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다락’과 광주 구도심 재생
송 기 동
문화2부장
문화2부장
“오늘은 꿀풀·사계국·공작초로 압화(押花)를 해 보겠습니다. 첫날에 종이를 한번 정도 더 바꿔 주고 나서 3∼4일이면 꽃이 충분히 말라요.”
최근 찾은 광주 동구 산수동 ‘협동조합 산수다락’. 배선아(48) 강사의 말이 떨어지자 주민 8명이 하얀 종이 사이에 색색의 꽃을 가지런히 올려놓고 손으로 쓸었다. 지난 4월부터 시작해 매주 금요일마다 갖고 있는 ‘생태문화 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날 교육에 사용된 꽃들은 모두 산수다락 앞 텃밭에서 주민들이 직접 심고 가꾼 것들이다.
구도심 공동화(空洞化) 현상에 따라 도시재생이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청년과 주민들의 협업으로 변모하는 광주 동구 산수동 ‘마을공동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곳에 첫 씨앗을 뿌린 이는 디자이너 송혜경(32) 산수다락 전 대표와 예술경영가, NGO활동가, 생태문화 기획자, 다큐멘터리 감독 등 7명이다. 이들은 2013년 8월 필요성을 인식한 후 이듬해 4월 커뮤니티와 디자인을 매개로 지역공동체와 함께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을 만드는 ‘협동조합 산수다락’을 설립했다.
우선 땔감을 팔았던 ‘나무전 거리’와 폐선부지에 조성된 ‘푸른 길 공원’ 등 마을 내 자원을 찾아 지도를 만들고 마을활성화를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목표를 설정했다. ‘생태문화 공동체’를 위한 마을 공간을 조성해 활력 있는 마을을 만들기로 했다.
산수다락 활동가들은 산수도서관 인근 주거지에 있는 공·폐가에 눈길을 돌렸다. 주민이 거주하지 않아 거의 쓰러지다시피 한 데다 무단으로 버린 쓰레기 때문에 마을 내 흉물로 여겨지던 384-1번지 등 3곳을 텃밭으로 탈바꿈시켰다. 철거는 구청에서 담당했지만 앞서 소유주를 찾아 취지를 설명하고 승낙을 받는 과정에 오랜 공력을 들였다고 한다.
공·폐가 부지가 텃밭으로 바뀌었으니 마을 환경이 훨씬 좋아졌음은 당연하다.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로 비빔밥과 전을 만들어 주민과 나눠 먹는 ‘산수마을 양푼이 골목축제’도 열었다. 도시농업과 디자인을 융합하며 동네 이미지도 밝아졌다.
산수다락은 지역공동체 역량 강화 사업과 도시농업을 매개로 한 생태문화 예술체험 교육 사업 등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압화 교육도 그중 한 부분이다. 주민들이 협동조합에 참여하면서 회원 수도 17명으로 늘었다. 산수다락은 주민들과 함께 인근 ‘나무전 거리’와 연계한 스토리텔링 놀이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모색하고 있다.
‘국가통계 포털’에서 행정구역별 주택유형(2014년 기준)을 살펴보면 광주시의 경우 총 53만7762 가구 가운데 65.7%(35만3284 가구)가 아파트에, 31.1%(16만7247 가구)가 단독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광주시 10가구 중 7가구 가량이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요즘 광주 곳곳에서는 재개발 사업으로 고층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로 인해 마을이 품고 있는 많은 이야깃거리가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다. 원주민들 역시 태 자리를 떠나 다른 곳에서 삶의 여장을 풀어야 한다.
이러한 재개발 분위기 속에서 산수동과 양림동 ‘펭귄마을’ 및 발산마을의 사례는 돋보인다. 특히 관(官)이 주도하지 않았음에도 ‘산수다락’의 경우 원도심 활성화에 관심을 기울인 문화활동가와 주민들의 힘으로 쇠락하던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마을 내 골목 담장에 벽화를 그린 ‘벽화마을’은 전국에 넘쳐난다. 눈요기 사업이 아닌 마을의 숨은 가치를 발굴하고, 주민 스스로 참여하는 ‘마을 공동체’가 산수동에서 시도되고 있다. 고층 아파트 건립 위주의 원도심 재개발 사업은 재고해야 한다.
