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 좀 열어 주세요
윤 영 기
문화미디어부장
문화미디어부장
설날이었던 지난 2월8일 새벽 5시께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 직원들은 비상 호출을 받았다. “하남산단 5번 도로에서 수도관이 파열됐다”는 것이다. ‘다녀오겠다’는 인사도 없이 집을 나서는 가장의 뒷모습을 보면서 가족들은 안타까워했다.
직원 15명을 포함해 협력업체 영재산업 윤재규 사장 등 모두 25명이 현장에 모였다. 식수난을 겪을 시민들을 생각하면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상황. 굴착기가 도로를 파내 파열된 상수도관이 드러나자 윤 사장은 웅덩이로 변한 그곳으로 홀연히 들어갔다. 이 괴력의 사나이는 귀신같이 물새는 곳을 틀어막았다. 물이 뿜어져 나오는 구멍에 나무못을 턱 박아 넣으니 치솟던 물줄기가 잠잠해졌다. 도로에 넘친 물이 얼어붙을 정도의 강추위였지만 장갑도 끼지 않은 맨손으로 해 낸 일이었다.
응급조치를 거쳐 현장이 수습되기까지는 무려 18시간이나 걸렸다. 그동안 상수도본부 직원들과 현장 근로자들은 추위에 덜덜 떨었다. 살뜰한 윤 사장은 점심때 자신의 집에서 떡국을 끓여왔다. 상수도본부의 한 직원은 “평생 먹어 본 떡국 가운데 가장 맛있었다”고 했다.
미처 숨 돌릴 겨를도 없이 다음날엔 백운동 동아병원 인근 건널목에서 상수도관이 파열됐다. 물바다나 다름없는 현장에서 협력업체 직원들과 공무원들은 파열된 상수도관을 수습하느라 종일 추위에 떨었다.
비상사태가 아니어도 상수도시설관리소 공무원들은 24시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퇴근 후 ‘따뜻한 저녁’은 언감생심이다. 직원 2명이 매일 번갈아 불침번을 선다. 사고가 터지면 한 명은 비상연락망을 가동하고 또 한 명은 확인을 위해 현장으로 뛰어간다. 이들이 늘 긴장을 늦추지 않는 이유는 한번 사고가 터지면 다수 시민들이 고통받기 때문이다. 겪어 본 이는 알겠지만 식수가 끊기면 보일러에서 따뜻한 물을 뽑아 쓸 수도 없으니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 한다. 게다가 화장실도 못 쓰는 등 집이 마비 상태에 빠진다.
그래서 상수도 관련 공무원들은 ‘오늘도 무사히’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뇐다. 늘 그렇듯 불안의 주범은 노후관(老朽管)이다. 전체 광주시 상수도관 중 20년 이상 된 게 무려 300㎞ 길이에 달한다. 단계적으로 새 관으로 교체하고 있지만 지하에 묻힌 노후관은 시한폭탄이다. 이들이 오늘도 몸으로 ‘위태로운’ 관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이들은 종종 박한 세태 때문에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한다. 옥내 누수 무료 탐사 서비스 과정에서 부득이 가정을 방문해 물이 새는 곳을 점검해야 하는데 ‘수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 일쑤다. 서비스를 신청한 집을 방문해도 주인이 문을 안 열어 주는 황당한 경우도 있다. 상수도본부의 한 직원은 “고맙다는 말 듣는 것보다 방문했을 때 대문 잘 열어 주는 분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고 말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공무원들의 이러한 서비스는 광주시에서 맡을 일이 아니다. 업체의 영업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집에서 사설업체를 부르면 출장비 포함 누수 탐사 비용만도 평균 20여만 원이라고 한다. 굳이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 서비스를 시행하는 것은 시민 부담을 덜어 주려는 뜻이 담겨 있다. 서비스는 여기까지이다. 업체를 불러 물 새는 곳을 고치고 나면 그동안 누수로 부과된 수도요금의 5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웃을 일이 별로 없는 상수도본부 직원들에게 올해는 ‘밥을 먹지 않아도 든든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올 겨울 비가 많이 온 덕분에 광주시민의 젖줄인 화순 동복호 저수율이 80%대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봄 가뭄으로 애를 태우지 않아도 되니 하늘의 음덕(?)을 보게 된 셈이다.
