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원개발의 딜레마
홍 행 기
경제부장
경제부장
산업혁명을 전후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부를 쌓아 올린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철과 석유 등 자원 개발에 성공한 기업가나 자본가들이었다. 강철 제국을 건설한 엔드루 카네기, 석유 왕국을 쌓아 올린 존 데이비슨 록펠러 등이 그들이다. 물론, 무모하게 자원 개발에 뛰어들었다가 처참한 실패를 경험한 사업가도 부지기수였다. 자원 개발이나 산업기술이 뒤떨어졌던 당시엔 훗날 막대한 부의 원천이 될 자원을 미처 알아보지 못해 실패를 자초하거나, 실수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자원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독일의 벨저 가문(家門)이 저지른 실수다. 식민 지배가 일상화되었던 1570년대 중반,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부자였던 벨저 가문은 합스부르크 왕가로부터 당시 독일 식민지였던 베네수엘라를 선물로 받았다. 물론 거저는 아니었고, 벨저 가문에게서 빌렸던 엄청난 돈을 갚을 길이 없어진 합스부르크 왕가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빚 대신 내어 준 것이었다.
유럽 절반 크기의 땅을 보유하게 된 벨저 가문은 식민지의 자원을 약탈하기 위해 대규모 직원을 파견했지만 베네수엘라에서 발견한 것은 늪과 열대우림뿐이었다. 벨저의 직원들이 정착한 마라카이보 호수 주변은 무더웠으며 열병마저 창궐했다. 직원들은 특히, 어디로든 몸을 움직일 때마다 신발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끈적이는 검은 덩어리’ 때문에 많은 고생을 했다.
지치고 실망한 벨저 가문은 18년 후 베네수엘라에 파견했던 직원들을 모두 귀환시켰고, 거대하고 야심에 찬 투자는 실패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몇백 년만 더 버텼더라면 벨저 가문의 투자는 엄청난 수익을 거뒀을 것이었다. 마라카이보 호수 주변은 ‘땅에서 나는 검은 황금’ 즉 석유 매장량이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우연한 결정이 대성공으로 변한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1848년 스위스에서 미국으로 이민한 마이어 구겐하임은 레인지 광택제와 커피 추출액 판매로 가족기업의 수준을 넘어섰으며 1881년에는 광산업에 진출, 대기업에 합류했다. 특히 그가 투자한 최초의 납 광산이 얼마 뒤 은 광산으로 밝혀지면서, 구겐하임 가문은 20세기 초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천연자원 기업 가운데 한 곳으로 발돋움했다.
우리나라는 불행히도, 현대사회에서 산업 재료나 에너지원으로 활용되는 주요 자원들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석유를 비롯해 값비싸게 거래되는 각종 자원들을 거의 전량 해외에서 수입해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같은 상황은 우리가 해외 자원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할 당위성을 제공해 주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성과 분석’에 대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가 추진해 온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35조8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됐지만 성과는 미미했고, 앞으로 추가로 46조6000억 원이 투입돼야 하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자원 개발 사업을 왜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까지 말했다.
오늘날과 같은 산업사회에서 국력(國力)과 국부(國富)는 석유나 철·가스 등 주요 천연자원들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 자원은 지구상 특정 장소에서만 생산되는 데다, 각 시대가 사용하는 주요 에너지원의 종류와 과학 및 산업의 발전 정도에 따라 중요도와 값어치가 현저히 달라진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과거의 사례로 알 수 있듯, 천연자원 개발 사업에 뛰어든다는 것이 행운과 실패가 엇갈리는 일종의 ‘도박’과 같은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감사원 지적처럼, 우리의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은 현재까지는 실패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원 빈국(資源貧國)인 우리나라는 해외 자원 개발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딜레마를 갖고 있다. 자원 개발과 확보에 국가의 명운이 걸려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자원 개발이 ‘또다시 묻지 마 투자’가 되지 않으려면, 더욱 신중한 접근 그리고 철저한 관련 시스템 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국가의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redplane@kwangju.co.kr
지치고 실망한 벨저 가문은 18년 후 베네수엘라에 파견했던 직원들을 모두 귀환시켰고, 거대하고 야심에 찬 투자는 실패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몇백 년만 더 버텼더라면 벨저 가문의 투자는 엄청난 수익을 거뒀을 것이었다. 마라카이보 호수 주변은 ‘땅에서 나는 검은 황금’ 즉 석유 매장량이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우연한 결정이 대성공으로 변한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1848년 스위스에서 미국으로 이민한 마이어 구겐하임은 레인지 광택제와 커피 추출액 판매로 가족기업의 수준을 넘어섰으며 1881년에는 광산업에 진출, 대기업에 합류했다. 특히 그가 투자한 최초의 납 광산이 얼마 뒤 은 광산으로 밝혀지면서, 구겐하임 가문은 20세기 초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천연자원 기업 가운데 한 곳으로 발돋움했다.
우리나라는 불행히도, 현대사회에서 산업 재료나 에너지원으로 활용되는 주요 자원들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석유를 비롯해 값비싸게 거래되는 각종 자원들을 거의 전량 해외에서 수입해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같은 상황은 우리가 해외 자원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할 당위성을 제공해 주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성과 분석’에 대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가 추진해 온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35조8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됐지만 성과는 미미했고, 앞으로 추가로 46조6000억 원이 투입돼야 하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자원 개발 사업을 왜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까지 말했다.
오늘날과 같은 산업사회에서 국력(國力)과 국부(國富)는 석유나 철·가스 등 주요 천연자원들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 자원은 지구상 특정 장소에서만 생산되는 데다, 각 시대가 사용하는 주요 에너지원의 종류와 과학 및 산업의 발전 정도에 따라 중요도와 값어치가 현저히 달라진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과거의 사례로 알 수 있듯, 천연자원 개발 사업에 뛰어든다는 것이 행운과 실패가 엇갈리는 일종의 ‘도박’과 같은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감사원 지적처럼, 우리의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은 현재까지는 실패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원 빈국(資源貧國)인 우리나라는 해외 자원 개발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딜레마를 갖고 있다. 자원 개발과 확보에 국가의 명운이 걸려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자원 개발이 ‘또다시 묻지 마 투자’가 되지 않으려면, 더욱 신중한 접근 그리고 철저한 관련 시스템 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국가의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redplan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