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참골단과 새정치연합
임 동 욱
서울취재본부 정치부장
서울취재본부 정치부장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육참골단(肉斬骨斷)’이라는 사자성어가 새정치연합의 ‘화두’가 되고 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국 교수가 4월 재·보선 패배의 후폭풍에 휩싸여 좀처럼 길을 찾지 못하고 있던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에게 강력한 혁신을 주문하며 제시한 사자성어다.
육참골단은 ‘자신의 살을 베어내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뜻으로 ‘스스로 고통을 감내, 크고 높은 목표를 이루어낸다’는 보편적 의미를 담고 있다. 뿌리 깊은 계파 갈등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각종 선거에서 패배를 거듭해온 새정치연합의 현실 타개에 가장 적합한 사자성어라는 평가다.
문 대표도 지난달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상곤 혁신위원장을 맞이하며 “저 자신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고 ‘육참골단’의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육참골단’의 혁신은 결국 차기 총선 공천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당내에서는 다양한 반응과 해석이 나오고 있다. 친노 및 주류 진영에서는 살을 도려내는 강력한 혁신으로 국민의 지지를 되찾아 총선 승리와 정권 창출에 나서야 한다며 육참골단의 진정성에 방점을 두는 모습이다. 하지만, ‘골단’을 위한 ‘육참’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묘한 긴장감을 나타내고 있다.
조국 교수도 “친문, 친노라는 사람들이 총선 불출마와 2선 후퇴를 공개 선언해야 한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넘어서는 정치적 선택과 결단, 돌파력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차기 총선 공천에서 ‘육참’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친노 진영 인사들의 명단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동안 친노의 핵심으로 활동했던 중진들과 튀는 행보를 보였던 초·재선 의원들의 이름들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비노 및 비주류 그룹에서는 ‘육참골단’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재보선 참패의 책임론을 비껴가기 위한 친노 주류 세력의 전형적인 ‘레토릭’(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혁신위의 출범은 친노 진영의 전열 정비를 위한 ‘시간벌기용’라는 냉소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육참골단’의 칼날이 결국 비노 진영을 향하지 않느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친노 주류 세력이 혁신의 명분을 내세워 차기 총선 공천에서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문 대표가 선거 패배 책임론을 제기하는 비노 진영에 대해 ‘지도부를 흔들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이라고 정의한 비공개 성명서에서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호남 정치권에도 불똥이 떨어진 상황이다. 당내 혁신의 출발점으로 ‘호남 물갈이’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텃밭에서부터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논리와 함께 호남 민심의 요구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두 차례의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이정현(순천 곡성) 의원과 무소속 천정배(광주 서구 을) 의원의 당선은 호남 민심이 새정치연합의 혁신과 변화, 지역 정치권에 대한 물갈이를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당장 차기 총선 공천에서 배제되어야 할 3선 이상의 중진들과 정치적 비전을 보이지 못한 초·재선 의원들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호남 정치권의 반발도 거세다. 총선 때만 되면 호남 정치권을 기득권 세력, 혁신 대상으로 낙인찍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식으로는 호남 정치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명확한 근거 없이 획일적으로 호남 물갈이에 나설 경우 또 다른 당내 분란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전남도당위원장인 황주홍 의원도 “혁신은 친노 패권주의 등 본질적 문제를 해결해야지 호남 물갈이라는 ‘하책’을 써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일방적인 물갈이가 이뤄질 경우, 신당 창당이나 분당이 불가피하게 되면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권 분열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의 혁신이 내부의 저항을 이겨내고 국민적 감동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자기 살을 스스로 베어내는 희생과 헌신이 필요하다.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지난 1일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헌신의 길을 먼저 열었다. 하지만 원외라는 점에서 파괴력이 그리 크지 않다.
