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기적의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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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을 보면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운동하는, 어린 선수들의 눈망울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바로 광주 효동초, 조대여중, 조대여고 선수들. … 그런 만큼 광주도시공사 핸드볼 팀에게 시민의 이름으로 요구한다. 쉽게 지지 마라, 만만한 팀이 되지 마라. 우승보다 값진 1승을 위해.”
작년 6월 12일자 ‘우승보다 값진 1승을 위하여’라는 칼럼이다. 단 1승 올리기도 버거웠던 ‘만년 꼴찌 팀’이 올 시즌 SK핸드볼코리아 리그에서 ‘작은 기적’을 일궈 냈다. 지난 2010년 팀 창단 이래 작년 시즌까지 9년 동안 12승에 그친 팀이 올시즌 무려 4승을 올린 것이다. 3무까지 합하면 무려 일곱 차례나 지지 않았다. 코로나19가 대회를 반토막 내지 않았다면 더 많은 승수를 쌓았을 것이다. ‘꼴찌의 반란’을 지켜보는 팬들에게는 더없이 아쉬운 대목이다. 애잔한 꼴찌의 몸부림은 우리 대부분이 ‘루저’로 살기 때문에 늘 코끝을 찡하게 자극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광주도시공사 핸드볼 팀은 이제 쉽게 이길 수 없는 팀이 됐다. 패배의식에 절었던 루저가 아니다. 지난 1월 5일 마산에서 열린 SK슈가글라이더와 경기가 가장 드라마틱했다. 후반 10분께 16-24, 8점 차로 스코어가 벌어졌다. 예전 같으면 해 보나 마나 진 게임이다. 하지만 후반 29분 32초에 32-31로 경기를 뒤집었다. 아쉽게 경기 종료 전 20여 초를 버티지 못해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무서운 뒷심이었다. 더구나 SK는 매년 우승 후보로 꼽히는 팀이다. 올 시즌 우승 트로피도 차지했다. 오세일 감독은 이 경기 후 선수들에게 놀림을 당하고도 울컥했다고 한다. “선생님, 우리가 포기한 줄 알았죠?” 선수들은 감독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광주도시공사 미생(未生)들은 놀라운 팀워크로 스스로 스타플레이어를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주포 강경민을 시즌 득점왕(123골)과 MVP, 포지션별 올스타(센터백)에 올려 놓았다. 김금순은 여자핸드볼 국가대표로 밀어 올렸다. 득점왕, MVP, 국가대표 배출은 팀 창단 이래 처음이다. 핸드볼코리아 리그 사상 비우승 팀에서 MVP가 나온 것도 강경민이 처음이다. 동료의 희생이 없었다면 강경민은 홀로 돋보일 수 없거니와 득점왕도 차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슛 찬스에 볼을 건네주는 한편 험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동료들의 희생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핸드볼은 손흥민처럼 홀로 적진으로 치고 들어가 몇 골을 넣으면 승부가 갈리는 경기가 아니다.
이들의 변신에는 절박함과 간절함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 오 감독은 지난 2014년 난징 유스올림픽에서 여자 핸드볼 청소년대표 팀을 우승으로 이끈 감독이다. 그는 사실상 1년 계약 근무 조건으로 광주를 택했다. 그것도 대책 없는 만년 꼴찌 팀 감독이었다. 지난해 광주에 온 진의를 캐묻는 기자에게 그는 “그냥 왔다 가려고 서울에서 광주까지 온 것 아닙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뭔가 보여 주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그는 팀에 처음으로 트레이너를 영입해 선수 컨디션을 관리했고 체계적 훈련 방식을 이식했다. 선수들은 스스로 훈련하는 법이 몸에 익었다고 한다. 오 감독은 선수들에게 ‘웃자’ ‘늘 즐겁게 하자’는 두 가지 주문만 했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주포 강경민은 지난 시즌 팀을 박차고 나간 임의탈퇴 선수였다. 이후 서울에서 8개월 동안 수영 코치로 일하고 있었다. 오 감독은 삼고초려 끝에 ‘핸드볼을 접었다’는 강경민을 코트로 돌려세웠다. 노장 소리를 듣는 송해림(35)도 불러들였다. 일본 여자핸드볼 실업리그 소속 히로시마 메이플레즈에서 뛰었던 화려한 선수 생활은 이미 흘러간 송해림의 과거일 뿐이었다. 하지만 오 감독은 기어코 그에게 광주도시공사 유니폼을 입혔다. 맏언니인 그는 코트에서 오합지졸이던 팀의 리더가 됐다. 이들의 간절함에다 올 시즌까지 망치면 또다시 팀 해체가 거론돼 실직 공포에 놓일 수밖에 없는 선수들의 절박함이 더해졌다. 구단주인 광주도시공사로부터 위기에 빠진 팀의 관리를 위탁받은 광주시체육회와 광주시핸드볼협회도 동병상련의 심경이었을 것이다. 결국 이들의 간절함은 화려하진 않으나 결코 가볍게 여길 수는 없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냈다.
