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 광주지법 부장판사]교통사고 사건에서 적절한 배상
2017년 05월 08일(월) 00:00
광주지방법원의 전체 재판부는 민사사건 합의부 및 단독, 형사사건 합의부 및 단독, 행정사건 합의부 및 단독, 파산사건 합의부 및 단독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각 재판부 중에는 접수 수가 많은 사건을 다루는 전문 재판부가 있다. 민사 재판부에는 의료·건설·교통사고 및 산업재해 손해배상 전담부가 있고, 형사 재판부에는 성폭력·부패·교통사고 전담부가 있다.

필자는 지난해부터 교통사고 및 산업재해 손해배상 전담 재판부를 맡고 있다. 여러 사건을 처리하다 보니 안타까운 사건도 있고, 피해자가 너무 심하다는 사건도 있다.

몇 년 전 30대 여성이 차를 운전하다가 상대차의 잘못으로 교통사고를 당했다. 외견상 부상은 크지 않았지만 척추 부상으로 여러 차례 수술을 해야 했고, 현재도 제대로 거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여성은 계속 치료가 필요해 소송을 제기했는데, 보험회사와 합의해 더 이상 보상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합의 과정을 보니 나름대로 손해사정인과 변호사 사무실 직원을 통해 보상문제를 알아봤던 사실이 밝혀져 보험회사와의 합의가 유효한 것으로 판단됐다. 이 여성은 소송에서 더 이상 보상을 받지 못하고 패소했다.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지만 교통사고가 일어나면 피해자 측에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접근한다고 한다. 유리하게 조사받을 수 있도록 경찰에 힘을 써주겠다는 사람, 신체장해율이 많이 나오도록 병원에 힘을 써주겠다는 사람, 보험금을 많이 받을 수 있게 보험회사에 힘을 써주겠다는 사람 등등.

필자의 생각은 ‘글쎄 과연 그렇게 될까?’이다. 앞에서 나온 사람들은 모두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다. 손해사정인이라도 보험회사와 협상 과정에서 피해자나 보험회사에서 대가를 받으면 불법이다. 더 큰 문제는 과연 적절한 배상을 받았는지 의심이 든다는 것이다. 신체의 주요 부위에 상해를 입은 경우에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고 섣불리 보험회사와 합의하지 말고 전문 변호사(변호사라고 모두 이 분야에 능통한 것이 아니니 잘 알아보고 선택하기 바란다)와 상의해 처리하기를 바란다(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배상받는 시기가 늦어지는 것이 문제지만, 보험회사가 배상을 미루는 경우 최소한 치료비는 가지급신청을 통해 받을 수 있다.

A씨는 시내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차가 약간 밀려 앞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차를 충격했다. 그 차에는 4명이 동승하고 있었는데, 4명 모두 치료를 받고 이 중 3명은 한방병원에 2주간 입원하고, 모두 수십만 원 하는 약까지 복용하였으며 범퍼를 새로 바꿨다. 억울한 A씨는 법원에 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의무가 없다는 내용의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소송에서 블랙박스 영상과 사진을 보니, 주차장에서 평행주차 중인 차를 미는 정도의 속도로 앞차를 충격했다는 것과 범퍼에는 흠도 나지 않았던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해 합의하라고 권했으나 피해자 측의 반대로 합의가 안돼 결국 판결을 선고했다. 입원료와 식대, 수십만원하는 한약값, 범퍼수리비를 뺀 통원치료비 정도만 지급하라는 내용으로.

이렇게 교통사고를 일으켰으나 억울한 분은 피해자와 싸우지 말고 법원에 호소하기 바란다. 이 사건에서 필자가 배운 것은 내차에도 블랙박스를 달아야겠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실비보험의 경우에도 자주 있다. 특별한 직업이 없는 사람이 10여건의 실비 보험을 들고 나서 여러 병명으로 1년에 몇 개월씩 수년간 입원해 입원 일당만 수억원을 받은 사례들이다.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보험회사에 대한 사기로 징역형을 선고받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이미 지급받은 보험료는 100% 환수된다. 형사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보험회사의 채무부존재확인 소를 보험금이 환수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 보험회사뿐 아니라 건강보험재정에도 손실을 끼치는 것이니 윤리적으로는 국민 전체에 대한 사기가 된다.

사회 전체가 투명해지는 만큼 앞의 두 사례 중 어느 경우에나 사회구성원들도 상식적으로 살았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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