결국, 당내 주류 세력인 친노 진영의 결단이 주목되고 있다. 그들의 정치적 희생과 헌신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혁신의 진정성과 동력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혹한 주문일 수도 있지만 당내 갈등과 반목의 매듭을 끊고 혁신을 실현하기 위한 유일한 길일 수 있다. 이제 혁신을 상징하는 ‘육참골단’이라는 사자성어는 새정치연합의 미래를 결정짓는 키워드가 됐다. 새정치연합이 희생과 헌신을 통해 혁신의 고통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총선과 대선 승리의 동력을 확보할 것인지, 야권의 고질병인 분열을 반복하며 스스로 무너질 것인지 민심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tuim@kwangju.co.kr
육참골단은 ‘자신의 살을 베어내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뜻으로 ‘스스로 고통을 감내, 크고 높은 목표를 이루어낸다’는 보편적 의미를 담고 있다. 뿌리 깊은 계파 갈등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각종 선거에서 패배를 거듭해온 새정치연합의 현실 타개에 가장 적합한 사자성어라는 평가다.
‘육참골단’의 혁신은 결국 차기 총선 공천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당내에서는 다양한 반응과 해석이 나오고 있다. 친노 및 주류 진영에서는 살을 도려내는 강력한 혁신으로 국민의 지지를 되찾아 총선 승리와 정권 창출에 나서야 한다며 육참골단의 진정성에 방점을 두는 모습이다. 하지만, ‘골단’을 위한 ‘육참’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묘한 긴장감을 나타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차기 총선 공천에서 ‘육참’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친노 진영 인사들의 명단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동안 친노의 핵심으로 활동했던 중진들과 튀는 행보를 보였던 초·재선 의원들의 이름들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비노 및 비주류 그룹에서는 ‘육참골단’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재보선 참패의 책임론을 비껴가기 위한 친노 주류 세력의 전형적인 ‘레토릭’(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혁신위의 출범은 친노 진영의 전열 정비를 위한 ‘시간벌기용’라는 냉소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육참골단’의 칼날이 결국 비노 진영을 향하지 않느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친노 주류 세력이 혁신의 명분을 내세워 차기 총선 공천에서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문 대표가 선거 패배 책임론을 제기하는 비노 진영에 대해 ‘지도부를 흔들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이라고 정의한 비공개 성명서에서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호남 정치권에도 불똥이 떨어진 상황이다. 당내 혁신의 출발점으로 ‘호남 물갈이’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텃밭에서부터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논리와 함께 호남 민심의 요구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두 차례의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이정현(순천 곡성) 의원과 무소속 천정배(광주 서구 을) 의원의 당선은 호남 민심이 새정치연합의 혁신과 변화, 지역 정치권에 대한 물갈이를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당장 차기 총선 공천에서 배제되어야 할 3선 이상의 중진들과 정치적 비전을 보이지 못한 초·재선 의원들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호남 정치권의 반발도 거세다. 총선 때만 되면 호남 정치권을 기득권 세력, 혁신 대상으로 낙인찍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식으로는 호남 정치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명확한 근거 없이 획일적으로 호남 물갈이에 나설 경우 또 다른 당내 분란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전남도당위원장인 황주홍 의원도 “혁신은 친노 패권주의 등 본질적 문제를 해결해야지 호남 물갈이라는 ‘하책’을 써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일방적인 물갈이가 이뤄질 경우, 신당 창당이나 분당이 불가피하게 되면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권 분열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의 혁신이 내부의 저항을 이겨내고 국민적 감동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자기 살을 스스로 베어내는 희생과 헌신이 필요하다.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지난 1일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헌신의 길을 먼저 열었다. 하지만 원외라는 점에서 파괴력이 그리 크지 않다.
결국, 당내 주류 세력인 친노 진영의 결단이 주목되고 있다. 그들의 정치적 희생과 헌신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혁신의 진정성과 동력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혹한 주문일 수도 있지만 당내 갈등과 반목의 매듭을 끊고 혁신을 실현하기 위한 유일한 길일 수 있다. 이제 혁신을 상징하는 ‘육참골단’이라는 사자성어는 새정치연합의 미래를 결정짓는 키워드가 됐다. 새정치연합이 희생과 헌신을 통해 혁신의 고통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총선과 대선 승리의 동력을 확보할 것인지, 야권의 고질병인 분열을 반복하며 스스로 무너질 것인지 민심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tuim@kwangju.co.kr