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6기 1년, ‘상생’ 성적표는
장 필 수
정치부장
2015년 06월 17일(수) 00:00
지난해 7월 출범한 민선6기가 어느덧 1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달 말이면 광주시와 전남도는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1년간 윤장현 호와 이낙연 호의 성과에 대한 자료를 내놓을 것이다. 시·도정에 대한 자평일 텐데 자신들에게 몇 점씩이나 줄지 자못 궁금하다.

민선6기 광주시와 전남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어떠할까. 누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평가 점수는 다를 것이다. 1년을 가지고 평가하기에는 성급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민선6기 광주시와 전남도의 공통 핵심 키워드인 ‘상생’에 대해서는 되돌아 볼 시점이 됐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민선6기 출범과 함께 ‘상생 협력’을 공동 키워드로 내세웠다. 출범 4개월 만인 지난해 10월에는 ‘광주·전남 상생발전위원회’를 발족하고 발전연구원 통합, 빛가람 혁신도시 활성화, 무안공항 활성화 등 14개 상생 협력 과제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같은 달에는 폭을 더 넓혀 전북까지 아우르는 호남 상생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윤장현 광주시장, 이낙연 전남지사, 송하진 전북지사가 전북 순창에서 만나 호남권 정책협의회를 가동했다. 호남권 정책협의회가 가동된 것은 6년 만의 일로 이 자리에서 8건의 상생 발전 의제를 마련했다. 군산-목포 간 서해안철도 건설, 여수엑스포장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무주 태권도원 등을 연계한 호남권 관광벨트 구축 사업 등이 그것이다.

호남권 시·도지사가 상생 협력에 어깨동무를 하고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공통분모를 찾아내 서로 힘을 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이명박정부 시절 ‘5+2 광역경제권’ 등 호남 쪼개기 정책이 촉발한 불필요한 경쟁이 지역 발전에 오히려 독이 됐다는 경험도 작용했다.

지금 호남권 광역자치단체의 상생 협력에 대해 시·도민 10명 중 9명은 찬성 입장을 표명해 힘을 실어주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의 상생 협력에 대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 것이다. 호남권 3개 시·도 가운데 광주·전남 간 상생 협력 사업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편이다.

광주·전남 간에 호흡이 잘 맞는 모습은 지난 11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시와 전남도의 메르스 극복을 위한 공동 협력문 발표가 단적으로 보여준다. 보성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하자 이 지사는 광주시청으로 달려가 윤 시장과 공동으로 “메르스에 잘 대처해 광주 U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자”고 다짐했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광주·전남 상생 협력의 가장 큰 성과로는 광주발전연구원과 전남발전연구원의 통합을 이뤄낸 것을 들 수 있다. 시·도는 14개 상생 협력 과제 가운데 발전연구원의 통합을 제1호 과제로 정하고 역량을 집중한 결과 8년 만에 통합 발전연구원 출범을 앞두고 있다. 통합 발전연구원은 오는 24일 창립총회를 시작으로 원장 선임 과정을 거쳐 9월께 출범할 예정이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데 우여곡절도 많았다. 하지만 발전연구원 통합은 시·도의 공동정책 개발에 더 이로울 것이라는 대전제 아래 세부 사항에서 조금씩 양보함으로써 상생 협력 과제의 성공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서울에 제2 남도학숙을 건립하기로 한 것도 성과라 하겠다.

민선6기 상생의 성적표는 일단 합격점을 줘도 될 것 같다. 하지만 협상이라는 것이 통상 쉬운 것부터 시작한다는 점에서 광주·전남의 상생 협력은 아직까지는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시·도 간 이해가 상충되는 핵심 협력 과제는 아직 거론조차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공항 이전과 연계된 무안공항 활성화 문제만 하더라도 아직 한 발짝도 떼지 못했다. 이낙연 지사는 취임 초기 광주공항을 무안공항으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군 공항의 무안 이전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주민들의 반발로 철회하기도 했다.

광주·전남 에너지밸리사업도 난제 중 하나다. 한전이 500여 개 에너지 관련 기업을 유치한다고 발표하자 시·도 간 공 다툼을 위한 물밑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도 상생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민선 6기 들어 호남의 최대 화두가 된 상생. 어젠다 설정이나 1년간의 성과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주춧돌을 잘 놓은 만큼 이제부터는 난제를 해결하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한다. 광주공항 이전 같은 난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때 비로소 상생에 대한 진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bungy@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img.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img.kwangju.co.kr/article.php?aid=1434466800552581085
프린트 시간 : 2025년 05월 09일 22:0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