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정치엔 봄이 왔다지만
[홍행기 정치부장 겸 편집부국장]
![]() |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들의 호남 방문이 이달 들어 부쩍 늘었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전당대회가 며칠 안 남았으니 지지세 확산을 위해 다급해진 것이다. 언론사에 있다 보니 지역 여론을 살피려는 이들 후보와의 대화 자리도 덩달아 많아졌다. 여럿이 만나는 자리이니 만큼 돌아가며 한마디씩 하는 경우가 많은데, “민주화의 성지이자 정권의 심장부, 광주를 찾으신 것을 환영한다”고 인사말을 건네곤 했다.
집권 여당의 당 대표 선거에 나설 만큼 두터운 연륜과 화려한 경력을 갖춘 이들 후보와의 대화는 정국을 읽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직접 만나 서로의 무릎을 맞대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없던 정도 쌓이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화기애매’한 자리가 끝난 뒤 또 다른 일정에 맞춰 돌아서는 후보들에게 손을 흔들고 나면 중앙 정치인과 만남에서 항상 그랬듯 아쉬움이 밀려온다. “호남의 정신, 호남의 과거보다는 호남의 미래, 호남의 발전에 좀 더 대화를 집중했어야 했는데….”
호남은 과거 ‘한과 소외의 땅’이었다. 힘겹게 살아온 부모들은 자식이라도 잘살게 하고 싶어서 땅 팔고 소 팔아 아들·딸을 서울로 유학 보냈다. 하지만 좌절과 고난을 겪으며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 일찍 눈을 떠 버린 호남의 아들·딸들은 군사 독재에 반대하는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다 체포되고 고문당하고 죽임을 당했다.
지역 경제엔 찬바람만 불고
다행스럽게도 지난 2016년 겨울, 23주간의 촛불 집회 열기에 힘입어 얼어붙었던 호남에도 봄이 찾아왔다. 그리고 2017년 광주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되고 문재인 대통령이 5·18 당시 아버지를 잃은 유족을 따뜻이 끌어안은 순간, 1980년 5월에 멈춰 서 있던 광주의 시계는 37년 세월을 순식간에 뛰어넘어 한국의 현실로 복귀했다.
그로부터 1년, 광주·전남은 정치의 변방에서 중앙부로 이동하며 호남의 정신과 정치적 영향력을 증명해 보였다. 지역 출신 인사들이 총리를 필두로 당·정·청에 두루 포진하게 됐다. 호남의 정신과 호남의 정치적 영향력을 눈여겨본 여야는 ‘호남 끌어안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살림살이는 나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연일 새 기록을 써 내려가는 폭염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지만 지역 경제에는 찬바람만 쌩쌩 분다. “호남이 언제 경기가 좋은 적이 있었나?”라는 자조는 현재 진행형으로 멈출 줄 모른다. 청년 취업은 언감생심, 기존 취업자들도 해고의 불안에 잠을 설치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최근 광주시와 전남도가 한전공대를 필두로 한 에너지밸리 조성에 나서고, 광주형 일자리 마련과 도로·철도 등 SOC건설에 집중하는 등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에 팔소매를 걷어붙였다. 하지만 이들 사업은 당장 지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적 성과를 거두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미래 지역 경제 도약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갈 길이 먼 것이 현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 또는 회생의 관건은 ‘속도’다. 경제를 살릴 수단인 각종 정책이 수립되고 방향이 정해졌다면 최대한 빨리 이를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 차원의 경제 정책과 방향을 결정하고 각 지역에 대한 국가 재원의 배분권을 지닌 정치권, 특히 집권 여당의 지역에 대한 관심과 배려, 지원이 절실한 것이다.
더 많은 배려와 지원 절실해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김진표·이해찬 후보(이상, 기호순) 등 당권 주자 세 명이 최근 광주·전남의 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약을 일제히 발표했다. 광주형 일자리 정착과 한전공대 및 에너지 밸리 조성, SOC건설 지원 등을 약속했다. 최대한 조기에 착공 또는 지원하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이들 후보의 ‘호남에 대한 진정성’은 물론 가식이 아닐 것이다. 한국 정치에서 호남을 빼면 이야기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닌 행동이다.
