 61%나 급증했다. 언제든지 실제 주식 투자로 이어질 부동자금이 풍부하다는 얘기다.
1997년 IMF 구제금융 때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폭락했던 주가가 얼마 지나지 않아 회복됐다는 학습효과도 개미들을 주식시장으로 불러들이는 요인이다. 그러나 두 번의 폭락장에서는 개미들이 뒤늦게 추격 매수에 나섰다가 외국인과 기관에게 완패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동학 개미 운동이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금까지는 우려의 시선보다 긍정적인 전망이 많다. 이전과 달리 개미들이 테마주보다는 우량주 중심으로 매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개미들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 LG화학, 카카오, 셀트리온 등으로 대다수가 시장 대표주이다.
하지만 요즘 빚을 내 투자하는 개미들도 늘고 있어 우려스럽다. 최근 2주 사이 증권사의 신용 융자가 1조 원이나 늘었다. 개미들이 사는 종목도 대형 우량주보다 변동성이 큰 바이오 종목 등 고수익을 노린 단타 매매가 증가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개미들에게 불리한 전쟁터다.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정보의 한계, 자금력 부족, 공매도 등 매매 기법의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나름의 원칙을 세우고 철저하게 지키지 않으면 필패할 수밖에 없다.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개미들의 주식 투자는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인지 모른다. 그렇지만 ‘빚을 내 투자하지 않는다’ ‘우량주에 장기 투자한다’ 등 주식시장의 금언을 지키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개미들 주식시장에 몰리다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주식시장을 주인과 개에 비유했다. 산책 나온 개(주가)는 주인(기업)을 앞서가거나 혹은 뒤처지기도 하지만 결국은 주인을 따라 간다는 것이다. 이처럼 결국 주가는 기업의 실적에 수렴한다. 우량주를 골랐다는 전제하에서 동학 개미 운동에 참여한 개인들의 투자 타이밍은 적절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개가 주인을 앞서가는 매도 시점(고평가)을 잘 잡아야만 한다.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 다시 점검할 시점이다.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