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반달곰 잇단 출산 ‘3대 무럭무럭’
겨울에 새끼 11마리 태어나
번식 순조 … 총 56마리 서식
“정규 탐방로 이용” 당부
2018년 04월 18일(수) 00:00
지난 2008년 방사된 반달가슴곰 암컷이 올해 초 낳은 새끼.
지난 2월21일 야생 반달가슴곰(멸종위기 야생동물 Ⅰ급)의 동면 상태 확인에 나선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은 한 바위굴 속에서 반가운 소리를 들었다. 지난 2007년 러시아에서 들여와 방사한 반달가슴곰(개체 번호 RF-21·12살)이 올해 초 낳은 것으로 추정되는 새끼 울음소리였다. 굴 깊숙히 숨어 있어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건강한 상태로 파악됐다. 이 어미 곰은 벌써 5번째 출산이었다.

지난달 9일에는 서울대공원 출신 어미 곰(KF-27·2008년 방사·12살) 포회 과정에서 새끼 두마리가 함께 확인됐다. 새끼들은 공단 직원들이 어미 곰의 위치발신기 배터리를 교체하는 내내 도망가지 않고 어미 품을 파고 들었다.

지리산에 서식하는 반달가슴곰들이 올해에만 새끼 11마리를 낳으며 전체 개체수가 50마리를 넘어섰다. 지난 2007년 첫 방사를 한 이래 처음이다. 환경부는 개체수 50마리 이상부터는 유전적 다양성이 확보돼 순조롭게 자연 번식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올해 2월부터 최근까지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새끼 출산을 조사한 결과, 어미 8마리로부터 총 11마리의 새끼가 태어났다”고 17일 밝혔다.

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초 지리산에 서식하고 있는 야생 반달가슴곰 암컷 2마리가 새끼 2마리를 출산한 것을 ‘동면 포획’ 과정 중에 확인했다. 동면 포획은 동면 중인 반달가슴곰을 찾아 발신기 배터리 교체, 건강상태 확인, 출산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새끼도 함께 발견됐다.

또다른 암컷 4마리도 새끼를 각각 1마리씩 낳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새끼가 바위굴 등에 숨어 있어 울음소리 소리로 파악했다.

공단은 이들 어미 곰들이 지난해 6∼8월께 각각 다른 수컷과 함께 활동했으며 이후 지리산 일대 바위굴 등에서 동면하던 중 올해 1월 말께 출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어미 곰 중 3마리는 야생에서 태어난 2세대 개체로 밝혀져 자연에서 3년 연속 3세대 개체가 출생하게 됐다.

구례군에 자리한 국립공원관리공단 종(鍾)복원기술원 자연적응훈련장에서 관리 중인 어미 2마리도 지난 2월 말 새끼 3마리를 출산했다.

올봄 태어난 새끼 8마리를 합치면 지리산 야생에는 현재 총 56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으며 종복원기술원에서 태어난 새끼가 오는 9월께 방사되면 59마리까지 늘어난다.

공단은 지난 2004년 토종 반달가슴곰과 유전자형이 같은 개체 5마리를 러시아, 중국, 북한 등에서 들여와 지리산에 방사했다. 2020년까지 ‘최소 존속개체군’(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해 자연 번식이 가능한 최소 개체 수) 50마리를 복원한다는 계획이었다. 올무와 탈진 등으로 일부 반달곰이 폐사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자연에 잘 적응하며 목표를 2년 앞당겨 달성하게 됐다.

송동주 종복원기술원장은 “반달가슴곰은 인적을 먼저 알아채고 피하는 습성이 있지만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탐방객과 지역주민은 단독 산행을 자제하고 정규 탐방로만 이용해야 한다”며 “반달곰의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당부했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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