음지에서 일하는 상수도 관련 공무원들의 바람은 소박하기 그지없다. 물 절약이다. 공유자원을 보존하고 소중한 세금을 아끼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은 평소에 아끼되, 혹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을 만난다면 ‘수고한다’ 따뜻한 한마디 건네면 어떨까.
직원 15명을 포함해 협력업체 영재산업 윤재규 사장 등 모두 25명이 현장에 모였다. 식수난을 겪을 시민들을 생각하면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상황. 굴착기가 도로를 파내 파열된 상수도관이 드러나자 윤 사장은 웅덩이로 변한 그곳으로 홀연히 들어갔다. 이 괴력의 사나이는 귀신같이 물새는 곳을 틀어막았다. 물이 뿜어져 나오는 구멍에 나무못을 턱 박아 넣으니 치솟던 물줄기가 잠잠해졌다. 도로에 넘친 물이 얼어붙을 정도의 강추위였지만 장갑도 끼지 않은 맨손으로 해 낸 일이었다.
비상사태가 아니어도 상수도시설관리소 공무원들은 24시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퇴근 후 ‘따뜻한 저녁’은 언감생심이다. 직원 2명이 매일 번갈아 불침번을 선다. 사고가 터지면 한 명은 비상연락망을 가동하고 또 한 명은 확인을 위해 현장으로 뛰어간다. 이들이 늘 긴장을 늦추지 않는 이유는 한번 사고가 터지면 다수 시민들이 고통받기 때문이다. 겪어 본 이는 알겠지만 식수가 끊기면 보일러에서 따뜻한 물을 뽑아 쓸 수도 없으니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 한다. 게다가 화장실도 못 쓰는 등 집이 마비 상태에 빠진다.
그래서 상수도 관련 공무원들은 ‘오늘도 무사히’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뇐다. 늘 그렇듯 불안의 주범은 노후관(老朽管)이다. 전체 광주시 상수도관 중 20년 이상 된 게 무려 300㎞ 길이에 달한다. 단계적으로 새 관으로 교체하고 있지만 지하에 묻힌 노후관은 시한폭탄이다. 이들이 오늘도 몸으로 ‘위태로운’ 관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이들은 종종 박한 세태 때문에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한다. 옥내 누수 무료 탐사 서비스 과정에서 부득이 가정을 방문해 물이 새는 곳을 점검해야 하는데 ‘수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 일쑤다. 서비스를 신청한 집을 방문해도 주인이 문을 안 열어 주는 황당한 경우도 있다. 상수도본부의 한 직원은 “고맙다는 말 듣는 것보다 방문했을 때 대문 잘 열어 주는 분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고 말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공무원들의 이러한 서비스는 광주시에서 맡을 일이 아니다. 업체의 영업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집에서 사설업체를 부르면 출장비 포함 누수 탐사 비용만도 평균 20여만 원이라고 한다. 굳이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 서비스를 시행하는 것은 시민 부담을 덜어 주려는 뜻이 담겨 있다. 서비스는 여기까지이다. 업체를 불러 물 새는 곳을 고치고 나면 그동안 누수로 부과된 수도요금의 5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웃을 일이 별로 없는 상수도본부 직원들에게 올해는 ‘밥을 먹지 않아도 든든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올 겨울 비가 많이 온 덕분에 광주시민의 젖줄인 화순 동복호 저수율이 80%대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봄 가뭄으로 애를 태우지 않아도 되니 하늘의 음덕(?)을 보게 된 셈이다.
음지에서 일하는 상수도 관련 공무원들의 바람은 소박하기 그지없다. 물 절약이다. 공유자원을 보존하고 소중한 세금을 아끼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은 평소에 아끼되, 혹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을 만난다면 ‘수고한다’ 따뜻한 한마디 건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