빛 좋은 공약만으론 지역민의 통장을 두툼하게 해 줄 수 없다. 한국 민주주의를 만들고 이끌어 온 ‘호남 정신’은 너무도 중요한 가치이지만 이제는 ‘호남 발전’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풀 죽은 호남 지역민의 얼굴에 ‘이제야 살 만하다’는 환한 웃음이 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그 길에 여야 지도부가 함께해 주길 바란다. /redplane@
하지만 ‘화기애매’한 자리가 끝난 뒤 또 다른 일정에 맞춰 돌아서는 후보들에게 손을 흔들고 나면 중앙 정치인과 만남에서 항상 그랬듯 아쉬움이 밀려온다. “호남의 정신, 호남의 과거보다는 호남의 미래, 호남의 발전에 좀 더 대화를 집중했어야 했는데….”
지역 경제엔 찬바람만 불고
다행스럽게도 지난 2016년 겨울, 23주간의 촛불 집회 열기에 힘입어 얼어붙었던 호남에도 봄이 찾아왔다. 그리고 2017년 광주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되고 문재인 대통령이 5·18 당시 아버지를 잃은 유족을 따뜻이 끌어안은 순간, 1980년 5월에 멈춰 서 있던 광주의 시계는 37년 세월을 순식간에 뛰어넘어 한국의 현실로 복귀했다.
그로부터 1년, 광주·전남은 정치의 변방에서 중앙부로 이동하며 호남의 정신과 정치적 영향력을 증명해 보였다. 지역 출신 인사들이 총리를 필두로 당·정·청에 두루 포진하게 됐다. 호남의 정신과 호남의 정치적 영향력을 눈여겨본 여야는 ‘호남 끌어안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살림살이는 나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연일 새 기록을 써 내려가는 폭염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지만 지역 경제에는 찬바람만 쌩쌩 분다. “호남이 언제 경기가 좋은 적이 있었나?”라는 자조는 현재 진행형으로 멈출 줄 모른다. 청년 취업은 언감생심, 기존 취업자들도 해고의 불안에 잠을 설치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최근 광주시와 전남도가 한전공대를 필두로 한 에너지밸리 조성에 나서고, 광주형 일자리 마련과 도로·철도 등 SOC건설에 집중하는 등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에 팔소매를 걷어붙였다. 하지만 이들 사업은 당장 지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적 성과를 거두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미래 지역 경제 도약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갈 길이 먼 것이 현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 또는 회생의 관건은 ‘속도’다. 경제를 살릴 수단인 각종 정책이 수립되고 방향이 정해졌다면 최대한 빨리 이를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 차원의 경제 정책과 방향을 결정하고 각 지역에 대한 국가 재원의 배분권을 지닌 정치권, 특히 집권 여당의 지역에 대한 관심과 배려, 지원이 절실한 것이다.
더 많은 배려와 지원 절실해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김진표·이해찬 후보(이상, 기호순) 등 당권 주자 세 명이 최근 광주·전남의 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약을 일제히 발표했다. 광주형 일자리 정착과 한전공대 및 에너지 밸리 조성, SOC건설 지원 등을 약속했다. 최대한 조기에 착공 또는 지원하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이들 후보의 ‘호남에 대한 진정성’은 물론 가식이 아닐 것이다. 한국 정치에서 호남을 빼면 이야기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닌 행동이다.
빛 좋은 공약만으론 지역민의 통장을 두툼하게 해 줄 수 없다. 한국 민주주의를 만들고 이끌어 온 ‘호남 정신’은 너무도 중요한 가치이지만 이제는 ‘호남 발전’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풀 죽은 호남 지역민의 얼굴에 ‘이제야 살 만하다’는 환한 웃음이 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그 길에 여야 지도부가 함께해 주길 바란다. /redpla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