이미 산수동에도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산수다락’이 추진하는 생태문화 마을공동체 조성과 고층 아파트 단지가 어떤 식으로 어우러질 수 있을까? 또한 구도심 활성화에 뒤따를 것으로 우려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문화활동가와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벌이고 있는 ‘마을 공동체’ 프로젝트가 시험대에 올랐다. 생태문화예술을 토양으로 활짝 꽃을 피우는 ‘마을 공동체’를 기대해 본다.
/song@kwangju.co.kr
최근 찾은 광주 동구 산수동 ‘협동조합 산수다락’. 배선아(48) 강사의 말이 떨어지자 주민 8명이 하얀 종이 사이에 색색의 꽃을 가지런히 올려놓고 손으로 쓸었다. 지난 4월부터 시작해 매주 금요일마다 갖고 있는 ‘생태문화 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날 교육에 사용된 꽃들은 모두 산수다락 앞 텃밭에서 주민들이 직접 심고 가꾼 것들이다.
산수다락 활동가들은 산수도서관 인근 주거지에 있는 공·폐가에 눈길을 돌렸다. 주민이 거주하지 않아 거의 쓰러지다시피 한 데다 무단으로 버린 쓰레기 때문에 마을 내 흉물로 여겨지던 384-1번지 등 3곳을 텃밭으로 탈바꿈시켰다. 철거는 구청에서 담당했지만 앞서 소유주를 찾아 취지를 설명하고 승낙을 받는 과정에 오랜 공력을 들였다고 한다.
공·폐가 부지가 텃밭으로 바뀌었으니 마을 환경이 훨씬 좋아졌음은 당연하다.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로 비빔밥과 전을 만들어 주민과 나눠 먹는 ‘산수마을 양푼이 골목축제’도 열었다. 도시농업과 디자인을 융합하며 동네 이미지도 밝아졌다.
산수다락은 지역공동체 역량 강화 사업과 도시농업을 매개로 한 생태문화 예술체험 교육 사업 등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압화 교육도 그중 한 부분이다. 주민들이 협동조합에 참여하면서 회원 수도 17명으로 늘었다. 산수다락은 주민들과 함께 인근 ‘나무전 거리’와 연계한 스토리텔링 놀이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모색하고 있다.
‘국가통계 포털’에서 행정구역별 주택유형(2014년 기준)을 살펴보면 광주시의 경우 총 53만7762 가구 가운데 65.7%(35만3284 가구)가 아파트에, 31.1%(16만7247 가구)가 단독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광주시 10가구 중 7가구 가량이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요즘 광주 곳곳에서는 재개발 사업으로 고층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로 인해 마을이 품고 있는 많은 이야깃거리가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다. 원주민들 역시 태 자리를 떠나 다른 곳에서 삶의 여장을 풀어야 한다.
이러한 재개발 분위기 속에서 산수동과 양림동 ‘펭귄마을’ 및 발산마을의 사례는 돋보인다. 특히 관(官)이 주도하지 않았음에도 ‘산수다락’의 경우 원도심 활성화에 관심을 기울인 문화활동가와 주민들의 힘으로 쇠락하던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마을 내 골목 담장에 벽화를 그린 ‘벽화마을’은 전국에 넘쳐난다. 눈요기 사업이 아닌 마을의 숨은 가치를 발굴하고, 주민 스스로 참여하는 ‘마을 공동체’가 산수동에서 시도되고 있다. 고층 아파트 건립 위주의 원도심 재개발 사업은 재고해야 한다.
이미 산수동에도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산수다락’이 추진하는 생태문화 마을공동체 조성과 고층 아파트 단지가 어떤 식으로 어우러질 수 있을까? 또한 구도심 활성화에 뒤따를 것으로 우려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문화활동가와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벌이고 있는 ‘마을 공동체’ 프로젝트가 시험대에 올랐다. 생태문화예술을 토양으로 활짝 꽃을 피우는 ‘마을 공동체’를 기대해 본다.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