광주도시공사 핸드볼 팀을 지켜보면서 ‘흙수저 구단’ 레스터시티의 기적을 떠올려 본다. 레스터시티는 지난 2016년 창단 132년 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정상에 오르는 기적을 일궈 냈다. EPL 광팬들에게도 ‘듣보잡’이던 이 팀은 최근 20여 년 동안 리그 정상을 독차지 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아스널, 맨체스터 시티 등 ‘빅4’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광주 시민은 광주도시공사 핸드볼 팀이 레스터시티처럼 흙수저나 루저들에게 희망을 주는, 결코 ‘잊히지 않는’ 팀이 되어 주길 바라고 있다.
작년 6월 12일자 ‘우승보다 값진 1승을 위하여’라는 칼럼이다. 단 1승 올리기도 버거웠던 ‘만년 꼴찌 팀’이 올 시즌 SK핸드볼코리아 리그에서 ‘작은 기적’을 일궈 냈다. 지난 2010년 팀 창단 이래 작년 시즌까지 9년 동안 12승에 그친 팀이 올시즌 무려 4승을 올린 것이다. 3무까지 합하면 무려 일곱 차례나 지지 않았다. 코로나19가 대회를 반토막 내지 않았다면 더 많은 승수를 쌓았을 것이다. ‘꼴찌의 반란’을 지켜보는 팬들에게는 더없이 아쉬운 대목이다. 애잔한 꼴찌의 몸부림은 우리 대부분이 ‘루저’로 살기 때문에 늘 코끝을 찡하게 자극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들의 변신에는 절박함과 간절함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 오 감독은 지난 2014년 난징 유스올림픽에서 여자 핸드볼 청소년대표 팀을 우승으로 이끈 감독이다. 그는 사실상 1년 계약 근무 조건으로 광주를 택했다. 그것도 대책 없는 만년 꼴찌 팀 감독이었다. 지난해 광주에 온 진의를 캐묻는 기자에게 그는 “그냥 왔다 가려고 서울에서 광주까지 온 것 아닙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뭔가 보여 주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그는 팀에 처음으로 트레이너를 영입해 선수 컨디션을 관리했고 체계적 훈련 방식을 이식했다. 선수들은 스스로 훈련하는 법이 몸에 익었다고 한다. 오 감독은 선수들에게 ‘웃자’ ‘늘 즐겁게 하자’는 두 가지 주문만 했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주포 강경민은 지난 시즌 팀을 박차고 나간 임의탈퇴 선수였다. 이후 서울에서 8개월 동안 수영 코치로 일하고 있었다. 오 감독은 삼고초려 끝에 ‘핸드볼을 접었다’는 강경민을 코트로 돌려세웠다. 노장 소리를 듣는 송해림(35)도 불러들였다. 일본 여자핸드볼 실업리그 소속 히로시마 메이플레즈에서 뛰었던 화려한 선수 생활은 이미 흘러간 송해림의 과거일 뿐이었다. 하지만 오 감독은 기어코 그에게 광주도시공사 유니폼을 입혔다. 맏언니인 그는 코트에서 오합지졸이던 팀의 리더가 됐다. 이들의 간절함에다 올 시즌까지 망치면 또다시 팀 해체가 거론돼 실직 공포에 놓일 수밖에 없는 선수들의 절박함이 더해졌다. 구단주인 광주도시공사로부터 위기에 빠진 팀의 관리를 위탁받은 광주시체육회와 광주시핸드볼협회도 동병상련의 심경이었을 것이다. 결국 이들의 간절함은 화려하진 않으나 결코 가볍게 여길 수는 없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냈다.
광주도시공사 핸드볼 팀을 지켜보면서 ‘흙수저 구단’ 레스터시티의 기적을 떠올려 본다. 레스터시티는 지난 2016년 창단 132년 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정상에 오르는 기적을 일궈 냈다. EPL 광팬들에게도 ‘듣보잡’이던 이 팀은 최근 20여 년 동안 리그 정상을 독차지 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아스널, 맨체스터 시티 등 ‘빅4’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광주 시민은 광주도시공사 핸드볼 팀이 레스터시티처럼 흙수저나 루저들에게 희망을 주는, 결코 ‘잊히지 않는’ 팀이 되어 주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