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눈물
2017년 05월 31일(수) 00:00
홍 행 기 사회부장
-공연 1막: 김소형 씨가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를 읽는 동안 눈물 흘리며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음. 편지를 다 읽은 후 퇴장하는데 문 대통령이 다가가서 안아 줌. 김소형 씨가 계속 울먹이면서 “감사합니다”라고 얘기함. 뒤에 있는 합창단도 함께 울먹이고, 생방송 중계진 쪽에서도 박수가 나옴.

-공연 3막: 전인권 씨가 ‘상록수’를 부를 때 문 대통령도 따라 부름. 중간에 간간이 하늘 쳐다봄.

# 폐식 선언 후 개별 묘역 참배 위해 묘역으로 이동. 김소형 씨 아버지인 김재평 씨 묘역. 부인 고선희 씨와 딸 김소형 씨가 함께 참배함. 문 대통령 헌화 후 묵념. 무릎 꿇고 묘비를 읽어 보고 만짐. 5월18일이 딸의 생일이자 아버지의 제삿날이라는 유족 사연을 다시 한 번 듣고, 유족의 감사 인사를 들으신 후 위로함.

-김소형: (울먹이면서) 아까 제가 너무 세게 껴안았죠. 우리 아빠 같아요. 제가 아빠 많이 닮았지요.

-문 대통령: 아버님께서 숭고한 일을 하셨습니다. 그동안 혼자 찾아뵙고 하셨을 텐데, 오늘 국민 앞에서 제대로 인사 한번 하셨죠. 힘든 일 다 극복하시고.

일반적으로 대통령이 참석하는 주요 행사에는 2∼3명의 기자가 전국의 기자를 대표해 대통령을 밀착 취재한다. 이른바 ‘풀(pool) 기자단’인데, 지난 18일 광주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도 두 명의 기자가 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했다. 메모 형식으로 작성된 취재 내용은 전체 기자들에게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담당 데스크이다 보니 기념식이 끝난 뒤 후배기자들이 보내 온 ‘풀 기자단 메모’를 읽게 됐는데, 하마터면 또다시 눈물을 떨어뜨릴 뻔했다.

이날 TV로 생중계된 기념식에서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김소형 씨를 뒤따라가는 걸 보며 ‘설마’ 했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소형 씨를 꼭 끌어안는 걸 보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소형 씨가 대통령을 꼭 끌어안은 채 엉엉 우는 장면에선 눈물을 참기가 어려웠고, 소형 씨 아버지의 묘소를 찾은 대통령이 유족들을 위로하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글로 쓰인 메모는 그 감동을 되새기게 만들었다.

짧은 기념식이었지만 많은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이 손 내밀어 끌어당긴 것은, 뒤돌아 나가는 소형 씨가 아니었다. 소외된 광주에서, 한 맺힌 37년을 살아온 광주 시민이었다. 뒤따라온 대통령을 마주 안은 것은 ‘광주의 한(恨)’을 풀어 주려 노력하는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대통령이 묘비를 따뜻하게 어루만진 것은 “호남을 다시는 외롭게 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다짐이었다. 바로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21일이 지났다. 호남 그리고 5·18은 그새 37년간의 왜곡과 차별을 벗어 던졌다. 국무총리를 비롯해 청와대와 내각·법조계 주요 자리에는 호남 출신 인사들이 약진하면서 국가를 지탱하는 정부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야말로 눈을 비비고 다시 바라봐야 할 정도로 놀라운 변화다.

하지만 그런 ‘눈에 보이는 변화’만으론 아직 부족하다. 진정으로 호남의 소외를 털어 내고 호남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선 ‘실질적 국가 균형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호남 인재를 중용하고 호남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는 것이 ‘단순 산술 배분 방식’으로 추진되어 온 기존 국가 균형 발전 정책의 틀을 변화시키는 기폭제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실질적이고 진정한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선, 단순히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지역 불균형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국가 자원을 배분할 때는 건국 이래 경제 발전 과정에서의 호남 소외 등 역사적인 맥락을 감안해 접근해야 근본적이고 효율적인 처방이 가능하다. 특히, 한정된 국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선 장·차관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자원 배분 역할을 수행하는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 핵심부서의 국·과장급 실무 인력을 지역별로 균형 있게 배치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호남 인재를 중용하는 것은 인사와 예산 등 국가 자원 배분 과정에서의 호남 차별을 인정하고 이를 바로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과거 국가균형 발전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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