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 기업 보해를 지켜 냅시다”
최 재 호
편집부국장·경제부장
편집부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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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장기화, 김영란법, 주 52시간 근무제 등 사회 변화에 따른 소비 패턴 변화로 업계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 가운데 소비 위축이 이어지고, 독주나 폭탄주 대신 가볍게 즐기는 음주 문화의 확산, ‘혼술’로 대표되는 음주 트렌드 변화에 따라 주류 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69년 이어 온 지역 기업 보해양조는 파고를 넘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해는 지난 2017년 임직원 임금 일부 반납과 그해 80명가량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해 말에는 대규모 조직 통폐합과 희망퇴직 및 권고사직을 통해 경영 정상화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악의적인 매각설까지 등장했고, 보해양조는 이에 대해 “매각은 악의적인 의도로 유포된 루머로, 매각은 절대 없다. 빠른 경영 정상화로 지역민들의 사랑에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잎새주로 대표되는 보해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1년 79.32%를 찍은 이후 매년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지역 시장 점유율은 30~40%대로 추락했다. 경북의 금복주와 경남의 무학은 각각 지역 내에서 7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데 비해 유독 광주·전남에서는 지역소주인 보해가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보해가 지역에서 외면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진단이 있지만 2011년~2013년 사이 보해저축은행 여파로 지역 여론이 악화되면서 시·도민들의 애정이 식은 것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공백기에 거대 자본을 무기로 한 경쟁 제품이 지역 시장을 파고들자 보해는 시장을 내주고 만 것이다. 젊은 층의 성향과 입맛을 읽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결국 보해는 지난 10년 동안 변화하는 시대 트렌드를 대처하지 못하는 안일한 경영과 지역민과의 적극적인 스킨십에 실패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백척간두에 서 있는 보해는 올해 중국·필리핀 등에 수출을 확대하는 등 시장 다각화를 꾀하는 한편 지역민과의 적극적인 스킨십을 통한 시장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최근 보해를 응원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활발해지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위드(with) 보해 프로젝트’로 시작된 릴레이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광주에서 청년문화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주)스토리박스의 강수훈 대표가 처음 제안했다. 경영 악화로 구조조정과 매각설이 나도는 보해를 돕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으며 잎새주 등 보해 소주를 마시고 있는 ‘인증샷’을 올린 뒤 후속 릴레이 주자 3명을 지목하는 방식이다.
강 대표는 “보해가 지역 사회 고용 창출과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구입 등 지역 사회 경제 활동에 기여하고 있으며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의 동참을 바라고 있다. 이 운동에 이용섭 광주시장도 힘을 보탰다. 이 시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향토 기업 보해 지켜 냅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동참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광주시 동구 역시 광주 대표 도심 축제로 발돋움한 충장축제에서 올해 ‘소주 블라인드 테이스팅’ 행사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부 애주가들조차 지역 소주인 보해 잎새주를 외면하는 상황이 소주 맛에 대한 편견 때문이라는 분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임택 동구청장은 최근 신년 모임에서 블라인드 테이스팅 모의 행사를 했는데 잎새주가 다른 소주보다 맛이 떨어진다는 인식에 대해 편견임을 확인했다고 한다.
보해가 자칫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다면 300여 명이 지역 일자리를 잃게 되고, 협력 관계에 있는 지역 업체들도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무엇보다 69년 향토 기업을 지켜 내지 못한다면 지역민들의 자존심에도 큰 상처가 남을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애향심’에 의존하는 기업 행위는 통하지 않는다는 논리도 맞다. 하지만 제품에 문제가 없고 경쟁력도 떨어지지 않는 데다, 지역에 대한 사회 공헌도 열심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 관심 부족으로 지역 기업이 동력을 잃어 갈 수 있다는 것을, 시·도민들로서는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향토 기업 보해를 지켜 냅시다’ 캠페인에 시·도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 lion@kwangju.co.kr
안타깝게도 69년 이어 온 지역 기업 보해양조는 파고를 넘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해는 지난 2017년 임직원 임금 일부 반납과 그해 80명가량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해 말에는 대규모 조직 통폐합과 희망퇴직 및 권고사직을 통해 경영 정상화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악의적인 매각설까지 등장했고, 보해양조는 이에 대해 “매각은 악의적인 의도로 유포된 루머로, 매각은 절대 없다. 빠른 경영 정상화로 지역민들의 사랑에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백척간두에 서 있는 보해는 올해 중국·필리핀 등에 수출을 확대하는 등 시장 다각화를 꾀하는 한편 지역민과의 적극적인 스킨십을 통한 시장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최근 보해를 응원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활발해지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위드(with) 보해 프로젝트’로 시작된 릴레이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광주에서 청년문화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주)스토리박스의 강수훈 대표가 처음 제안했다. 경영 악화로 구조조정과 매각설이 나도는 보해를 돕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으며 잎새주 등 보해 소주를 마시고 있는 ‘인증샷’을 올린 뒤 후속 릴레이 주자 3명을 지목하는 방식이다.
강 대표는 “보해가 지역 사회 고용 창출과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구입 등 지역 사회 경제 활동에 기여하고 있으며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의 동참을 바라고 있다. 이 운동에 이용섭 광주시장도 힘을 보탰다. 이 시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향토 기업 보해 지켜 냅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동참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광주시 동구 역시 광주 대표 도심 축제로 발돋움한 충장축제에서 올해 ‘소주 블라인드 테이스팅’ 행사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부 애주가들조차 지역 소주인 보해 잎새주를 외면하는 상황이 소주 맛에 대한 편견 때문이라는 분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임택 동구청장은 최근 신년 모임에서 블라인드 테이스팅 모의 행사를 했는데 잎새주가 다른 소주보다 맛이 떨어진다는 인식에 대해 편견임을 확인했다고 한다.
보해가 자칫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다면 300여 명이 지역 일자리를 잃게 되고, 협력 관계에 있는 지역 업체들도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무엇보다 69년 향토 기업을 지켜 내지 못한다면 지역민들의 자존심에도 큰 상처가 남을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애향심’에 의존하는 기업 행위는 통하지 않는다는 논리도 맞다. 하지만 제품에 문제가 없고 경쟁력도 떨어지지 않는 데다, 지역에 대한 사회 공헌도 열심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 관심 부족으로 지역 기업이 동력을 잃어 갈 수 있다는 것을, 시·도민들로서는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향토 기업 보해를 지켜 냅시다’ 캠페인에 시·도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 li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