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호남의 선택
진보 세력 집권 가능할까
총선과 대선의 함수 관계
2020년 03월 04일(수) 00:00
2024년까지 4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국회의원을 뽑는 4·15총선이 42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당내 경선과 막바지 공천 작업이 한창이고,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 등 야권도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광주·전남에서도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마무리되고 ‘민생당’ 등 호남에 기반을 둔 야권도 총선 채비에 돌입하면서 여야 간 치열한 본선 경쟁이 예고돼 있다.

이미 20번이나 치러진 총선이지만, 이번 21대 총선은 대선을 한참 앞두고 치러진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예전과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우선, 19대 총선(2012. 4.11)은 18대 대선(2012. 12. 19)을 불과 8개월 앞두고 치러졌으며, 20대 총선(2016. 4.13)도 19대 대선(2017. 3.15)을 11개월 앞두고 치러졌다. 총선 때 구축된 여야 정치 지형도가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하지만 20대 대선(2022. 3. 9)은 21대 총선(2020. 4.15)이 끝난 뒤 23개월이 지나서야 치러진다. 총선과 대선 사이의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진 것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 부분이 이번 총선에서 호남 지역민의 ‘전략적 선택’을 가능케 하는 지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 예상하는 전략적 선택은 크게 두 가지다. 가장 가능성 높은 선택은 “호남 정치의 복원과 진보 세력의 집권 연장, 그리고 호남 인재의 대권 도전을 굳히기 위해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에 올인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번 총선을 ‘대선 전초전’으로 보는 집권 여당 민주당이 기대하는 시나리오긴 하지만, 일부 부정적인 측면도 거론된다. 호남 선거구 28석을 민주당 후보들이 석권할 경우 향후 정국이 ‘호남 대 비호남 프레임’으로 짜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전국 정당을 지향하는 민주당으로선 내심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로 호남에선 지난 16대 총선부터 19대 총선까지 ‘호남 제1당’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25석씩을 차지했다. 20대 총선에서도 호남 제1당을 차지한 국민의당이 전체 28석 중 23석을 확보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번 21대 총선 역시 호남 제1당이 압도적인 의석수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비 민주당 세력이 호남 지역에서 조금이나마 교두보를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호남의 또 다른 전략적 선택인 셈이다. 대선까지는 아직 2년 정도의 시간이 남은 만큼 이번 총선에서 일단 민주당 이외의 세력에게 기회를 줌으로써 호남 정치의 외연을 먼저 확대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호남에 기반을 둔 민주평화당-대안신당-바른미래당의 통합체 ‘민생당’이 고대하는 시나리오다. ‘호남 정치와 민주당 집권 연장을 위해선 정국 구조가 호남 대 비호남으로 고착화해선 안 된다’는 기대 섞인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가 보여 주는 것처럼 오는 4월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의 광주·전남 지역구 압승이 현실화할 경우, 18개 지역구 중 최소 15개 지역구가 초선 현역으로 채워지게 되고, 이는 국회 내에서 호남정치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더해지고 있다.

지금 정국은 그동안 분열을 거듭해 왔던 보수 세력이 미래통합당의 기치 아래 힘을 집결하는 모양새다. 반면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외교와 경제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 이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또 각종 여론조사 결과 광주·전남에선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대다수 보수의 텃밭에선 상대적으로 밀리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 같은 변수들이 종합적으로 반영될 이번 4월 총선은 향후 대선에서 민주·진보 세력의 집권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모두가 인정하는 것처럼, 호남은 주요 선거 때마다 절묘한 전략적 선택을 구사함으로서 국내 정치 판도의 변화를 견인하고, 독재 세력의 집권을 견제하며, 진보와 보수의 균형을 맞추는 핵심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광주·전남의 전략적 선택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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